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장기자랑.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38

2004.11.18 

 

오늘은 우리학교 축제하는날..

올해는 강당에서 공사를 하기 때문에 장소가 없어 전시회와

반 장기자랑만을 하게 되었다.

난 어제 학교에 못나와 내심 걱정도 되었다.

이 친구들이 장기자랑 준비를 잘 했을까..

사실 오늘 학교에 와서도 .. 아니 장기자랑 하는 그 순간까지

의심을 했었다.

교실에 올라가보니 아이들 반이상이 없었다.

'애들 어디에 갔나?'

'구경하고 있습니다.'

'헉! 그래요? 사진찍어야 되는데..여러분 모두 함께 갑시다.!!!'

이 친구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우루루~~~갔다.

예상외로 우리반 친구들의 작품이 많았다. 그 옆에서 사진 한장씩

찍고..(사실 이때부터 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2학년들이 들어오길래 교실로 돌아왔다.

곧이어 시작된 장기자랑!!

칠판에 크~~게 조이름과 점수 측정 내용을 적고 시작했다.

다리가 아픈 원중이가 사회를 보기로 했다.

난 점수만 메긴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사회자랑 같이 알아서 잘 하는 것이다.

'순서정하자!' '어떻게 정하꼬?' '가위바위보하자'

'그래 조장들 일어나서 가위바위보 하자' '조장들 일나라!'

왁자지껄!

암튼 저희들끼리 뭘 알아서 잘한다. 그리고 결과를 말해준다.

그 순서대로 칠판에 적은후 공연을 관람했다. 사진을 찍으며..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으며 특정조는 정말 배잡았다.

노래를 하는조. 춤을 추는 조. 차력을 하는 조. 연기를 하는조.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가사를 다 외워서 노래를 하는 조.

김범룡의 바람바람바람(나도 정말 오랜만에 듣는..)을 부르고

보아의 춤에서부터 송대관의 네박자..안재욱의 친구를

중국어 버젼으로까지..

한마디로 엄청났다.

사진찍으면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던 것은 이 놈들이

다른 조친구들이 공연할때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흐뭇했다.

스스로 잘 자라주는 것 같아서 너무나 흐뭇했다.

몇몇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을 놀리고 하긴 했지만 악의가 있는것

같진 않았다. 듣는 친구도 웃으며 장난 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렸다.

1등을 발표해야 하고 선물을 줘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선물이 없었다는 것이다.ㅡㅡ;

우리아이들이 이만큼 준비를 잘 해 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 때 절묘한 타이밍!!!

어머님들께서 준비하신 햄버거와 사이다가 도착한 것이다.

전에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길래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보내신 것이었다. 처음엔 당황했다. 그 때 내 옆의 한 녀석이

말했다. '선생님 표정 굳어지셨어요.'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표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보낸 학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할 줄 몰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차이를 느낄까바 두려웠다.

항상 난 학부모님들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에게 솔직히 말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께서 돈을 모으셔서 사 보내신 햄버거와

사이다 입니다. 모두들 감사히 먹도록 합시다. 오늘의 장기자랑에는

1등도 없고 꼴등도 없습니다. 우리 8반만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너무나 수고했고 선생님도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

너무 즐거웠습니다. 잘먹고!!집에 잘 돌아갑시다.~~^-^'

'네~~~~~~~~~~~~~~' 엄청난 대답소리..

이 순간 이놈들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을 게다.

오직 눈에만 햄버거와 사이다가 보였을 것이다.ㅡㅡ;;

다행히 햄버거와 사이다에는 '1학년 8반 학부모 일동'이라고

적혀있었다. 음식을 준비해 보내주신 어머님의 배려에 마음이

좋았다.

아무튼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지금도 저희들끼리 알아서 잘하던 모습들이 눈앞에 있다.

흥미위주의 아이들이 아닌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다.

난 이 아이들의 담임 이지만

아이들의 앞이 아니라...뒤가 아니라...

옆에 있고 싶다.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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