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2007년 가정방문.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41

2007.3.31 

 

올해도 어김없이 가정방문을 시작했다.

 

2주동안 가정방문이 사정상 어려운 아이들 5~6명을 제외하고는

 

우리반 모든 아이들의 집에 다녀왔다.

 

물론 작년처럼 반친구들과 같이 갔었다. 어머님이 계시면

 

어머님과 아이에 대한 여러 얘기를 했었고 부모님이 안계시면

 

부모님께 아이를 처음 중학교에 보내고 얼마나 마음 걱정이

 

많으신지..그리고 많이 궁금하실 아이의 학교생활..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잘하겠다는 각오와 나의 연락처를 적은

 

편지를 적고 나왔다.

 

올해도 재미와 감동의 가정방문이었다.

 

난 2주동안 방과후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나서 가정방문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

 

----

 

빈이의 집에 갔다. 빈이는 참으로 활발한 아이다. 너무도 활발하고

 

잘 나서 종종 아이들에게 안좋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나도 한번씩

 

너무 나서는 것에 대해 말도 했던 터였다. 빈이는 자기 집에 친구

 

들과 선생님이 함께 놀러 가는 것에 대해 참으로 좋아했다. 앞장

 

서서 달려갔고 '앗! 아빠다.!!' 하면서 반갑게 달려갔다.

 

한 개인택시차가 섰고 기사분이 내리셨다. 빈이의 아버지는 개인

 

택시 기사분이셨다. 우린 뒤따라 올라갔고 빈이의 집에 들어간

 

난 적지않게 놀랐다. 빈이는 누나만 셋인 막내아들이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음이 한 눈에 들어와서이다.

 

아버지와 여러 얘기를 하던 나는 부모님께서 두분다 편찮으시고

 

지병이  있으시다는 얘기들..참으로 어렵게 세 딸을 대학까지

 

공부시키신 말씀들..그리고 늦게 본 막내 아들 키우는 말씀들..

 

아이들은 빈이 방에 가서 한참 유행인 유희왕 카드를 하며 논다고

 

웃음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왔다. 난 아버지와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다. 가슴 찡했다. 빈이는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까...

 

'뭐 이런 얘기를 아들에게까지 할필요 뭐 있습니꺼. 그냥 이래저래

 

하며 사는거지예. 몸이 아프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기고 앞으로도

 

이래저래 살아야지예.' 라고 말씀하시며 아버지는 웃으셨다.

 

'참으로 크신 아버지구나..' 빈이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참으로 밝은 아이였다. 빈이의 집을나서 다른 친구집에 가는데

 

빈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 슈퍼에서 우리 어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십니더.' '그래? 안그래도 라면을 사야하니 그 슈퍼로 가자'

 

애들과 난 함께 갔다. 마침 빈이 어머님께서 퇴근하시는 길이셨다.

 

빈이는 얼릉 달려가 어머니 품에 안겼고 빈이를 안는 어머님의

 

표정이 너무나도 포근했다. '어머님 빈이 선생님입니다. 팔도

 

아프신데 고생많으시지예.' 인사를 건넸고 어머니께선 '선생님

 

이십니꺼? 아이고 젊어서 몰라뵜네예. 아닙니더 선생님이 더

 

고생이지예. 너거는 빈이 친구들이가. 오이야 반갑다. 아줌마가

 

맛있는 거 사줄께.' '괜찮습니다. 라면만 사면 됩니다. 어머니 안

 

그러셔도 됩니다.' 어머닌 한사코 음료수를 사셔서 아이들께

 

주셨다. '선생님 우리 빈이 모지란게 많습니더. 잘 부탁드립니더.'

 

'빈이는 참으로 밝은 아이입니다.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옆에서 빈이가 말한다. '엄마 내 학교에서 잘합니더.'

 

빙그레 웃는 놈이 귀엽다.

 

---

 

가정방문을 다녀오면 그날 밤에 보통 전화가 온다. 거의 어머님들의

 

전화이다.

 

'선생님 오늘 저희 집에 다녀가셨데예. 편지 참으로 고맙게

 

잘읽었습니다. 누추한데 대접도 못하고..죄송해서 어쩌지예?'

 

'어머님 아닙니다. 어머님이 안계신게 더 편합니다. 아이들과

 

놀러 가는 겁니다. 그래도 냉장고에 있던 요쿠르트 몰래

 

먹었습니다. 이해해 주실수 있지예?'

 

웃으시는 어머님들..

 

---

 

가정방문의 장단점에 대해 참으로 말들이 많다. 난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가정방문은 참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 집에만 행정상, 필요상 찾아가던 가정방문이

 

어느 새 모든 반 아이들의 집에 다 찾아가는 가정방문이 되었다.

 

1년을 보내는 아이들 집에 그 아이가 생활하는 집에 한번 가보는

 

것이 참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난 확신한다.

 

다녀오면 아이들은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는 것을 느낀다.

 

이놈들은 저희집에 선생님이 다녀 간 것에 대해 묘한 일체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올해의 10반도 시작이 좋다.

 

내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집에 찾아간다고 해도 반겨주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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