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모리 고토의 데뷔작입니다. 방송작가로서 활동하다가 2006년 독립, 주로 '감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동화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단숨에 1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최근들어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저도 동물에 관심이 많아 '어떤 이야기일까? 고양이가 무엇을 가르쳐 줬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고양이로 시작되는 이야기
등장인물부터 소개를 해야 겠습니다. 이 들의 관계와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의 주요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주인공 고로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특출한 재주도 없고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성실한 것 같기는 합니다. 시골 한 구석의 파친코가게에서 일하며 동네주민들과 고만고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합니다. 고로에게 그나마 친숙하게 대하는 유미코아줌마가 있습니다. 그녀는 동물을 아주 사랑합니다. 버림받은 동물들을 보호하며 그 동물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새로운 입양자를 찾기 위해 동물관련 정보를 적은 노트를 쓰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 두고 다닙니다.
가도쿠라씨도 등장합니다. 고로는 그를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으로 한량하게 놀고 사는 팔자 좋은 사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히로무도 있습니다. 히로무는 고양이를 잡는 것을 무서워하는, 고로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고로를 반말로 부르는 괴짜 같은 동네 양아치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고양이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책의 앞부문을 읽을 때만 해도 이들의 존재가 서로에게 깊이 관통할 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읽었습니다
"고양이는 밥을 며칠 안 먹으면 죽나요?"
어느 날 고로가 유미코 아줌마의 노트를 보며 읽은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일은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흥미로운 책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실적 정보보다 고양이를 통해 연결되고 해소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틈에 고양이의 존재를 잊고 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져든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가들은 대단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다키모리 고토도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합니다.
작가의 말입니다.
-참고로 지금은 주워온 고양이와 분양받은 고양이를 포함해 총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제가 살고 있떤 지바현 후나바시 아파트에는 길고양이가 몇 마리 눌어붙어 있었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그 고양이에 대해 물어보니, 세상에, 원래는 주인이 있었더군요. 키우던 사람이 이사 가면서 두고 갔다고 합니다. 왜 고양이를 두고 가버렸는지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어찌 할 수 없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일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발 고양이와 주인이 다시 만나기를...하는 바람을 담아 이야기 속에 '슬픔'의 끝자락에 기다리는 만남이나 인연, 꿈과 희망을 그렸습니다.(본문 중)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그 내용은 사람들의 삶입니다.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고 있으며, 그들의 아픔, 사랑,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자연스레 풀려 갑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저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고양이나 개 등의 반려동물을 단순히 동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즉 소유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동물들의 생명도 인간과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최근 울산 남구청에서 돌고래 수입 관련하고 폐사하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행히 대선주자들도 동물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고 공약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디가 이런 말을 했지요.
"한 나라의 위대함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들이 받는 대우는 어떤지, 소, 돼지, 닭 들의 사육환경은 어떤지, 우리는 그들을 소중한 생명으로 대우하는 지, 단지 돈으로 교환되는 사물로서 대우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책이지만 두 번정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물의 아픔을 공감하며 눈물이 흘렀고, 바랬던 대로 되어서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단숨에 10만부가 팔렸다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결국 작가는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하여 인간의 삶에 대한 의미를 물어봅니다. 그 질문이 가볍지 않습니다.
쉽게 잘 읽히지만 감동은 깊은 책입니다. 삶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분들, 나의 삶에 희망을 찾고 싶으신 분들도 읽으시면 분명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꾸준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잊고 있던 가치를 다시 깨우치기 위함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 다키모리 고토 지음, 이경희 그림, 손지상 옮김/네오픽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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