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경남꿈키움중학교의 특별한 신입생 맞이.

마산 청보리 2016. 3. 15. 07:00

새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은 축하받아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모두가 바쁘고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세상에, 새학교에 가니 설렌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들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님의 두려움도 아주 큽니다.


"이 어린 것이 학교 적응을 잘할까? 학교폭력을 당하진 않을까? 왕따되진 않을까? 담임 선생님께선 어떤 분이실까?"


부모님과 학생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님들은 집에서 걱정을 하시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매일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학교에서는 입학식을 간단히 하고 바로 정상 수업을 시작합니다. 선배들과 한번에 인사를 하기도 하지요. 큰 학교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다릅니다. 시간과 여유가 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는 입학식을 한 후 아이들이 바로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관련글 : 2016/03/11 - [꿈키움이야기(대안학교)] - 경남꿈키움중학교의 조금은 특별한 입학식을 소개합니다.


일 주일 정도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신입생 맞이 주간'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학교에서는 대안교과 선정 등 학교 생활 관련 OT를 하구요. 학생회에서는 선, 후배가 친해질 수 있는 꺼리를 준비합니다. 


올해의 학생회도 두가지 아이템을 준비했더군요. 그 내용이 재미있어 소개합니다.

입학식 다음 날인가? 방송에서 전체 학생들은 강당으로 모여달라는 학생회장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은밀히 말하면 강제 참석이 아닌 오고 싶은 사람은 꼭 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오셔도 됩니다.'라는 말에 용기를 내어 강당에 가봤습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전지에 무언가를 적고, 그리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학생회 아이들이 1학년 포함, 2, 3학년 아이들의 조를 미리 짜서 입구에 붙여 두고 조별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제는 '경남꿈키움중학교' 였습니다. 학교하면 생각나는 것, 중학생활하면 생각나는 것, 친구 얼굴 그리기 등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같이 즐거웠습니다. 

조별로 활동이 끝난 후 조별 발표를 했습니다. 엉망징창으로 보이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아이들의 표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별로 발표할 때 다른 친구들은 발표를 들으며 함께 웃고 야유도 보내고 즐겼습니다. 1학년들도 서로 어색한 상황에 다른 조의 발표를 함께 보고 웃으며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 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웃음만큼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보시다시피 선생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학생회에서 기획하고 아이들이 진행한,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이 활동을 선생님들이 기획해서 아이들을 동원하여 진행했다면 아이들이 이렇게나 즐거워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이 직접 해야 행사는 재미있는 거구나.' 라는 확신도 다시금 들었습니다. 


학생자치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게 지원해주고 믿어주는 것, 이것이 학생자치입니다.

다음 날에는 작은 체육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것 또한 학생회에서 준비한 것이고 쌍쌍피구를 했습니다.

온 강당이 시끌벅적했습니다. 올해 신입생 42명이 들어오니 정말 학교가 꽉찼습니다.

피구를 못하는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하며 놀기도 했구요.

승부욕 강하고 함께 놀기 좋아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거창한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닌 피구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새로오신 체육선생님께서 심판을 봐 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딱! 여기가지! 심판까지였습니다. 


학생자치로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하여 진행하며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서로를 배려했습니다. 3학년은 어엿한 언니, 오빠, 형아가 되어있었고, 2학년도 작년의, 1학년때의 어색함이 없어졌습니다. 새내기들도 어색함은 뒤로 하고 이 날 만큼은 신나게 놀았습니다.


학생회에서 준비한 이러한 행사로 모든 새내기들이 행복해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선배들이 1학년들과 친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느꼈을 것입니다. 


선배들이 자신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준비했고 선배들과 함께 놀며 학교가 더 이상 두려운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어느 덧 아이들이 개학하고 입학한 지 3주째가 되어 갑니다. 아이들의 상황은 말만 걸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경남꿈키움중학교 1학년들은 어색해 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온 학교 구석구석을 1학년들이 장악(?)하여 놀고 있습니다. 선배녀석들도 1학년 아이들과 삼삼오오 다니며 학교 소개와 선생님들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1학년 아이들이 저만 보면 웃으며 지나가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각 학교의 입학식과 신입생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학교의 특성에 맞게, 상황에 맞게, 입학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과정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1학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수업일수와 교육과정이 아니라 선배들과의 인간적 관계 형성, 학교 선생님들과의 친분형성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1학년들은 분명 새로운 가족입니다. 새로운 친구입니다. 새로온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 사람들의 다가감입니다.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고 행복해질때, 학교는 더욱 행복한 곳이 될 수 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