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안녕투이'를 통해 한국 사회를 보다.

마산 청보리 2014. 11. 30. 07:00

11월 27일(목) 오전 11시 40분, 


지역민의 열정으로 제작된 100% 경남 자생영화! '안녕 투이'가 개봉한 날이었습니다. '안녕 투이'는 독립 영화입니다. 한국에서의 영화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됩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업적 영화와 다양성 영화가 그것인데요. 다양성 영화는 쉽게 말해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을 모두 묶어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보통 저예산, 어려운 영화라고들 알고 계시는 데요. '안녕 투이'는 '다양성 영화라고 해서 꼭 어려울 필요가 있나! 다양성 영화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고 주장하는 김재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안녕 투이'는 2013년 제 18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데뷔작'으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한 해에 완성되는 독립 영화 작품이 대략 1,000편 정도 되는데 그 중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는 작품은 국내 작품 중 극영화는 10편 내외라고 합니다.


 '안녕 투이'가 얼마나 주목을 받았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후 제 15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베를린 한국영화제, 제 7회 웨스트 이스트 국제영화제의 국제 경쟁 부분 등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형태인데요. 저도 호기심과 응원의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한국의 시골에 시집온 베트남 아가씨(투이)가 주인공입니다. 평범한 가족이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가 계시고 신랑은 도박을 하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의 빈자리는 인자한 시아버지(명계남 역)께서 많이 메꿔주는, 나름 화목한 가족이었습니다. 


어느 날 신랑이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게 되고 남편을 잃은 투이는 너무 큰 슬픔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투이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신랑은 오토바이를 타지 못했습니다. 한 쪽 손가락이 없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는 신랑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죽었다는 경찰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투이는 낯선 외국에서 신랑의 죽음이 이상하다며, 신랑이 왜 죽었는 지에 대해 알아보고 다닙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하지만 이국땅 한국에선 여성 결혼 이민자인 투이의 말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게다가 투이가 진실에 다가가면 갈수록 투이의 신변은 알 수 없는 위험이 다가옵니다.


소름돋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시사회에 다녀 오신 분들이 영화가 좀 어렵다는 평들이 많으셔서 아주 집중해서 봤습니다. 한 대사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한 장면까지 새기며 관람했습니다. 초반부에는 일상이 반복되어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랑이 사망한 후 부터는 몰입도가 엄청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안녕 투이'를 보고 나서 마지막 부분만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확인하고 싶고 마지막 장면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어 김재한 감독님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안녕 투이'가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감독님께선 2001년 부터 작품활동을 계속 해 오셨는데요. 이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안녕 투이'는 저에겐 개봉작, 데뷔작입니다. 말씀처럼 2001년 부터 작품활동은 해왔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작품은 말 그대로 제가 좋아서 미친척하고 만들었던 작품들이었습니다. 개봉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안녕 투이'는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고 운도 좋아 개봉까지 하게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천운의 작품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제작비, 배우, 자원봉사까지 경남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된 영화입니다. 우유회사에선 우유를, 빵집에선 빵을, 차 있는 사람은 차량을 지원해 주며 만든 영화입니다. 아주 특별히 애정이 가는 영화입니다.


'안녕 투이'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몇 분의 평론가께선 스릴러로써 부족하다, 연결이 잘 안된다. 이해가 어렵다 등의 평가가 있습니다만 영화제의 평가와 관객의 평가는 많이 다릅니다. 이런류의 영화가 익숙치 않아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 의도로 작품 활동에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상업영화는 너무 쉽게 만듭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과 흐름을 관객이 이해하기 쉽고 자극을 받기 쉽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영화를 찍고 싶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설명과 컷은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이해가 안되고 흐름이 끊긴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자세히 보시면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일들이 없습니다. 투이의 상황을 이주여성의 문제로 국한하여 평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는 다문화가족에 대해 고발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소재는 이주여성이지만 메시지는 약한 소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현실에서 우리 모두 투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라고 하여 모든 한국인들이 존중받으며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속에서도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관객에게 맞춘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모든 것은 개인의 취향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 취향대로 작품활동을 임할 것이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찍을 생각입니다.


이장역의 천영훈 씨도 지역의 연극인입니다.


그렇군요. 말씀을 들으니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면 실제 작품을 개봉하시고 느끼신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네 사실 저도 영화개봉은 처음입니다. 영화는 잘찍고 작품성만 좋으면 된다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이런 저의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년에 한국에서 완성되는 독립영화가 1,000편 정도 됩니다. 


그 중에서 극장에 개봉되는 영화는 4%, 즉 40편도 채 안됩니다. 개봉 또한 독립영화는 주로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하는데요. 전국에 50관이 채 안됩니다. 그리고 경남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해서 이번 개봉도 창원 CGV에서 힘들게 개봉하게 된 것입니다.


네 저도 창원 CGV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상영 시간표가 예사롭지 않던데요? 오늘이 개봉날인데 영화 타임이 오전 9시 40분, 11시 40분, 단 두차례였습니다. 평일 오전에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경남에는 독립영화 전용관이 없기 때문에 극장측에 저희들의 요구가 관철되기 어렵습니다. 저도 사실 9시 40분 영화부터 와서 봤는데요. 9시 40분 첫 개봉 때 5분이 관람하셨고 11시 40분 타임에는 4분이 관람하셨습니다. 


경남에선 오늘 하루 총 9분이 관람하신 것이죠. 전 개인적으로 '안녕 투이'를 전국적으로 1,000명이 관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규모 자본과 대규모 배급사를 업고 들어오는 영화들 사이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는 개봉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저는 영화가 좋아서 찍습니다. 하지만 개봉은 불가능 합니다. 이번 '안녕 투이'의 개봉현황을 보시고 제 지인께서는 '참담하다. 독립영화관을 늘여야 한다.'고 주장하셨지만, 솔직히 전 개봉 한 것만 해도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저희는 없는 예산에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후반 작업도 후원을 받아 간신히 끝냈습니다. 그 후 마케팅과 홍보등의 비용은 저희가 꿈꿀 수가 없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안녕 투이'는 이렇게 운이 좋게 배급사도 만나 극장에 걸리는 것만 해도 저에겐 큰 행운입니다.


김재한 감독은 1,000명만 관람하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1,000명이 뭐냐며, 10,000명은 되지 않겠냐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개봉한지 3일째인 오늘(29일) 전국 누적 관객수가 620명입니다. 이런 상태로 가면 다음 주에 이변이 없는 이상 극장에서 내려진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만든 영화라서 애정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순수하게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찍고 있을 수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만 좋으면 세상이 인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은 영화 개봉까지 자본의 힘이었습니다. 


돈이 없고 배급사, 제작사가 없으면 개봉자체가 불가능한 한국,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영화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들 말합니다.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다양하게 찍어도 개봉 자체가 힘듭니다.


어찌보면 '안녕 투이'가 한국 영화계에서의 '투이'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들 말하지만 그 꿈만 가지고 과연 이루어질수 있는 것이 얼만큼 될까요? 꿈만 가지고도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안녕 투이'는 분명히 의미있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주말 상영 시간표를 첨부합니다. 


상영 자체가 관객들이 접근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독립영화는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포기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영화제작을 꿈꾸며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고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글이 공감되시면 극장에 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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