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개학. 그리고.

마산 청보리 2014. 1. 25. 15:14

2006.2.6 

 

개학을 했다.

 

어제 밤에 잘때에는 정말 싫었지만 막상 아침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로 향하는 길은 너무나도 설레였다.

 

오늘은 또 눈도 엄청 많이 왔다.

 

조심 조심 걸어서 학교에 도착했고 난 눈덮힌 교정을 카메라에

 

담으며 교실에 들어갔다.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사내들만 모여서 그런지 아기자기한

 

만남인사는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방학 잘 지냈나?'

 

단순한 인사들..

 

하지만 날 보며 고개 숙이는 놈들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보며 난 .. 따뜻함을 느꼈다.

 

이 놈들도 나를 만나 따뜻함을 느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1교시가 가고 2교시가 .. 4교시가 되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단축수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난 아이들에게 아직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4교시 후 교실에 들어가 깜짝 전달을 하고 눈싸움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4교시 3학년 수업을 하고 있는데..체육선생님께서 나를 찾으러

 

오셨다.

 

'김용만 선생님. 지금 10반이 마루가 난리났어요. 아이들이

 

교실에서 눈싸움을 해서 바닥에 물이 흥건합니다. 어떻게 할지

 

몰라서 왔어요.'

 

난 순간 너무나 놀랬고 당황했고 죄송했고..화가 났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교실에 올라가보니(우리반은 4층에 있다.) 아이들은 책상에

 

올라가 벌을 서고 있었다. 난 정말 교실 바닥을 보고 할말을

 

잃고 말았다. 정말 물청소를 한듯 물이 흥건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눈싸움했던 친구들은 뒤로 나가세요.'

 

조용히 말했고 난 혼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25여명의 아이들이 우루루 나갔고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다.

 

'신문지를 깔면 될것 같습니다.'

 

'신문지가 있습니까?'

 

'네'

 

'그럼 그렇게 해 봅시다.'

 

아이들은 신문지를 깔기 시작했고 난 한 친구를 데리고 교무실에

 

신문지를 구하러 나왔다. 체육선생님은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고

 

난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다.

 

체육선생님은 다행히 이해를 해 주셨다.

 

4교시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4교시가 마치고 교실에 올라가 보았다.

 

아이들은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했다.

 

'오늘은 개학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선생님이 여러분을 혼낸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섭이는 선생님의 기분이 어떨것 같아요?'

 

'화가 나셨을 것 같습니다....'

 

'훈이는 선생님 기분이 어떨것 같아요?'

 

'우리들에게 실망하셨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선생님은 지금 무척 화가 났습니다..여러분이

 

이렇게 눈이 오는날에 눈싸움을 하고 싶다는 것은 선생님도

 

당연히 이해합니다. 사실 오늘 수업 마치고 선생님은 여러분들과

 

눈싸움을 할려고 했으니까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눈싸움을 한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화가 난 것은 여러분이

 

눈싸움을 한 후 교실 바닥을 치우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난 겁니다.

 

선생님도 교실에 오면서 어떻게 할까..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선생님의 화난 감정을 이해해주고 선생님도

 

여러분께 선생님의 감정을 전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조용했다.

 

'선생님이 뭣 때문에 화가 난지 알겠습니까?'

 

'네..'

 

'정말 알겠습니까???'

 

'네.'

 

'1학년 10반은 이제 1주일만 지나면 모두 2학년이 될 겁니다.

 

마무리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말 .. 알겠습니까?'

 

'네.'

 

'그럼 이해의 기념으로 다 같이 나갑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렇게 눈이 오는 날 집으로 그날 갈 순 없죠. 가방싸고 나갑시다!'

 

'네!!!!!!'

 

아이들은 우렁차게 대답하고 학교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한바탕 저희들끼리 눈싸움을 했고, 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눈오는 날. 친구들끼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우리 1학년 10반..사랑한다 이놈들아!^-^

 


반응형

'교단일기&교육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밥말기, 그리고 밤.  (0) 2014.01.25
학부모님의 방문.  (0) 2014.01.25
겨울방학.  (0) 2014.01.25
어느 덧 일년.  (0) 2014.01.25
작은 즐거움.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