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대안 경남꿈키움중학교

등산의 또 다른 매력

마산 청보리 2015. 7. 2. 07:00

경남꿈키움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심신건강과 자연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키 위해 매달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전일제로 실시합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벗어나 이 날은 대자연속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산을 오르지요. 올해 등반한 산으로는 진주 작당산, 만수산을 등반했습니다. 그리 높은 산들은 아닙니다. 400~500m 정도 되는 편안한 산들입니다. 하지만 등산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이 또한 높은 산입니다. 올라갈 때는 상당히 힘들어 하지만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표정은 다들 상쾌합니다.


지난 6월 24일에는 고성에 있는 연화산 등반을 했습니다. 몇 차례 산행을 해서 그런지 아이들도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거리가 있어 버스를 대절하여 연화산 입구까지 이동했습니다.


연화산 등산 안내도만 봐도 산의 규모와 이번 산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선생님, 이 산 힘든거 아니예요?"


"(뜨끔) 아니야, 그림이 복잡할 뿐이지 높이는 완만한 산이야."


"왠지 험해 보이는 데요?"


"그렇지? 험해 보이지? 잘 봤어. 그게 바로 평면 그림의 한계야. 아마 이 산의 형태를 3D로 봤다면 그런 생각 안 들껄?"


"아. 그렇군요. 선생님 같이 가요."


"오야, 같이 가자."


본의 아이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면 듣는 다양한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누가 기숙사에서 이런 장난을 쳤단 이야기, 누가 몰래 과자를 먹은 이야기 등 아이들의 입은 쉴 새가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올라가도 금새 지칠 수 밖에요.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고, 맞장구치며 올라가는 것 뿐입니다.

이 날 이동경로는 연화2봉을 거쳐 연화 1봉, 느재고개, 연화산 정산, 남산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였죠. 선생님들에게도 쉽지 않은 코스였습니다. 나름 험한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평범한 일은 아니니까요. 아이들을 격려하며 천천히 올랐습니다.


느재고개를 넘어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은 급식소에서 주먹밥을 싸 주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나무들에 쌓인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는 점심은 꿀 맛이었습니다. 밥이 많은 친구들은 나눠주고, 적은 친구는 얻어먹으며 조잘대며 밥을 먹었습니다. 정말 한시간의 식사시간은 모두에게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연화산 정산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약간 처진 후발대로 산을 올랐는데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짐을 들어주고, 위험한 곳은 손을 잡아 서로 끄는 모습들을 보며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함께 산을 오르는 동료를 배려하는 행동이 절로 나오는 것, 이것이 등산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침 9시에 출발한 산행은 3시쯤 끝이 났습니다. 정상에 다다른 후, 하산 하는 길에 한 용기있는 여학생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작은 트럭아저씨가 차를 세워주셨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비호같이 차를 얻어타는 아이들.


모두들 신나게 트럭에 타서 이번 등반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등반을 싫어합니다. 


"선생님, 비온 다는 데 등산가요?"


"좀 낮은 산 가면 안되요?"


"등산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하산한 후 학교로 돌아오는 길은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힘든 산행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고, 또 그 산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쌓기 때문이죠. 


지금은 힘들지 모르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자랐을 때 중학 시절의 등반이 소중하고 힘이 되는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힘들다고 하지만, 투덜투덜 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친구들의 손을 잡고 오르는 놈들을 보며 조용한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들은 악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솔직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산만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산도 오르고 친구들과의 우정의 산도 함께 오릅니다. 교실에서 보는 아이들과 산에서 보는 아이들은 또 다릅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같이 산을 오르며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교실에선 문제아라고 해도 등산할 땐 모범생일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고 이해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넓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남꿈키움학교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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