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10만 독자를 울린 정희재 작가의 두번째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7. 8. 29. 07:00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가져다 줄 것이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들이여 창업에 도전하라.”

“21세기에 외국어는 필수다. 요즘 대세는 중국어다.”

“감수성 시대다. 감수성이 없으면 도태된다.”

“촛불 혁명의 시대다. 민주주의가 꽃피운다.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새로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는 ‘지식 두 배 증가 곡선’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하는 데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190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그 주가기 단축되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은 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나게 됩니다. 


즉 매일 매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쏟아집니다. 넘치는 정보, 더 빨라지는 속도로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입니다. 나만 낙오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데, 나의 생활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허무하고,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시중에는 온갖 자기 개발서들이 쏟아집니다. ‘이래야 한다. 이렇게 하니 되더라. 당신도 할 수 있다. 몇 살에 몇 억 벌기’ 등 뭐든 해야만 할 것 같이 세상은 바삐, 급하게 돌아갑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입니다. 지하철을 타도, TV를 켜도, 라디오를 들어도, 팟캐스트를 들어도, SNS를 봐도, 온갖 정보가 범람합니다. 설득하는 사람들, 반박하는 사람들, 한탄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사람들,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뭘 해야 할지, 대체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멈춰 서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어느 날 이 책이 저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라고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장을 펼쳤습니다.


저자 정희재씨는 빠름과는 거리가 먼 책들을 써 왔습니다. 티베트 인들의 삶과 지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구 ‘티베트의 아이들’>을 시작으로 <나는 그 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도 이미 2012년 여름에 출간되었던 책입니다. 이 책은 개정판입니다. 이미 5년 전에 출간된 책이었고 큰 맥은 같이 합니다. 하지만 2017년, 오늘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란 나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아닌 사회가 강요하는 트렌드나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삶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처받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권리장전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인생을 버틸 수 있는 여유와 창의력을 길러 준다. 인류 역사에서 그런 사례는 차고 넘쳐서 고르기 어려울 정도이다.(본문 중)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가 단순히 세상에 반항하기 위해 투정 부리는 말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 낙오되는 것이 아니며 정신없이 뛰어 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허무하게 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바쁘지 않게 사는 것, 바쁘지 않게 사는 자신을 위로받게 됩니다. 듣기 좋은 말의 위로가 아닙니다. 휴식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멈추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 2장.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행복의 기술, 3장. 어제의 나와 결별하는 시간, 4장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그 행복한 발견. 각 장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을 설명합니다. ‘왜 우리는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걸까?’, ‘하루쯤 마음 가는 대로 해 보기’, ‘더 노력하라는 말에 담긴 함정’,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사든 끝내 외로웠다.’, ‘죽을 때까지 다 못 읽는 추천도서’ 등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만한 주제들에 대해 부드럽게 이야기합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몰랐을 뿐입니다.’ 신기한 책입니다. 읽다 보면 저자가 저를 이해해주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도전입니다.


-숱한 통과의례의 질문들을 쏟아내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안다. 자신과 화해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을. 

“나는 내 인생의 전반을 틀어쥐고 있는가?” 

“아주 중요한데도 남에게 맡겨 놓은 것은 없는가?” 

어느 멘토를 찾아가도 원하는 만큼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 그 의문을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가려 애쓴다. 그리고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60점, 양만 맞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본문 중)


모두가 ‘수’를 받으려고 애쓸 때, ‘우’를 받으면 우울하고 ‘미’를 받으면 미안하고, ‘양’을 받으면 슬프고, ‘가’를 받으면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양’만 받아도 좋고 어질고 심지어 아름답다고 합니다. 한자 양(良)의 뜻은 놀랍게도 온갖 칭찬의 뜻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양(良) : 좋다, 어질다, 뛰어나다, 아름답다, 경사스럽다, 공교하다, 편안하다, 순진하다, 잘, 능히, 진실로, 정말

(본문 중)


‘양’은 슬픈 것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와의 비교가 아니라면, ‘양’은 충분히 어질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중간이라도 가는 것, 평범하고 평탄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면 인생의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미리 다 잘할 필요가 없습니다. 초등학생이 중학생 수학을 못 푼다고 우울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20대가 50대만큼 가진 것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 시기에, 그 만큼만 하는 것도, 참 잘하는 것입니다.


-멈춘다는 것은 주류를 이루는 가치에 ‘정말 그런가?’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며, 엄숙함을 가장한 가짜 권위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멈춤은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불쾌한 도적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들은 세상이 그럭저럭 이 상태 그대로 돌아가길 바란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세력에겐, 다른 사람들이 잠시 멈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다.(본문 중)


모두가 서울대를 갈 수 없습니다. 한 해 서울대 입학정원은 3,000명 조금 넘습니다. 2017년 수능 응시 예상 인원은 60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60만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한번쯤은 서울대를 꿈꾸었을 것입니다. 서울대 진학을 위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우고, 꿈을 품을 나이에, 오직 교실에 앉아 많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더 빨리 배워야했습니다. 


고민 없이 모두가 오직 서울대만을 생각하고 행동할 때, 어떤 기득권에게는 이 현상 자체가 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멈춰 서서 ‘어? 내가 왜 서울대를 가야하지? 난 이것이 더 좋은데?’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사회는 변하게 됩니다. 특정 기업에 잘 보이고 싶어 ‘염치불구하고’로 시작하는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도전입니다.


행복의 순간은?


사전에는 ‘행복이란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 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 이 상태를 위해서 많은 이들은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상태를 맞이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더 빨리 승진하는 동료나 더 넓은 집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돈을 더 벌어 안정을 이룬 뒤, 대출금을 다 갚고 차를 바꾼 뒤, 아이들이 모두 커서 웬만큼 자리를 잡은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다. 행복은 노래방에서 예약 버튼 누르듯 미리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흘러나오는 선율의 아름다움을 맛 볼 줄 아는 능력이다.(본문 중)


힘을 주는 책입니다.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책 한권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책 한권으로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는 것은 가능합니다. 모두가 바쁜 현대에, 나만 바쁘지 않다고 우울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경험은 소중합니다.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달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멈춰 서서 바람을 느껴보는 것, 주위를 둘러보는 것,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빠른 차를 타고 가면 주위를 볼 수 없습니다. 걸어가며 보는 주위는 차를 타며 봤던 것과는 다릅니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입니다. 자신을 돌보는 것,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만나보기를 추천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누구나 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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