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소등식.

마산 청보리 2014. 1. 25. 17:31

2010.11.15 

 

소등식을 했다.

 

지금 우리반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운동학원이나 과외, 독서실등

 

을 다닌다는 이유로 밤에 야자를 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하지만 행사가 행사이니 만큼 귀가했다가 소등식하는 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로 들어오게 했다.

 

아이들은 시간에 맞춰 대부분이 들어왔고, 소등식이 거행되었다.

 

소등식이 시작되기 전에 난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

 

'오늘 이 행사는 여러분 인생에 마지막으로 있게 되는 야자에 대한

 

마무리 행사입니다. 이러이러한 절차로 진행될 것입니다. 허나

 

우리반은 뭔가를 특별히 준비했으면 합니다. 좋은 생각없을까요?'

 

곧 이어 많은 재미있는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우리반은 운동장에 모두 나가있다가 폭죽으로 수능대박!

 

이라는 글자를 새기는 건 어떨까요?'

 

'소등이 시작되면 모두 수능대박!! 이라며 소리를 치는 건 어떨까요'

 

'술한잔 하지예!'

 

'우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 촉박했다. 해서 우리의 계획은 모두 이루어 지지 못했고

 

정해진 절차에 따르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담임선생님과의 시간이 되었다.

 

난 일부러 교실의 불을 모두 끄고 칠판등만 켠 채 말을 시작했다.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원하는 것은 한가지였습니다. 그것은

 

좋은 아빠되기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좋은 아빠가 되길

 

바랬습니다. 당당한 아빠가 되길 바랬습니다. 겉멋만 든 당당한

 

아빠가 아니라 한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아빠가 되길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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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대학진학은 인생의 마지막이 아닙니다. 인생의 시작점

 

입니다. 원하는 곳을 가지 못했다고 해서 여러분의 인생이 꼬이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바로 그 곳이 여러분의

 

인생의 시작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인생의 시작입니다.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 후회가 되는 순간 더더욱 노력하세요. 후회는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과거보다 더 나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미래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해 낼수 있습니다. 더욱 멋진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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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 시기는 참 특별한 시기인 것 같다. 한참 어려보이면서도

 

학생들중에선 그나마 어른스러운 ... 아이들 같으면서도 성인같은

 

요상한 나이때 같다. 지금은 모든 교칙을 따라야 하는 청소년이지만

 

내년이 되면 길거리에서 같이 술 한잔 할 수 있는 성인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내년에 술한잔 할 술친구들이 너무 많다. 이놈들이 서로

 

'샘 내년에 만나면 술한잔 사주시예. 꼭 연락할께예'

 

'샘 아입니더. 제가 올해 많이 얻어먹었으니까 술은 제가 살께예,

 

대신 샘이 안주는 많이 사주시예!'

 

졸업도 안했지만 벌써 성인이 된 이 31명의 요상한 놈들과 생활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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