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감천초등학교의 소리없는 외침.

마산 청보리 2015. 5. 31. 00:01

경남은 아직도 시끄럽습니다. 홍준표 도지사의 '감사없인 지원없다.'는 논리로 시작된 무상급식 지원 폐지 때문인데요. 경남도는 예산이 없다고 했지만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추진중입니다. 돈이 없다고 하면서 어찌 다른 형태로 대상자들을 선별하여 년간 50만원 정도의 지원사업을 펼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무상급식에 대해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로 말이 많습니다. 이 와중에 무상급식이 폐지된 후부터 5월까지,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 꾸준히 무상급식을 부활해야 한다고 운동하는 곳이 있어 찾아봤습니다. 창원 내서읍에 위치한 감천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님들 입니다.

이른 아침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감천초등학교 학부모님들


감천초등학교는 도심인근에 있지만 전교생이 76명인 작은 학교입니다. 한때는 전교생이 20여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위기로 몰리기도 했지만 학교를 살리자는 지역의 운동으로 인해 전교생이 많이 늘었고 학부모님들의 교육활동 참여도 활발한 학교입니다. 한 학년의 학생수가 10명 안팎이고 6년을 같이 올라가다 보니 학부모님들간의 단합도 상당히 잘되는 편이었습니다.


감천초등학교는 4월부터 5월 22일 까지, 매주 금요일 삼계 근린공원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모여 학교까지 걸어가며 무상급식 선전전을 했었습니다. 시간은 대략 4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이 운동을 함께 하고 계시는 감천초학부모회장이신 '도미진'어머님을 만나봤습니다.


매주 아이들과 걸으며, 내서의 각 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선전전을 하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네 솔직히 힘듭니다. 저희들도 많이 지쳤고요. 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은 무상급식이 원래대로 될때까지, 서로 도와가며 이 운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다만 날이 많이 더워져서 아이들이 아침에 걷는 것이 힘들어 졌기에 걷는 운동을 다른 형태로 전향할 생각입니다. 오늘은 단오도 앞두고 해서 부채에 무상급식 기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부채에다가 무상급식의 염원을 적고 있는 아이들


주위에서 아이들을 선동한다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을 선동한 적도, 강요한 적도 없습니다. 오늘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하는 아이들, 원하는 학부모님들만 참가하십니다. 저희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하나입니다. '급식도 교육이다. 무상급식 실시하라.'입니다. 개인적으로 경남도가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만큼 가치로운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운동은 언제까지 하실 생각이신가요?

-무상급식이 정상화 될 때까지 할 생각입니다.


이우완 감천초 급식대책위원장의 말씀을 들어봤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이런 상황이 되어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사실 학부모님들만 힘을 보태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밥을 얻어먹는 수동적인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밥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모든 행사를 기획, 진행함에 있어서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존중합니다.

아이들에게 부채 그리기 행사에 대해 설명중이신 이우완 감천초 급식대책위원장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5월 29일 아침 8시에 만난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으며 부채를 나눠주고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부모님들의 표정도 밝았습니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이런 활동 자체가 소모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남에서의 무상급식문제는 아직 진행중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라 세금을 돌려받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5월 29일 현재 경남에서 진주와 합천에서는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가 통과되었고 산청군에서는 경남도 최초로 무상급식의무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지자체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 이번 사례를 통해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감천초등학교는 작은 학교입니다. 학부모들도 적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소리없는 외침은 내서읍을 넘어 마산, 창원, 경남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외침을 어른들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급식도 교육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