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매

교단일기&교육이야기 2014. 1. 25. 1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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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9 

매를 들었다.

종례시간..

모두들 무릎꿇고 책상위에 올라가라고 했다.

눈을 감으라고 했다.

조용히 말을 했다.

'활발하고 유쾌한 것은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선생님

또한 여러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께 여러분들이 야단을 맞고 좋지 못한

말씀을 듣는 것을 보면 선생님은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또한 좋지 못한 말을 우리반이 들을때도 선생님은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반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 꾸중을 들을때..선생님은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여러분. 선생님은 오늘 여러분들에게 매를 들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매를 드는 선생님은

지금 마음이 유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지금의 매는 선생님이 여러분들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맞을 일을 했기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이 지금부터 다리를 때리겠습니다. 스스로 맞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그냥 조용히 두손으로 무릎을 감싸주기

바랍니다. 강제로 때리지 않겠습니다.'

....

시간이 흘렀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맞았다.

책상에서 내려 오라고 했다.

'선생님은 지금 여러분들에게 매를 들어 상당히 마음이 아픕니다.

여러분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큼니다. 그리고 아직도

내공이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 선생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납니다.

여러분이 선생님에게 잘 보일 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못보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는 것..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울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오늘 여러분에게 매를 들어야 겠다고 나름대로 판단했습니다.

불쾌한 학생이 있더라도 선생님을 이해해준다면 고맙겠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귀가 시간을 10여분 정도 뺏아서 죄송합니다.

집에 잘 돌아가길 바랍니다. 이상.'

애들은 집에 갔다.

교무실에 가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그냥 마음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그리곤 집에 왔다.

저녁 늦게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사이버 대화방..나의 이름을 클릭해 보았다.

세명의 친구가 나를 위로하는 글을 올려 두었다.

이 글을 읽고 정말 코끝이 찡...해졌다.

이 놈들이..이 놈들이..

----

지금의 난 아주 유쾌하다.

우리반 놈들도 아주 유쾌하다.

우리반? 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놈들이 나를 배려하는 자세가

좋아진 것 같다는 것이다.

나의 눈치를 보는게 아니라 나를 배려한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도 이 친구들을 배려한다. 더더욱 배려한다.

우린 서로를 배려하며 유쾌하게 생활하게 되었다.

지금의 난...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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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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