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과학의 날 행사.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53

2005.4.2 

 

오늘은 전교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과학의 날 행사가 있는 날.

글짓기, 그림그리기, 만화그리기를 신청한 아이들은 교실에서

참여하고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물로켓, 자연관찰, 브레드 보드,

과학상자를 하는 친구들은 해당 장소에 가서 행사에 참여했다.

우리반은 다른 반과는 달리 거의 모든 친구들이 나가서 참여했고

교실에 있는 친구는 4~5명정도였다.

난 아이들 나갈때마다 크게 말했다.

'10반 화이팅!!!열심히 하고 돌아오시오!!!'

아이들도 '넵!! 알겠습니다.'

하며 출전했다.^^;;

그리고 난 사진을 찍으로 돌아다니며 우리 아이들이 보일때마다

격려하며 사진을 찍고 그랬다.

그런데 이럴수가!!

우리반 한 친구가 바닥에 침을 뱉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그것도 이 친구는 전에도 교실에 침을 뱉기에 경고가 있던 상태.

난 흥분했다.

'이리와! 이 녀석이 .. 침을 뱉으면 곤란하다고 그랬지!'

'네..'

'마치고 봅시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드디어 시간이 지나 종례시간 ..

다른 아이들 모두 수고했다고 하고 집으로 보냈다.

하지만 아까 침을 뱉은 친구와 그 주위의 6명의 친구는 남으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상당히 의아해 했다.

'선생님 우리가 뭐 잘못했나요? 뭐라고 하실 건가요?'

'아니 여러분 뭐 잘못했나요?'

'아니요..'

이 7명에는 우리반 반장, 부반장, 바른생활 대장 아이도 끼어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친구들이 우리반 친구들에게 혹시나 악영향(?)

을 끼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던 상태였다.

난 사실 아까 침뱉은 아이를 어떻게 지도할까..고민하다가

나머지 친구들과 함께 집단 상담을 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

아이들에게 개인당 한장씩 A4 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 하였다.

'그림 잘 못그리는 데요. 어떻게 그려야 되나요? 색칠도 해야

합니까? 팔 다리도 그려야 되나요?'

오만 질문들이 쏟아졌다.ㅡㅡ;;

'모두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그리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별명도 하나씩 정해보세요. 그리고

그 그림 위에 자신의 별명과 본명을 적고 한명씩 발표해봅시다.

자~5분후에 발표하겠습니다.'

얼어있던 아이들은 이때부터 신이 났는지 재잘대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귀여웠다. 이 이쁜 놈들에게 왜 내가 화가 났을까...라는 반성도

되었다.

5분이 지났고 한 친구씩 발표했다.

난 질문을 하나씩 했다.

'그림에 보니 안경을 썼네요. 근데 재섭이는 안경을 안 써잖아요.

무슨 뜻이 있나요?' '안경쓴 친구들이 멋져보여서 그렸습니다.'

'재섭이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던 모양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별명을 '바보'라고

정해서 발표를 하는 것이다. 물어보았다.

'종민이는 왜 별명을 바보라고 했지요? 선생님이 상당히 궁금하네.'

'네 집에서 부모님께서 저보고 계속 바보라며 뭐라 하십니다.'

'그래요? 왜 그럴까요? 선생님이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세히

말해줄수 없을까요?'

'맨날 느릿느릿하다면서 바보라고 하십니다.'

'종민이는 그 말을 듣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 동생한테는 이뿌다고 하시고 저한테는 맨날 꾸중하셔서

동생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그 웃음이 그리 유쾌해 보이진 않았다.

'종민이가 마음이 많이 아팠겠군요.'

'네....'

종민이의 얼굴에서 슬픔이 보였다.

'하지만 종민이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렇게 잘 지내는 것을 보니

선생님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네요. 종민이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웃는다.

--

7명의 학생들의 별명과 그림소개가 끝났다.

난 마지막으로 칭찬샤워를 시도했다.

예상외로 아이들이 잘했고 좋아했다.

저희들끼리도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는지 놀라움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 친구에게 칭찬샤워가 끝났고 난 마무리를 할려고 했다.

하지만 내 옆에 앉아 있던 한 친구가 말했다.

'이제 선생님 차례입니다.'

'선생님도 할까요?'

'네~~!!'

난 예상외로 이 귀여운 7명의 아이들로 부터 예상치 못한

칭찬들을 들었다.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

아이들은 침을 뱉을 수가 있다. 그리고 나 또한 화를 낼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실타래를 푸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 집단 상담이라는 .. 아이들에게는 최초로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했었고 결과는 ..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오늘 또 하나를 배웠다.

'내가 만약 침뱉은 친구만 남겨서 혼을 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집단상담을 했던 것처럼 기분이 좋았을까?'

어떤 방법이 최선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이놈들에게 화가 나도 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감동적인 사실을 배웠다.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 내가 잘 지도해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임하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렇게 건강한 놈들과 함께 생활하는 나는..

참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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