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마지막 수업.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43

2004.12.25 

 

어제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하면서 나의 교육철학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책상을 모두 돌리라고 했다.

교실 뒤를 마주보고 앉은 책상..

그리고는 말했다.

'여러분. 선생님의 부탁이 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아주면 선생님이 참 고마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감았고.. 난 조용히 말했다.

'여러분들은 7년째 학생이라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7년동안 한분야에 종사하면 프로 또는 전문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전문 학생들입니다.'

히히히~~

장난스럽게 들리는 웃음소리들..^-^

계속 말했다.

'이 교실은 20여평 남짓합니다. 이 공간은 여러분들의 꿈을

펼치기에는 참 좁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꿈은

이미 여러분 자신에게서 부터 크~~게 자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꿈...여러분들의 학교생활..여러분들의 친구..

모두다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2004년 마지막 시간입니다.

해서 1년간 생활하며 친구들에게 못다했던 말들이 있으면 여기

앞으로 나와서 말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원하는

친구는 나와서 말을 하면 좋겠습니다.'

조용했고..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손이 불쑥! 올라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정말 말이 너무 많았던 중이라는 친구였다.

'해보렴'

'저는 누구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계속 저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앞으론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더욱 더 성실히

학교 생활을 하겠습니다.'

'와~~~'박수가 터졌다.

그리곤 이름이 나왔던 친구가 나와서 하기로 했다.

....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짧아 모두 하지는 못했다.

그중에 경이의 말이 기억난다.

경이는 반장으로써 성실히 잘했고 12월달에는 일부러 영이를

옆에 앉혔다. 나름대로 영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경이가 말했다.

'전 여러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이의 경우

처음에는 싫었지만 계속 이야기 하다 보니 영이를 이해할수 있었고

영이가 2학년이 되어도 성실히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와~~~~'박수가 나왔고...

난...뭉클함을 느꼈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경이가..영이가..우리 아이들이..

마지막은 영이가 했다.

'전 누구누구가 계속 시비를 걸고 그러는 것을 봤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 1년동안 누구누구에게 욕도 많이 하고

괴롭히고 그랬는데 앞으론 그러지 않겠습니다.'

괴롭히지 않겠다는 말이 주였지만 난 느낄수 있었다.

이놈이 적어도 1-8반 친구들과 많이 가까워져 있구나...

이야기가 끝났고

운동장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우리반은 인사를 주번이 한다.

2학기때에는 신청자가 했기에 이번주 주번은 3명이었다.

3명이 동시에 일어났다.

한 친구가 의견을 냈다.

'선생님. 1년동안 고생한 반장, 부반장, 각 부장들이 함께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우~~~일어났다.

'아니다. 여러분 본인이 스스로 생각했을때 1학년 8반을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모두

일어나서 함께 인사합시다.'

'와~~~~~~~~~~~'

거의 다 일어났다.

너무 많이 일어나서 정리가 안되었다.ㅡㅡ;

우린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인사하기로 했다.

선창을 했다.

하나!!!두~~울!!셋!!! 싸랑합니다~~~~~~~~~~~!!!!!!!

우당탕...운동장으로 날아가더라.^-^

----

방학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36명의 새로운 생물체를

발견했다.^-^;;

2004년도..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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