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14
어제 학교에서 안좋은 일이 있었다.
우리 반의 혈기왕성한 네 친구가 폭행 및 돈을 뺏었다는 일에
관계가 되어 방과후 학부모님들이 오시고 피해자 보호자들도
와서 가해학생에게 울분을 토하시고..아이들은 고개를 숙인채로
머리를 맞고..욕을 듣고..부모님들은 부모님들대로 눈물을 흘리시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눈물을 흘리고..
참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난 어제 아침에도 사실 이 네명의 친구들과 대화를 했었다.
1년간의 생활에 대한 선생님의 느낌을 이야기 했고.
이 놈들의 생각을 들었으며..바램 또한 들었다.
나도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바램 또한 말했다.
참으로 흐뭇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바로 오후에 이런 일이 터지니..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학교폭력에 대해 엄중문책하겠다는
위에서부터의 지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과 같이 나중에는 교장실로 갔고
교장선생님은 담임도 징계를 해야 한다는 둥.
김용만 선생님은 얘들을 어떻게 관리했길래 그반에 4명이나
있냐면서 호통을 치셨다.
난 답했다.
'저의 불찰입니다.....'
그후 징계가 어떻고...저떻고..난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난 아이들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난 마음이 편치 않아 밤에 네명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님과 통화를 했고 나의 생각을 말씀드렸고..
나름대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들께서는 되레 나에게 힘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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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졸업식이었다.
난 이 네명의 친구들이 혹시나 학교를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다. 이 친구들중에 찬이와 성이는 가출의
경험이 있었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아이들이 다 왔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난 너무 기분이
좋았다. 행사가 잘 마쳤고 이번일이 다행히 피해자 부모님들
께서도 이해를 해주셔서 해결이 잘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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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찬이와 성이..석이와 진이는 확실히 활발한 친구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찬이와 성이는 가출의 경험이 있고 석이는
싸움을 잘 하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악한
친구들이 아닌 것은 사실하다.
게다가 더더욱 확실한것은 이 친구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석도 안하고 지각도 안하고, 친구들 괴롭히는 흔적도 많이
줄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네명의 친구가 어울려 다닌다는
것이다. 난 이 네명의 친구가 잘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내가 도움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이번 일은 참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학교라는 시스템이..어른들의 사회가..참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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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후 저녁때 많이 힘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집사람이 깨우는 것이다.
'여보 여보. 학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우리집에 오신다는데
뭐라고 할까요?'
'네 그래요? 내가 전화 해볼께요.'
통화를 했더니 우리반 욱이의 아버님이셨다.
5분만 뵈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알겠다고 말씀드렸고
아버님을 기다렸다.
아버님께서 오셨고 나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먼저 꺼내셨다.
욱이가 너무 좋아했다고..아이가 선생님과 축구한 얘기..
산에 간다는 얘기를 하며 참여하고자 한다고..
욱이가 혼자라 외로울 수도 있는데 선생님을 만나 너무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시종일관 감사의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난 너무 부끄러웠으나 한편으론 힘이 났다.
내가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는 것이 아닐수도 있구나..
아버님은 쑥스럽게 오셔서 쑥스럽게 인사하시며 가셨다.
하지만 돌아서시는 아버님의 뒷모습에..미소를 띤 얼굴을 보았다.
나 또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집사람은 옆에 앉아 계속 듣고 있더니 아버님께서 가시고 나자
나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네요. 내가 눈물이 나네요.'
아내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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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들에게 성적표를 주었다. 1년동안의 성적표였고 난
일요일부터 월요일 까지 이틀동안 모든 학생들의 성적표에
부모님들께서 보시는 란에 감사의 글을 적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적었고 희망을 적었으며 감사의 글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모든 학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성적표 보냈습니다. 1년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학년 담임 김용만'
엄청난 답글이 왔고 감사의 전화가 왔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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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단 이틀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다녀온 느낌이다.
사실 지금도 어디에 서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난 적어도 내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난 이놈들을 사랑했었다...그리고 사랑할 것이다.
이 선생질이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이 선생질이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술을 먹고 뭐라고 떠들어대도 난 이미 우리 아이들의
선생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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