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할머니의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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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30 

 

반장선거를 했다.

 

올해는 좀 특별하게 진행했다.

 

사실 한 친구가 반장을 심하게(?) 하고싶어한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반장을 하는 것은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난 아이디어를 내었고 간단히 분단의 줄별로 후보를 한명씩

 

추천했다. 총8명 정도가 후보가 되었고 투표는 진행되었다.

 

우리반의 과반수인 18명의 득표가 나오기 전에는 반장이 될수

 

없다고 못박았다.

 

해서 투표는 재선에 재선을 거듭하여 마지막 두명의 후보가

 

남았다. 마지막 결선투표에서 동이가 당선되었다.

 

동이는 우리반에 같은 중학교 친구도 한명 없이 들어온 친구였다.

 

선거가 있기 전, 그리고 있고 나서 난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반에는 반장이 되었다고 해서 햄버거 등 먹꺼리를 돌릴필요

 

도 없고 반장되었으니 한턱 내라고 하는 말도 없었으면 좋겠습니

 

다. 한 자리를 맡았다고 맡게 했다고 뭘 바라는 것은 금품선거와

 

다를바 없습니다. 비록 어른들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여러분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선생님은 원치 않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반

 

모든 학생들이 동등하고 공평하게 대우를 받으며 서로 위하는

 

즐거운 반이 되길 바랍니다."

 

"네!!!!!!!!!!!!!!!!!"

 

아이들의 대답은 힘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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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후...

 

야자 감독을 하는데 우리반에 왠 햄버거와 콜라가 도착했다.

 

'뭐지?'

 

알아보니 동이의 할머니께서 보내신 것이었다.

 

동이는 어머니가 안계시고 아버지와는 떨어져 할아버지,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수입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난 화가 났다. 당장 동이를 불렀다.

 

"동이야 이게 뭐냐..."

 

"네 고모께서 할머니께 반장이 되면 이런 것을 돌려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안 그러면 아이들한테 좋은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거 안해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할머니께서 보내신 것 같습니다."

 

난 순간 코가 찡했다.

 

"동이야.. 샘이 이런 것을 왜 보내면 안되는지 샘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잖아. 니 샘의 말은 알아듣제?"

 

"네"

 

"알겄다. 그럼 들어가자."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이 햄버거와 콜라는 정말 귀한 것입니다. 동이의 할머니

 

께서 여러분 나누어 먹으라고 보내신 것입니다. 그 어르신이 어떤

 

마음으로...어떤 돈으로 이것을 보내었는지 여러분들도 알아야

 

합니다. 동이는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집이 넉넉치 않습니다.

 

하지만 손주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없는 돈 아껴아껴 이렇게

 

보내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게 시중에 흔한 햄버거와 콜라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할머님.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먹기를

 

바랍니다."

 

어느 새 동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짝지 현이는 동이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

 

아이들이 햄버거를 다 먹을때쯤 말했다.

 

"다 먹었으면 할머니 전화번호로 잘 먹었다는 할머니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세요. 당장!!!"

 

"선생님. 자습시간인데 핸드폰 쓰도 됩니꺼?"

 

"딱 3분만 허락합니다. "

 

할머니의 전화번호를 칠판에 적었고 아이들은 진지하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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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동이를 불렀다.

 

"동아 할머니 문자 읽으셨나?"

 

"네 그런데 할머니께서 눈이 어두워셔서 제가 일일이 읽어드렸

 

습니다."

 

"그래 할머니 뭐라 하시더나?"

 

"아닙니다. 웃으셨습니다."

 

"그래 동아. 이번일을 계기로 선생님의 마음을 좀 헤아렸음

 

좋겠다."

 

"네 선생님"

 

웃으면서 돌아가는 동이의 뒷모습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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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동과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친 않는다. 모두가 교육적이

 

라고 생각친 않는다. 난 그냥...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길 바란다.

 

아이들은 순수했다. 그리고 진지했다.

 

다음날 날 보는 아이들의 눈빛도 참으로 고마웠다.

 

이런 놈들과 생활하는 난 ..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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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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