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제자를 떠나보내며...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25

2006.4.15 

 

내가 첫 발령을 받고..담임을 맞았던 3학년 10반..

 

지금도 그 반을 잊지 못한다.

 

당시 그 반에는 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거의 매일 지각하고 싸움에 .. 그 전에는 가출도 여러번 했다는..

 

소위 말하는 부적응아였다.

 

난 처음으로 이 놈의 집에 가정방문을 갔다.

 

왜 매일 지각하는지 왜 매일 싸움하는지..그게 궁금해서였다.

 

그 놈과 함께 그 집에 갔다.

 

3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놈 집에는 허리가 아프신 할머니가 계셨고..여리다 여린

 

강아지가 있었다. 이놈은 강아지를 안을 채로 나를 맞았었다.

 

...

 

냉장고를 열었더니 아버님께서(이놈은 한부모가정이었다.)

 

그래도 담임 선생님 오신다고 음심을 사두신 것이다.

 

콜라와 레쓰비..

 

난 냉장고를 열고 가슴이 저밈을 느꼈다.

 

'아버지께서 샘 오시면 같이 드시라고 하셨는데요.'

 

난..목이 메어 혼자 먹을 수 없었다

 

'마! 같이 먹자.' 같이 먹었고 이놈이 라면을 잘 끓인 다고 해서

 

라면을 끊여서 같이 먹었다. 옆에서 시종일관 허리가 아프신

 

친할머니께서는 '제가 해드려야 하는데..제가 해드려야 하는데..'

 

하시면서 안절부절 하셨다. '괜찮습니다. 할머님. 저희가

 

해먹을께요.' 하며 라면을 끓여먹었다.

 

지독시리 짜웠다. 하지만 이놈과 맛있게 먹었었다..

 

이 후 난 이놈에게 거의 매일 모닝 콜을 했고 이 놈은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었다..

 

이 후 이놈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난 집이 가까운 덕에 이 놈과 한번씩 길에서 마주친적이 있었다.

 

'신아! 잘 사냐?'

 

'네 샘. 고등학교는 그만 뒀지만 잘 살라고 노력 합니더.'

 

'그래 열심히 살자!'

 

하면서 ..

 

하지만....신이는 근 한달만에 고등학교를 그만 둔 상태였다...

 

---

 

바로 저번주에 신이를 만나 비슷한 인사를 했다.

 

---

 

1주일이 지났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한통..

 

'선생님..'

 

수의 전화였다.

 

'그래 수야. 오랜만이다. 왜?'

 

'신이가...죽었습니다...'

 

---

 

 

난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신이의 많은 친구들이 이미 와 있었다.

 

눈물이 났다.

 

이 놈은 다방에 취직해 아가씨들 태워주는 ..

 

소위 말하는 뽈뽈이를 하다가 차에 받혀 죽은 것이다..

 

눈물이 났다.

 

처음에는 이놈에게 말했던 .. 헬멧을 쓰지 않은 이 놈에 대해

 

화가 나서 눈물이 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놈을 받은 차주에

 

대해 화가 났고 ..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났다.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해 화가 났다...

 

3년 전 우리 반이었던 많은 학생들이 왔다..

 

이 놈들은 되레 나에게 말했다.

 

'샘! 신이가요. 첫 월급타면 제일 먼저 시집간 누나한테 쓴다고

 

했구요. 다음으로 샘하고 밥을 함께 먹고 싶다고 했어요.'

 

'샘! 신이가요 샘 보고 싶다고 자주 말했어요.'

 

'샘 신이가요. 샘을 기쁘게 하기 위해 거짓말로 검정고시 합격했다

 

고 말할려고 했어요.'

 

'샘 신이가요. 중 3때 샘을 안 만났으면 더 안좋아졌을 꺼라고

 

샘을 만나서 좋아졌다고 말했어요.'

 

---

 

울었다....

 

울었다....

 

너무...너무

 

너무 눈물이 났다.

 

이 놈을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났다.

 

'그랬냐? 그런데 신이는 왜! 저번주에 샘을 봤는데도 그런말을

 

안 했더냐!'

 

....

 

울었다.

 

신이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신아!~!!!!!!!!!!!!!!!!!!!!!!!!!!!!!!!!!!!!!!!!!!!!!!!!!!!!!!!!!!!!!!!!'

 

친구들도 울었다.

 

왠지 모르게...

 

나도....

 

나도 울었다..

 

--

 

웃고 있는 것은....오직 신이의 영정뿐이었다....

 

-------

 

3년 전 3학년 10반 친구들과 같이 택시를 타고 오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신이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다는 말부터..

 

나의 교육적 한계까지.

 

난 솔직히 3년 전을 생각하면

 

세련되지 못했던 나의 교육방법에 대해 부끄러움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3년전의 내 모습에 대해..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나도....감사한 일이었다.

 

너무나도...감사한 일이었다..

 

---

 

난 오늘 제자 한 명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

 

나의 마음속에는 슬픔과...슬픔이 남지만..

 

이 놈은 이미 하늘로 떠났다.

 

살아남은 자의 아픔은 가슴 깊이 사무치지만..

 

난 .. 살아남은 자 ...

 

그 이상의 아픔이...가슴을 파고 든다..

 

'신아...비록 현실보다는 높은 곳이지만..

 

니가 원했던...니가 원했던...삶을 살길 바란다....'

 

지금도 신이의 ...신이의...

 

웃음소리가 귀에...

 

메아리 친다....

 

부디....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신아.....

 

미안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나의 눈에는...

 

이유 모를 물이 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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