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반장선거.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51

2005.3.14 

 

요즘 학교 폭력 근절 기간이라 해서 학교에서도 상당히

예민한 상태다.

해서 아침 조례도 길어지고..경찰에서 높으신 분도 오셔서

일장 연설을 하셨다.

날도 춥고 아이들은 떨고 있는데 경찰 높으신 분의 20여분의 긴

연설이 아이들의 이해에 어느정도의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이 간다.

아무튼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갔고 오늘 7교시는 반장선거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집에 가지않고 반장선거를 위해 1시간 더 남아있었던

것이다.

음..

사실 저번주에 공고를 했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반장선거를 할 예정이니 여러분은 어떤 친구가

적격자인지 잘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친구는

연설할 내용 등을 미리 생각해서 오세요.'

말은 해두었지만 당시 아이들 분위기가 싸~해서 후보가 있을런지

의문이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반장은 1년 동안 우리 반 친구들에게 봉사를 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오늘은 반장을 뽑는 날이니 관심이 있는 친구는

스스로 손을 들어 주세요.'

'선생님!'

'왜 효문아?'

'친구가 추천을 해서 당선이 되었는데 본인이 하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 네. 그런 경우에는 반장을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생각에는

적어도 스스로 원해서 하는 친구를 원합니다. 억지로 한다면

반 친구들이나 아니 본인에게도 힘들꺼예요. 그럴경우에는

선거를 다시 하겠습니다.'

'네.'

'선생님!'

'응 왜 그러세요?'

'반장에 성적은 어느정도 되어야 합니까?'

'성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손을 들어 봅니다.'

'봐라! 성적은 안 중요하다고 했잖아.'

저희들끼리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튼 손을 들었고

헉! 예상외의 결과들이 나타났다.

한명...두명..세명...

무려 다섯명이나 손을 든 것이다.

그것도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의 녀석들이..^-^

연설을 들었다.

한 친구씩 나올때마다 인사를 하고 유권자들은 다 같이 환영의

박수를 쳤다. 후보자들은 진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의 소견을

발표했다. 5명의 소견 발표가 끝나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2명의 선거관리 위원을 선출했고 이 친구들은 투표용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투표가 끝난 후 선거관리 위원인 2명의 친구들이 나와 함께

개표를 시작했다.

한 친구는 후보 번호를 발표하고 나머지 한친구는 확인했으며

나는 칠판에 적었다.

흥미 진진했다. 2명의 친구가 엎치락 뒤치락..한표 앞섰다가

뒤졌다가..'우와~~~와우!~~~'아이들의 함성도 이어졌다.

나도 사실 엄청 스릴을 느꼈다.

어느 새 두 후보의 표수가 같아졌고 미개표 용지는 단 4장!!

첫번째 두번째 용지는 다른 번호의 후보자에게 갔고 나머지 2장중

한장은 2번 후보에게 갔다. 그리고 마지막 한장은...

뚜구뚜구뚜구뚜구뚜구!!!!!!!!!!!

두명의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자에게 갔다.

따라서 결과는 2번 친구의 당선!!!

'와~~~~~!!!!!!!!'

축하의 박수가 터졌다.

부반장이 될 친구와 반장이 될 친구는 함께 나와 각오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리곤 1년간 열심히 잘 하겠노라고.

우리 반 모두가 함께 하자고 하며 나와함께 우린 손을 서로 맞잡고

아이들에게 큰 인사를 했다.

역시나 큰 박수소리~~~^--^.

----

사실 반장선거를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말했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친한 친구라고 표를 던지는 것은 옳은 것

같진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각 친구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잘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반을 위한 참 일꾼을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반 반장으로 선출된 친구는 공부 빼고는 다 잘하는

친구 같았다.^-^;;

하지만 난 오늘 알 수 있었다. 이 놈들은 친구들을 볼때 적어도

아직까지는 성적으로 보지 않았다. 이 놈들은 친구들을 볼 때

그 친구 자체를 보고 있었다.

오늘도 난 또 하나의 사실을 배웠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나날이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보면 한번씩 대견스럽다.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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