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이별 아닌 이별.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42

2004.12.15 

 

1교시 마치고 교실에 올라가 보았다.

나를 보자 아이들이 뛰쳐나와 서로서로 말한다.

'선생님! XX하고 XX하고 싸웠어요!!!'

'제가 말렸는데도 계속 싸웠어요!!'

'XX가 싸움 붙였어요!!!'

난리도 아니었다.

어제밤엔 우리반 부반장친구가 반장한테 울면서 전화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걱정어린 문자가 와서 그 친구에게

전화해보니 어머니께서 받으셔서 부반장 친구가 아버지께

꾸중듣고 울면서 나갔다고 했다.

찾으러 다니신다고..혹시 어디있는지 알게 되면 연락달라고

하셨다. 나름대로 알아봤으나 도저히 알수 없었다.

걱정스런 맘으로 있었는데 나중에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곤 그 친구 오늘 몸살이 났는지 학교에도 늦게 왔다.

마음이 아팠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는데

싸웠다고 이놈들이 쌩 난리를 치니 기절하는줄 알았다.

우선 두 친구를 불렀다.

그러자 아이들이 이놈들을 데리고 오며 저희들끼리 말한다.

'상담받아바라~'

훗...

웃음이 나왔다.

두친구는 이미 화가 많이 풀린 듯 하였다. 웃으면서 오는 것이다.

'사소한 것으로 싸웠구나.'..라는 생각도 스쳤다.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일이고? 선생님이 궁금해서 그래'

'자는데 머리를 때렸어요'

'수업시간에 계속 자잖아요. 그래서 일어나라고 머리를 건더렸어요.'

'니가 언제 건더렸노 세게 때렸잖아!!'

'지금은 어떻노? 홍이와 규는 보통때도 많이 싸웠던 거야?'

'아니요.' 둘다 대답한다.

'선생님이 듣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어때?'

'그래요. 별 문제도 아니었어요.'

씩~웃는다.

'칵마!!!그래 싸울수는 있지만 오해를 푸는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선생님이 보기엔 홍이와 규는 이미 오해가

풀린 것 처럼 보이는 데 어떻노?'

또 씩~웃는다.

'괜찮다. 혹시 홍이와 규중에 아직 억울한 거니 갑갑한 게 있니?

선생님이 모르는 사실중에? 혹시 선생님이 모르고 지나가서

두 친구중에 한 친구가 힘들어 할까바 물어보는 거예요.'

'없어요.'

어느 새 주위에 우리 반 놈 몇 놈이 와서 구경하고 있다.

'되따. 이 놈들이 저희들끼리 알아서 잘하네! 선생님도 마음이

놓이네요. 수업준비 합시다.'

'네~~~!!!' 하고 달려간다.

----

어제는 두 친구가 한친구를 계속 놀린다고 놀림을 당하는 친구가

사이버 대화방에 글을 올려놓아 이 세친구와 방과후 얘기를 했었다.

놀림을 당했던 친구는 많이 힘들었는지 눈물을 흘렸고

놀렸던 친구도 상대 친구가 이렇게 힘들어 했는지 몰랐다며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이 친구는 놀림을 당하는게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리는 친구에게

싫다고 의사 전달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즉 세 친구는 서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친구는 재미있다고, 친구가 힘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놀림을 당한 친구는 두 친구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의 대화로 세 친구는 오해가 풀린 것 같았다.

놀림을 당했던 친구는 대화 마지막쯤에 '이젠 마음이 많이

풀렸어요.'라고 느김을 전달했고 두 친구도 정말 미안했다고..

너를 무시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자기네들끼리 얘기했다.

난 가운데서 몇가지 질문을 하며 서로에 대한 생각 표현을

도와주었다.

---

우리 반은 좋은 반이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소란은 좀 엄청난 모양이다.

지금은 학기말이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생각에

대해서 얘기 중이다.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고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있다.

내가 반 아이들과 잘 하고 있는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오늘 싸이버 대화방에 놀림을 받았던 그 친구가 남긴

글을 보고 난 확신이 들었다.

난 잘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반에서는..^-^

그 친구는..

이제 1학년이 얼마 남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1학년 8반 홧팅!

이라는 글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우리 8반 놈들과 이별아닌 이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원 섭섭하다.

요즘따라 시간이 참 빨리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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