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작은 운동회.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29

2006.6.4

 

6월 4일 일요일..

 

오늘 우리반만의 작은 운동회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반 운동회가 참 유익하다는 다른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반도 해보자고 마음 먹은 터였다.

 

해서 학급회의를 했고 날짜와 장소가 잡혔다.

 

그것이 바로 오늘..

 

종목은 축구, 피구, 물총싸움, 닭싸움, 꼬리잡기 였다.

 

다른반과 같이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난 8반 선생님께

 

함께 하자고 했고 8반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의견도 들어

 

보자고 긍정적으로 말씀 주셨다. 8반 아이들에게도

 

말한 결과 오늘 반 대항전의 운동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장소는 인근의 초등학교 운동장.

 

우리는 2시에 모여 1시간 30분 동안 축구와 피구를 동시에 했다.

 

축구팀 11명과 나머지 친구들은 피구를 한 것이다.

 

8반 선생님께서 피구 감독을 하셨고 난 축구 감독 겸 선수를 했다.

 

재밌었다.

 

그리곤 다 같이 모여 잠시 쉬고 물총싸움을 했다.

 

아수라장이었다. 물총 쏴고 도망가고 1.5L 피티병에 물을 담아

 

뿌리고 쏟고...정말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봤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물을 뿌리는 아이와 물을 맞는 아이들의

 

표정이 참으로 밝았다.

 

그리곤 닭싸움. 단체 닭싸움을 했고 5판 3승제로 생일이 빠른

 

애들이 이겼다. (닭싸움은 생일로 편을 갈랐다. 1월달에서

 

7월달 한팀. 8월달에서 12월달 한팀)

 

마지막으로 꼬리잡기 4명씩 편을 짰고 제일 뒤에 친구는

 

풍선을 뒤로 매단채 꼬리잡기를 했다.

 

풍선이 다 떨어질 때까지 했는데 3번정도 한 것 같다.

 

정말 신나게 뛰어 놀았다.

 

난 심판을 보면서도 참으로 즐거웠다.

 

2시부터 시작한 우리들만의 작은 운동회는 5시 30분쯤에

 

끝이 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 지도 모를만큼 신나게 시간은 흘렀고

 

모든 게임이 끝나고 종례를 하고 우리들이 논 곳의 쓰레기를

 

깔끔히 줍고 왔다.

 

-----

 

아이들이 성적표를 받고 의기소침해 있던 터였다.

 

난 아이들의 성적표 전체 가정통신란에 이렇게 적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나친 경쟁이 아니라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따스한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따스한 한 마디가 아이에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기대합니다...'라고..

 

오늘 이렇게 뛰어 놀지 않았다면 집이나 PC 방에서 게임을

 

하고 놀았을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뛰어놀지 몰라서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장소가 없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잘 모르며

 

컴퓨터라고 하는 유혹의 손길이 있어서 그러한 것이다.

 

난 오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따스함을 느꼈다.

 

지금도 귓가에 남아있다.

 

'선생님한테 물쏴면 안돼요?'

 

^-^

 

난 안된다고 말했지만 함께 놀고싶어하는 이 놈들의 마음을

 

이미 온몸으로 맞았다.

 

난 오늘 또 하루 이놈들에게 배웠다.

 

날이 따스한 만큼 아이들도 따스한 하루였다.^-^ 

 

반응형

'교단일기&교육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니또 게임.  (0) 2014.01.25
사랑의 운동회.  (0) 2014.01.25
사라진 학급비. 하지만.  (0) 2014.01.25
제자를 떠나보내며...  (0) 2014.01.25
나의 생일.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