2010.11.21
역시나 수능이었다.
전날까지의 극도의 긴장감에서 막상 쳤을 때의 허탈함..
아무리 시험을 잘 쳤어도 나올때 기분이 상쾌하지만은 않은
수능이었다.
사실 우리반에서도 최저등급 맞추려는 학생과 말그대로 정시만
공부한 학생은 10여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원서접수는 했고 이미
수시에서 최종합격한 그냥(?) 치는 학생들이었다.
그냥 치는 학생들에게는 수능은 말그대로 그냥 치는..부담없고
언제든 나오면 되는 시험이었지만 최저와 정시생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시험이었다. 결과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썩 좋지 않았다. 점수가 오른 학생보다는 내린 학생들이 많았고
수능친 다음날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온 학생도 부지기수였다.
난 당연히 과목이 한국지리라 한국지리를 선택한 학생들의 점수를
체크하는데 바빴고 평소의 실력이나 그 이상의 결과를 받은 학생
보다는 내린 학생들이 많아 막중한 미안함만 들었다.
아이들은 날보고 '선생님 때문이예요!!' 하지는 않지만 왠지모를
미안함이 드는 건 왜일까...
수능에는 승자는 없는 시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은밀히 말하면 수능이 아니라 현 대학입시에서 승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차라리 이렇게 복잡한 입시로
아이들 여럿 상처받고 좌절함을 주고 운도 무시할 수 없는 입시보단
그 전의 학력고사도 매력적인 방법이지 않았나..하는 향수까지
든다.
참으로 힘든 문제다. 대학이 곧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인 현재 모두를 만족시킬 입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 입시제도는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그 이하의 자신이 쓴
거의 모든 대학에 합격하고 한번 떨어진 학생은 도미노처럼 쭉
떨어지는 이런 제도도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수입으로 인해 대학들만 좋은 제도라는 의구심이 계속 드는 건
왜일까....
그래도 웃으며 다가와 '선생님 이제 술한잔 해야지예.' 라며 농담
하는 놈들...참으로 고마운 놈들이다. 이렇게 고마운 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난 참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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