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남강오백리 물길여행, 그 길은 서민의 길이었다.

마산 청보리 2016. 11. 2. 14:32


'남강 오백리 물길여행'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권영란씨로 이전에는 '시장으로 여행가자.'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시장으로 여행가자'는 경남 18개 시,군 20개의 시장에 대해 소개한 책입니다. 


단순히 시장을 소개한 책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장에서의 사람들의 삶을 풀어내고 현실의 전통시장의 의견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소중히 여기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지역, 지역의 사람, 지역의 역사, 지역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남강오백리 물길여행'도 맥을 같이 합니다.


온전한 경남의 강


남강은 500리 길이라고 합니다. 189km이지요. 


남강은 남덕유산 참샘에서 시작하여 임천, 덕천강과 합류하고, 진주에서 잠시 북동으로 물길을 바꾸는 듯 하다가 의령군 기강나루와 함안군 대산면 장포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그 시작과 끝이 경상남도 행정구역 안에서 이뤄지는 온전한 경남의 강입니다.


- 경남 함양, 산청, 진주, 함양, 의령 등 5개 시, 군에 걸쳐 있는데 지역마다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함양지역에서는 남계천과 금호강, 산청지역에서는 경호강이라고 하는 게 그것입니다. 약 189km로 '남강 오백리 물길'이라고도 합니다. 남강은 경남 사람들의 삶의 터전입니다...남강댐을 취수원으로 하는 수돗물 공급은 현재 통영, 거제, 고성, 진주, 남해, 하동 등 총7개 지역 서부경남 약 60만명의 주민에 이릅니다.(본문 중)


저자는 남강을 사랑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남강에 대해 기록하고자 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은 책 곳곳에 나타납니다.


- 남강 유역 사람들은 말한다. "남강은 남덕유산, 지리산 두 명산에서 나는 수백 가지 약초 뿌리들이 썩어 흘러내려온 것."..남강은 남덕유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을 쥐어짜듯이 한데 모아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에서 첫 물길을 이루었다. 그리고 남강 오백리 물길 여행을 시작한다.


남강길을 걸어오며 저자는 많은 역사를 만납니다. 


함양 상림에서 최치원선생을 만나고 남강의 주요 지류인 임천을 지나며 근현대사 속 지리산 빨치산의 활동 흔적과 산청, 함양, 거창에 이르는 민간인 학살사건을 만납니다. 


인월면 피바위 위에서 이성계를 만나고 백장골을 지나며 변강쇠를 만납니다.(변강쇠전의 배경에 대해서는 남원시와 함양군의 주장이 다릅니다.)


실상사에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와 지리산댐 반대,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 반대 현수막을 만납니다. 생초면 하둔마을에서 새마을금고 발상지를 만나고 진주의 남강을 지나며 기개 높은 진주 여성들의 역사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제방으로 난 농로 겸용 자전거 도로를 따라 대곡마을 둑길 쉼터에 이르렀다. 들판에서는 열댓 명의 사람들이 오후 새참을 먹고 있다. 대부분 머릿수건을 둘러쓴 아지매들이다. 


"지금 심는 기 마 아입니꺼. 이거는 이리 모래땅에서 잘 자랍니더. 우엉도 마찬가지고, 우엉은 지금쯤 애기 손바닥처럼 싹이 나올끼고..옛날부터 짓던 농사라예. 근데 몸에 좋다는 기 소문이 안 나서 모리더만 몇 년 전부터 소문이 나기 시작하니 마, 우엉 불이 납니더. 땅속식물이라 약도 안 치고 좋다아입니꺼. 인자사 30년 농사지은 거 보상받는 거 같네예."

<산청군에서> 사진출처 : 권영란 개인 페이스북


예로부터 남강의 곁에선 사람들이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말그대로 '남강', 강에 대한 서술이 위주인 환경보고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 책은 '남강'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남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경남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를 훑은 기분입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때로는 자연에 대항하며 살아온 민중의 역사입니다.


저자는 189km에 이르는 500리의 남강을 여행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남강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어찌 보면 역사적 사명을 띄고 책을 쓴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저자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명문장이라고 생각됩니다.


-낙동강이다. 물빛이 다르다.


지금까지 기록물이 없었던 남강


남강은 낙동강 입장에서 보면 서부경남에서 흘러나온 지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규모로 보나 유량으로 보나 낙동강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한 남강이지만 사람들과 함께 한 삶은 낙동강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낙동강이나 섬진강에 비해 유독 남강에 대한 기록물이 없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옴으로서 남강의, 아니 남강과 함께 살아온 민중들의 삶이 세상에 나온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밑줄을 많이 그어가며 읽은 책입니다. 눈으로만 읽고 지나가기엔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작가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연락이 닿았고 몇 가지를 여쭈었습니다.


<'남강오백리 물길여행'의 저자 권영란님> 사진출처 : 권영란 개인 페이스북


- 반갑습니다. 책 잘 읽었습니다. 문체가 참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글은 쉽게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쉽게 쓰여질 때도 있었지만 잘 안 풀릴때도 있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재차 확인 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즐거웠습니다. 의미도 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 남강길을 따라 여행하신 시간은 어느정도 되시는지요? 그리고 집필 기간도 궁금합니다.

  2014년 4월에 기획했고 5월부터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월부터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지역의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이라 2주일에 1회 1면씩 보도를 했었습니다. 그로부터 취재와 보도가 반복하여 2015년 7월에 신문 보도가 끝났습니다. 


- 책을 읽어보면 각 지역마다 그냥 지나침이 없이 지역의 역사 등을 빠짐없이 기록하셨는데 어떤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셨는지요?

  사전에 지역 향토지나 지자체 마을 현황 등 여러 자료를 종합했습니다. 하지만 기록에 의존하기 보다는 주변 마을과 살고 계신 분들의 인터뷰에 더 중심을 두었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현장성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 이 책을 어떤 심경으로 쓰셨는지, 그리고 책을 다 쓰고 나서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남강 물길을 따라 걷는 것 만으로도 그저 즐거웠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와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아버지 건강도 안 좋아지시고 저도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1년 넘게 하는 여행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책을 다쓰고 나서는 남강에 대한, 이 지역에 살고 있음에 대한 제 속의 애정을 확인한 느낌이었습니다. 


- 답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기대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행서로도 훌륭한  책


지역이 소중하듯, 지역의 하천도 소중합니다.


한강이 소중하듯, 낙동강이 소중하듯, 서부경남 분들에게는 남강이 가장 소중합니다.


<남강과 진주성> 사진출처 : 권영란 개인 페이스북


저자가 여행한 것은 단순히 500리의 물길만이 아니었습니다. 


500년 아니 그 이상의, 지역의 역사를 경험한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때 700권만이 나왔다고 합니다. 수익을 위해 세상에 나온 책이 아닙니다. 


기록으로서의 소장가치가 높기에 세상에 나온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소장가치가 아니라 여행서로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둘레길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남강 500리길도 도보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길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걸으면 전혀 다른 길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민중의 삶을 알고픈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팔도 방방곡곡에 의미없는 장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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