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이었습니다. 조카들이 놀러왔습니다. 아이들끼리 서로를 어찌나 좋아하는지요. 저희들끼리 있으면 엄마, 아빠가 필요없습니다. 집에 모여 맛있게 점심을 먹고 진동 인근에 꽃놀이를 갔습니다.
광암해수욕장 지나 가는 길입니다. 아내가 좋은 곳을 알더군요. 집에서 10분 거리였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아이들과 봄을 맘껏 느꼈습니다.
꼬꼬마 어린이집생부터 유치원생, 초등학생까지, 나이차도 제법 나지만 저희끼리 사이가 너무 좋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꽃과 아이들이 구분이 되지 않더군요.^^
봄꽃도 이쁘지만 아이들의 미소가 더 이뻤습니다.
간단히 산길도 걸었습니다. 꼬꼬마들은 엄마손을 잡고 걸었지만 언니, 오빠와 함께이니 뭘 해도 신났습니다. 봄꽃을 보고 나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해서 우린 다시 광암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호미가 어디에 쓰이는 지 모르는 어린이집생은 자기만의 세상에 빠졌습니다. 자세히 관찰하니 호미로 물을 긷고 손으로 땅을 파더군요. 이건 뭐, 아직 말을 못 알아들으니. 하지만 나름 땅을 깊게 팠습니다. 혹시 땅파기 천재??
안타깝게도 광암해수욕장에는 조개나 게 등 생명체가 거의 없습니다. 오염의 결과인지 더 깊은 곳으로 가야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날의 수확은 갯지렁이를 발견한 것입니다. 사실 처음 목표는 저녁 때 된장국에 넣을 조개를 채집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목표는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단지 땅을 파고 또 팠습니다. 저희들은 땅 파고, 저는 따라다니며 땅을 다시 덮었습니다. 아이들은 조개가 나오든 안 나오든 몰려다니며 재밌게 놀더군요. 그래도 큰 놈들은 호미를 들고 땅을 파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꼬맹이들은 물을 참방참방 밝고 다니고, 돌 던지고, 옷 다 젖었습니다.ㅜㅠ
이 날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생들을 데리고 바다에 갈 때에는 장화가 필수 입니다. 운동화는 순식간에 젖어버리고 양말, 바지까지 한방에 훅~ 갑니다. 다행히 젖은 신발도 잘 신고 놀았지만 이것을 씻어야 하는 아내의 눈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놀고 가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지만 집에 가서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또 달랐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날은 광암해수욕장에서 헤어졌지만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울지 않고 헤어졌습니다.
이 놈들이 노는 것을 보니 저도 어릴 적, 멀리 사는 사촌 동생집에 가서 신나게 놀다가 돌아오는 길이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완연한 봄입니다. 겨우내 집에서, 실내에서만 놀았던 천방지축 개구쟁이들이 개구리들과 함께 뛰쳐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계절이 바뀜은 아빠와 아이들에게는 단지 따뜻해지는 것이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옷 정리를 해야 하는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지요.
다음 주에는 좀 더 가벼운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싸서 또 나가놀려고 합니다.
하루하루는 더딘것 같아도, 아이들은 순식간에 자라니, 행복한 추억을 더 쌓고 싶습니다. 이 놈들이 이 날을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쁘게 뛰어 노는 모습은 엄마, 아빠에게 남게 되니 그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놀이공원도 좋지만 저희는 인근 자연이 더 좋습니다. 혹시 인근에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곳이 있다면 추천바랍니다. 다녀와서 후기 꼭 남기겠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입니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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