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천생 광대인 김제동, 그를 만났습니다.

마산 청보리 2016. 11. 25. 07:00


'여러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문득, 2016년. 아직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은 달. 김제동 두손 모음'


책을 펴자 마자 적혀 있는 글귀 입니다. 김제동씨의 글씨입니다. 별 생각 없이 펼쳤다가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만남부터 설레였습니다.


약한자와 함께 하는 그, 김제동


-1974년생, 한 달에 평균 5,000명, 많을 때는 거의 2만명까지도 만난다. 그는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방송인이다. 탁월한 비유를 버무린 솔직한 입담에 사람들이 빵빵 터지다 보니, 지역 축제 사회자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방송인이 됐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서 말할 수 있게 하고, 함께 웃고 우는, 사람들의 가슴을 다독이는 열린 사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김제동씨에 대해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의 단골 초대손님으로 나오는, 단지 말 잘하는 예능인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노무현 대통령 노제에 사회를 보면서 그는 평범한 방송인에서 용감한 방송인이 되었습니다.(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뿐인데 용감하다고 말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합니다.)


그는 용감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꼭 등장해서 평범한 국민들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말들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어록이었습니다.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 덕분에 '토크콘스트'를 시작했다며 자신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제동씨입니다. 토크콘서트 기획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이명박정부'라고 말하는 무한 긍정의 남자, 김제동씨 입니다. 평소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인생철학, 그의 따뜻함, 그의 꿈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아니 그와 더 가까워 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 저는 그게 삶의 품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김제동씨의 세상을 보는 마음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간단합니다. 함께 행복한 세상, 꼴지도 행복한 세상, 판사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세상입니다. 


-그랬습니다. 저는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경영을 하든지 회사 정책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의 매형이고, 누군가의 아빠이고, 누군가의 엄마인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걸 아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경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몰아붙이는 사회가 아니라요. 더운 날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운 날 추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편하게 살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를 인정해 주는 그런 날이....


읽는 내내 뭉클했습니다. '정말로 이런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김제동씨의 책 '그럴 때 있으시죠?'는 참 읽기 쉽습니다. 읽는 이를 위해 쉽고 재미있고, 편하게 쓰인 책입니다.


김제동씨는 책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어찌보면 속상할 수도 있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개합니다. 태어난지 100일만에 아버지를 잃고, 아비를 보낸 자식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과거를 말합니다. 누나 다섯 명과의 가정사도 소개합니다. 행복했던 시절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가정사까지도 공개(?)합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 여러분도 가끔 그러실 때 있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내 약한 부분을 드러내거나 나의 못난 부분을 드러내면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고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요. 교황님의 말씀을 듣고서 '그런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도 힘들고 약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나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주는 것이고, 또 이런 말을 할 용기를 못 내고 혼자 끙끙 앓는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기댈 수 있는 그런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종북이 아니라 경북인 김제동


자신을 빨갱이 종북으로 모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 김제동은 너무 정치적이다라고 평하는 사람들에 대해 김제동은 간단하게 답합니다. 


-시민에게 정치 얘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이잖아요. 시민을 무시하는 거죠. 정치이야기에 원칙이나 기준은 없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술자리에서 얘기하듯이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정치는 특별한 분들만이 특별하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는 생활이라고 흔히들 말하면서 왜 연예인들이 말을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지,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연예인, 공인이 말을 하면 국민들이 선동된다!"


공인이 말한다고 해서 선동될 정도로 국민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집권여당, 대통령이 막대한 언론을 동원해 하는 말에 대해 국민들은 선동되지 않는 걸까요? 모든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불합리한 것에 대해 자유스럽게 이야기 할 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신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제동씨가 말하는 정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김제동씨는 그 누구보다 애국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쉽게 읽은 책


저녁 8시쯤에 책을 펼쳤는 데 밤 11시쯤 다 읽었습니다. 책이 그리 얇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는 데 실제로 김제동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와 대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세상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었습니다.


감동적인 책입니다. 책을 덮은 후 또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아 한동안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김제동과 어깨동무'라는 단체를 알게 된 것도 큰 행운입니다. 김제동, 그는 마이크를 잡고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책을 읽고, 고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동시에 김제동씨와 동시대를 산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가 특별하게 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책의 마지막까지도 겸손했던 김제동씨, 그냥 겸손이 아니라 속깊은 겸손이 진지하게 느껴졌던 책입니다. 김제동, 그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아직 그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그를 알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뜻입니다.


김제동, 그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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