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직장 사라진 세 아빠, 강진 여관에 모여 행복 찾다.

마산 청보리 2017. 1. 25. 07:00


제목만 보고 사실 육아관련 책인지 알았습니다. 저도 아빠이고 육아에 관심이 많아 '즐기는 공부로 삶이 바뀐 세 아빠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보고 '오 육아를 하면서 공부를 해서 즐거워졌다는 말이지? 어떤 공부일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제가 상상했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육아관련 책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책을 덮을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은 외환위기 직후 조퇴(조기퇴직)하신 최병일님, 회사가 망해서 졸퇴(졸지에 퇴직)하신 윤석윤님, 2014년 말로 정퇴(정년퇴직)하신 윤영선님이 한기호님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세 분의 삶은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 분께 2박 3일의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우리 네 사람은 강진의 마량에 여관을 잡아놓고 함께 놀았습니다. 세 분이 살아오신 삶의 여정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들의 삶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게 이 책에서 나오는 "아빠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인사이트 10"입니다. 여관방에서 제가 정리한 통찰들을 하나하나 제시했더니 세 분은 전적으로 동의하셨습니다.(프롤로그 중)


읽기 쉽습니다. 대담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화하는 장소에 직접 앉아서 같이 듣는 느낌마저 듭니다. 시대를 사는 아빠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불안과 현실에 대해 곧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게다가 이 분들은 책을 좋아하시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기에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책들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1석 2조의 득이 있는 책입니다.


1부에서는 이 시대 아빠들의 행복과 불안, 그리고 공부에 대해서 대화합니다. 아빠들은 행복한가? 노력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공부가 가져온 삶의 변화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합니다. 2부에서는 아빠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인사이트 10가지를 제시합니다. 물론 모든 분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맞는 내용은 아닐 것입니다. 내용을 소개하자면

1. 자신을 발견하는 문학작품 읽기

2.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인문, 사회과학서 읽기

3. 삶의 자양분을 키우는 영화 토론

4. 겸손함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그림책 토론

5.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철학 공부

6. 중요한 책은 반복해서 읽어라.

7. 상처를 치유하고 전망을 세우게 하는 글쓰기

8. 자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함께 책 쓰기

9. 가르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강연하기

10. 나만의 책 펴내기와 나만의 꿈.


어떻습니까? "바로 이거야!"라는 감이 오시는지요? 저는 사실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사는게 얼마나 바쁜데 한가로이 책을 읽어. 책읽는게 좋다는 거 모르는 사람있나? 그럴 시간이 없는데, 책을 쓰고 강연을 하라고? 이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가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차만 보고서 든 생각입니다. 


대담을 나누는 분들의 살아오신 길을 들어보면 이 분들이 그리 여유롭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조퇴, 졸퇴, 명퇴라는 것이 그리 행복한 일도 아니니까요. 이 세분은 이런 일을 겪으시고 난 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름의 인생 2막을 위해 노력을 하셨습니다. 


-한기호 : 먼저 근황부터 여쭙겠습니다. 

 최병일 : 저는 요즘 세 가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나는 글쓰기죠, '천자 칼럼 쓰기'를 1기부터 시작해 4기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폭력 대화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제가 강의하는 '독서토론 입문 과정'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기도 하죠. 세번째는 온라인 토론입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SNS대화방에서 함께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자서전 쓰기, 독서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 고 있습니다.

 윤영선 : 정신없이 바쁘게 지냅니다. 공부하느라고요! 책 읽고, 글쓰고, 숭례문학당의 여러 독서 모임에서 거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토론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지치지도 않네요. 솔직히 제 인생에 이만큼 자발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행복합니다.

 윤석윤 : 많이 바쁩니다. 도서관, 교육청 등에서 독서토론 교육을 하고, 글쓰기 강의도 합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게 보여서 제가 오히려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본문 중)


본업을 그만 두신 세분은 행복하다고들 말씀하십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서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들이 별 생각 없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습니다.


-'중산층'에 대한 설문조사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답변은 모두 돈과 관련이 있어요. '월 500만원 이상 수입, 현금 1억원 이상의 저축, 대출이 없는 30평 이상의 아파트, 2,000cc 이상의 차, 1년에 한 번 이상의 해외 여행'등이었어요.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어 말하기, 스포츠 즐기기, 악기 연주하기, 요리하기, 약자를 돕는 삶'이라고 답변했습니다.(본문 중)


이 분들의 삶이 더 잘나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이 분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숭례문학당'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숭례문학당은 독서토론 모임은 물론 글쓰기 모임, 낭독모임, 영화모임, 걷기 모임 등 다양한 형식의 공부모임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네 분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모든 대화의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평생학습을 말씀하십니다. 혼자하기에는 힘들다고 했고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합니다. 이 분들은 숭례문학당을 통해 만나고 있고 다양한 공부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 소중한 목표라고들 말씀하십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필요해서, 좋아하서 하는 공부는 정말 재미있다고 합니다. 하루 하루 살기에도 팍팍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도 공부를 해야 주인되는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책 말미에 세 분은 자신의 현재의 삶에 대해서 짧은 글들을 남깁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삶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용도 모르고 옆에 사람들이 뛰니 무조건 뛰던 삶에서 잠시 멈춰서서 내가 왜 뛰는지,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는지, 내가 지금 뛰는 것은 바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여유있고 학자들만이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책에서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공부요, 영화를 보는 것도, 걷는 것도 공부라고 합니다. 학창시절의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했던 공부만이 공부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많은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라는 것에서 손을 뗍니다. 공부하면 지긋지긋하다고들 말합니다. 억지로 했던 공부에 대한 후유증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은 부모가 되면 다시 자녀들에게 '공부해라.'는 것을 강요합니다. 사실 고등학교에서의 문과, 이과 선택이, 대학에서의 전공이 삶과 직접적인 영향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강요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만이 행복한 삶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쳇바퀴 같은 삶이 평범한 삶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런 삶이 바른 삶이라고 강요당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출난 분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범한 이 시대 아빠들의 이야기입니다. 단지 다른 바가 있다면 이 아빠들은 직장을 잃고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공을 살려 또 다른 직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공부를 통해 또 다른 삶을 만나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삶이 만족스럽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느낀 감사함과 희망에 대해 나누려고 기획된 책같습니다. 아빠들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다양한 책들의 감동과 시대를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숭례문학당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에 대해 접하게 된 책입니다.


막연히 독서가 좋다고만 생각하시는 분들, 아이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 삶의 회의가 드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즐거운 공부를 통해 행복한 삶을 찾는 방법이 소개된 재미있는 책입니다. 아빠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해질 것이고 가정이 행복해지면 사회가 건강해질 것입니다. 행복한 아빠들의 이야기 '아빠, 행복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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