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거나 인기를 끈 사람들의 죽음(자살)이후 이를 따라 자살 시도가 늘어나는 사회적 심리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명칭의 유래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이 발표된 당시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 중에 다수의 독일 청년들이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일종의 모방자살을 했던 것에서 시작됩니다. 문학에 문외한이 저도 '베르테르 효과'는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현상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가 25세 때인 1774년, 불과 14주 만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괴테를 순식간에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버립니다. 괴테가 유명세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괴테는 작품 속 주인공인 베르테르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자살하는 친구를 보며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으로 인해 괴테는 14주 만에 엄청난 작품을 써 내려간 것입니다.
이 책이 사회적으로 끼친 영향도 큽니다. 그 유명한 나폴레옹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애독자 였으며, 롯데그룹을 세운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 책에서 큰 감명을 받아 여주인공 이름인 '샤로떼'에서 '로떼'를 따와 '롯데'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샤로떼'처럼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군요. 신격호 총괄회장의 꿈이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우리 사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명석하고 감성적이며 사람을 신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진솔하게 대했던 가슴 뜨거운 청년 베르테르, 그리고 그와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인 빌헬름, 베르테르의 마음 속에 가득찬 샤로떼, 그리고 샤로떼의 남편인 알베르트, 이 4명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특별한 것은 소설 자체가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다는 것입니다. 즉 베르테르가 자신의 속마음을 절친인 빌헬름에게 고백(?)하는 내용을 독자들이 엿보는 형식입니다. 이러한 형식을 서간체소설이라고도 하는데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직접 읽어보게 된 것은 괴테의 로맨스 소설이 궁금해서 였습니다. 읽고 나서는 전체적인 줄거리보다는 괴테의 문장이 더 와 닿았습니다.
- 우리는 신이 우리를 대하듯 어린아이들을 대해야 하며, 신은 우리로 하여금 꿈속을 헤매듯 비틀거리게 할 때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시는 것이라는 진리말이다.
- 세상의 모든 일이란 필경 따지고 보면 하찮고 시시하다. 스스로의 정열이나 욕구에서 나온 것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이나 명예를 얻으려고, 그 밖에 다른 목적으로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언제나 천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괴테는 돈이나 명예만을 얻으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을 보고 천치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스스로의 정열이나 욕구가 아니라 단순 경쟁속에서, 별 생각없이 자란 환경속에서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인생에서 귀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작품속에서 베르테르는 로테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그리고 로테를 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로떼의 곁을 일부러 떠나기도 합니다. 로떼의 곁을 떠난 베르테르는 산책을 즐기며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는 사람의 신분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해서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을 만나도 편안하게 대화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만난 이 중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농부의 이야기에는 흥미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에 그가 살인자가 되었을 땐 그를 변호하는 일을 해서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합니다.
베르테르는 이성적인 인물 같지는 않습니다. 베르테르는 감성적인 인물이며 그 감성을 이성으로 제어하려 했기에 큰 고통을 당했습니다. 베르테르는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이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 쉼없이 묘사합니다. 그의 고통을 여과없이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사랑이야기지만 작품 속 곳곳에 등장하는 괴테의 목소리는 사회에 대해서도 성찰하는 울림을 줍니다.
- 원래 지위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며 가장 상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은 아주 드물게나 있는 일인데,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니, 정말로 어리석은 친구들이다! 얼마나 많은 제왕들이 장관에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장관들이 비서에게 지배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제일 상위를 차지하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것은 남들보다 뛰어나게 통찰을 하고 남들을 손아귀에 장악하여 스스로의 계획을 성취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힘과 정열을 집중시킬 수 있을 만한 수완과 지략을 갖춘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괴테는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전달만 하려 했던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마음껏 쏟아냅니다. 사랑이야기에 세상이야기가 덧칠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괴테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고전의 반열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작품입니다. 좋은 작품이란 읽는 사람과 읽는시기에 따라 받는 감동이 다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 젊었던 괴테의 생각과 세상을 향한 외침을 정제되지 않은 글에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고전이라 해서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잘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세상에 없지만 그의 경험과 이야기는 후세에까지 남아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감동을 줍니다. 사랑은 만국 공통어입니다. 가슴을 후벼파는 사랑이야기, 분명 가슴 아프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기분 좋은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베르테르가 현세에 태어났다면? 재미있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요즘의 사랑은 무게가 어찌될런지도 궁금했습니다. 지금 사랑하시는 분, 사랑을 원하시는 분들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추천합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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