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청보리' 여행이야기

세상속 다른 세상, 홍동마을 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6. 2. 13. 13:03

시간이 좀 지났군요.


지난 1월 29일 30일, 1박 2일 동안 충남 홍동마을에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홍동마을에서의 게스트 하우스에 관한 소개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2016/02/04 - [사는이야기] - 마을공동체 홍동마을의 갓골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합니다.


이번 글은 홍동마을에 관한 소개글입니다.


충남 홍동마을은 전국 최초 유기농업 특정구역으로 선정된 곳으로 마을 스스로 자립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곳은 "위대한 평민을 기른다."는 목표로 세워진 풀무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마을에는 풀무학교 졸업생들이 졸업 후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 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습니다. 아내가 먼저 추천했고 호기심이 일어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마을 입구의 표지판부터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을 바닥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있었고 이 곳은 아이들이 뛰노는 마을길이라는 안내와 함께 '천천히'라는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차보다는 사람을 중시한다는, 그리고 그 실천의지가 느껴져 좋았습니다. 일반 도시에서도 꼭 학교 근처뿐만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에는 이런 표지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갓골 마을'소개글입니다. "현재와 미래를 살릴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이야기로 마을을 가꾸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는 문구가 따스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우리마을 발표회'하는 날에 맞춰서 갔습니다. 발표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 지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간 덕분에 발표회를 참관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발표회가 열렸던 장소인 '밝맑도서관'은 꼼꼼히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했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1층에는 아동용 도서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베스트 셀러들로 구성된 도서관은 아니었습니다. 고전, 문학, 인문학 서적들이 다수 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공간이 아이들이 책을 볼 수 있는 방처럼 꾸며진 이쁜 공간입니다. 아동용 서적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홍동마을은 분명 농촌입니다. 그런데 도서관 한 켠에 '2015 우리 마을 사람들이 뽑은 올해의 책'을 전시해 두었더군요. 대부분의 책이 탈자본, 친환경, 친인간 등 인문학 서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마을의 농부들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책을 참 많이도 읽는 분들이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저희가 구경갔던 대부분의 장소에서도 책은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홍동마을은 마을 자체가 거대한 도서관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추천한 서적 중 일부입니다.

홍동마을은 밝맑 이찬갑 선생님의 정신을 계승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 도서관의 이름도 밝맑도서관인 것은 이찬갑 선생님을 기리는 뜻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도서관 한켠에도 이찬갑 선생님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홍동마을에는 참 많은 동아리가 있다고 합니다. 도서관 한 켠에는 지역 아카이브반의 활동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동아리가 많아서 마을분들은 개인이 원하는 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는 것에만 함몰된 것이 아닌 자신을 계속 깨워 가는 마을이었습니다.


밝맑 도서관을 나오면 바로 앞에 작은 헌 책방이 있습니다. 이름하야 '느티나무 헌책방', 조심스레 들어가 봤습니다.

느티나무 헌책방은 무인 서점입니다. 사람이 없고 책만 있습니다. 공간도 그리 크진 않지만 풍족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가 사진을 좀 잘 찍은 것 같네요.^^; 실제로 가보면 공간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쁜 곳입니다.

놀라운 것은 느티나무 헌책방에 출판사가 있다는 것인데요. 그물코 출판사가 그것입니다. 저는 1인 출판사로 알고 있는데 '자발적 가난'이라는 책도 그물코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 알고 깜짝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곳에서 4권의 책을 샀습니다.

느티나무 헌책방 바로 옆에 가보면 '풀무학교 생협, 자연의 선물가게'라는 쇼핑센터가 있습니다.

풀무학교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이고 실제 마을 사람들의 생산물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제품군이 다양했습니다. 빵도 굽고 있었구요. 저의 아내가 좋아했던 기억이 다시 나는군요.

꽃나무교실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유기농 허브차와 솔트가 소개되어 있더군요. 신기했습니다.

밀양의 이야기를 여기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산대에는 '녹색당' 명함이 있었습니다.

쇼핑을 하고 나오니 저희 딸래미가 동네개들과 놀고 있더군요. 누가 누구를 데리고 노는 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신나하고 강아지들도 신나했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놀 수 있는 곳, 바로 홍동마을 입니다.

홍동마을은 풀무학교가 세워진 이래 학교를 구심점으로 비슷한 철학을 가지신 분들이 하나 둘 모이며 이 시대의 대안을 찾고 실천하며 사는 마을입니다. 풀무학교가 50년의 역사를 가진다고 하니 이 마을도 50년 동안 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고 신선했으며 또 다른 희망을 보았습니다.


결국 많은 자본만이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니며 많은 자본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대안을 보고 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평일날 갔습니다. 상당히 조용했습니다. 눈도 소복히 쌓여있었습니다.


어둠이 빨리 깔리고 해가 일찍 뜨는 곳이었습니다.


동네의 어디를 가든 외지인으로, 경계의 눈으로 우리를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가리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엔 욕심이 아닌 평온함이 있었습니다. 쫓기는 빠름이 아닌 생활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물론 저희가 방문한 시기가 농한기여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홍동마을이 충남이 아니라 경남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홍동마을이 자체의 범위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 새로운 홍동마을이 계속 생기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추후에도 홍동마을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 때에는 홍동마을에 관한 공부를 좀 하고 방문하고 싶습니다.


이 곳은 저에게 또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세상 속 다른 세상, 홍동마을입니다.


홍동마을의 조용하지만 세상을 향한 옳은 외침에 귀기울일 때입니다.


인간은,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고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세상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시는 분, 인간의 정이 그리우신 분, 위대한 평민이 궁금하신 분들께 홍동마을의 방문을 추천합니다.


이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형태로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며,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홍동마을의 평온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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