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경남교육청의 구석구석을 소개합니다.(1편)

마산 청보리 2017. 3. 21. 07:03

경상남도교육청에 출근한 지 4주째가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업무 파악, 동료들과의 관계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습니다. ㅎ. 


전 탐험을 좋아합니다. 해서 쉬는 시간 짬짬이 교육청을 탐험해 봤습니다. 놀라운 장소들이 있더군요. 일반분들이 경상남도교육청을 방문할 기회는 많이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알고 오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 1부, 2부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단! 좋은 일로 방문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으리으리한 문패가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아담합니다.^^

입구에는 경남교육청의 브랜드슬로건인 '아이좋아 경남교육'이 새겨진 큰 바위가 있습니다. 뒤에 우람하게 서 있는 나무는 '가이스카 향나무'입니다. 출근할 때마다 '나무 참 멋지다.'라고 감탄하며 지나쳤었습니다. 이름이 궁금했습니다. 알아보니 '가이스카 향나무'라고 하더군요. 왠지 이름이 특별하지요? 생각하시는 것 처럼 일본에서 들어온 향나무 입니다. 

'왜 교육청에 일본 나무가 있지?' 저도 궁금해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환경 전문가, 정대수 장학사님을 만나서 여쭤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 글은 정대수 장학사님께서 2013년 12월 3일,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하신 글을 재 편집한 것입니다.


원래 우리의 향나무는 불에 태워 향을 피우던 나무입니다. 예로부터 불교와 유교를 중심으로 신성한 나무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향나무를 이용한 가구와 생활용품은 향도 좋아 야생 토종 향나무는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고 하는군요.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신사를 중심으로 가이스카 향나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지금도 일제 강점기 신사가 있던 곳이나 일제 관공서와 학교에는 오래된 가이스카 향나무가 있습니다. 가이스카 향나무는 번식이 잘 되고 병도 하지 않아 빨리 잘 자란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일본의 나무가 학교와 관공서를 뒤덮고 있는 꼴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2013년 기준으로 초, 중, 고 124개교(13.4%)의 교목이 향나무입니다. 더 큰 문제는 23개 학교(2.6%)는 섬향나무(가이스카 향나무)가 교목입니다. 즉 합쳐서 경남에 146개 학교가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입니다. 토종 향나무가 심긴 학교는 거의 없고,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를 심어두고 학교 교목으로 지정해 놓은 것입니다.

나무 이름과 유래를 모르고 있다면 지금도 학교의 교목을 향나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외에 일본 나무를 찾아보면 더 많다고 합니다. 경남에 80개(8.9%)학교가 일본 영산홍을 교화로 했고 65개(7.2%) 학교가 철쭉을 교화로 지정해 두고 있습니다. 일본산 영산홍을 철쭉으로 잘못 심어 놓은 학교가 더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것이 교육 활동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시사철 형태가 변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나무, 향기가 좋아 아이들이 냄새를 맡으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나무가 학교에 많으면 좋겠습니다. 일년 열두 달 같은 형태의 향나무가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아이들의 감수성 발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서글프다는 생각 마저 듭니다.


일본은 물리적으로는 물러났지만 더 무서운 정신을 심어두고 떠났습니다. 현 일본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마지막 조선총독부 총독이었습니다. 그가 패망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 말입니다.


"일본이 조선에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목이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모르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나 잘못된 것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남교육청 입구에 있는, 어찌보면 경남교육청을 상징하는 나무가 일본의 잔재인 '가이스카 향나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출퇴근 길이 그리 편안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단 이 일은 경남교육청만의 문제일 것 같지 않습니다. 학교 포함 여러 관공서들, 우리 주변에서 가이스카 향나무를 찾아봐야 겠습니다. 그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모른다면 알려주고 의미에 대해 되새겨야 겠습니다.


당장의 변화는 없을 지라도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관공서에 있는 가이스카 향나무를 모두 뿝아야 한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나무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다만 앞으로는 이 나무를 보며 우리의 아팠던 역사와 일제의 정신적 만행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최소한 이 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남교육청 소개 1편에서는 입구에서 멈쳤습니다. 2부에서는 교육청 내부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청 내부에도 재미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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