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부러진 화살을 보다. 이 시대, 부러진 것은 화살 뿐인가..

마산 청보리 2014. 12. 24. 07:00



승현이가 한번씩 세게 울때가 있습니다. 경험상 두가지 상황입니다. 첫째는 배고플때입니다. 배 고플때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수유 시간이 3시간에서 4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잘 안되는 때가 있으니, 바로 잠투정이라고 부르는 때입니다. 달리 답이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안은 자세를 바꿔가며 달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슴에 안았다가 어깨에 안았다가 노래불러줬다가 안고 조심히 깡총 뛰기도 하며 아이를 달랩니다. 쉽게 달래질 때도 있으나 그렇치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 때, 한번씩 영화를 틀고 아이를 안고 다닙니다. 본의 아니게 하루에 영화를 한 편 정도 보게 됩니다.


이번에 본 영화는 '부러진 화살'입니다. 상영 당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데요.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어디갔는가?


이 사건의 진짜 사실은 저도 모릅니다. 적어도 작품에선 사법부의 권위유지(?)에 대해 일침을 가합니다. 사실을 위한, 법대로 하는 현실이 아닌, 귄위를 위한 법집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합니다. 전 작품속에서 김경호 교수(안성기)의 대사가 귀에 번뜩 들어왔습니다.

담당 판사가 신재열판사(문성근)로 바꿨다는 말에 김경호 교수가 답합니다.


"보수꼴통이 담당 판사가 되었데요."


"잘 되었네요. 나도 보수꼴통입니다."

  

담당 변호사 박 준(박원상)은 어이없어 합니다. 


김경호 교수는 자신이야 말로 유도리 없고 철저한 원칙주의자라며 보수꼴통이라고 칭합니다.


보수(保守)란 지킨다는 뜻입니다. 한자로는 지킬 보, 지킬 수 입니다. 김경호 교수는 극 중에서 자신은 정확한 사실만을 추구하고 지키기에 보수라고 칭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보수라고 칭하는 사법부와 대치합니다.


쉽게 말하면 보수와 보수가 대치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보수의 내용은 너무나 다릅니다. 보수라고 스스로 칭한 김경호교수는 철저하게 법을 공부하여 법대로 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니 모든 것들을 법대로만 하면 자신의 무죄가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자신은 잘못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법원에서 법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은 억울한 형을 선고 받는 다고 주장합니다. 


주변에서 칭하는 보수인 법원은 전혀 다르게 일을 풀어갑니다. 피고인의 요구는 듣지 않으며,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검사측의 요구는 다 들어줍니다.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사법부로의 중대한 도전이라고 선포하며 엄벌을 해야 한다고 천명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합니다. 이들 또한 보수라고 칭합니다.


보수와 보수의 대치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 다릅니다. 법을 지키려는 보수와 권위를 지키려는 보수이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박 준 변호사는 처음에는 이 사건을 탐탁치 않게 여겼으나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검사측의 허점이 너무나도 선명하고 의뢰인의 진실을 알게 되기에 끝까지 싸우게 됩니다.


결과는...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실제 판결이 어찌났고 어떤 결과가 선고 되었는지 나옵니다. 


설마...설마하던 저는 역시...역시, 라는 탄식의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수가 무엇입니까? 보수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극중의 대사처럼 대한민국이라는 법치국가에서 법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보수는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법을 무시하며(?) 법 위에 군림하며(?)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불신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면..그 보수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 보수가 아닙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것이 보수가 아닙니다. 


진보라는 말도 남용된다면 보수라는 말도 남용되는 것 같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이 나라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극 중, 박 준 변호사의 "여보, 우리 이민갈까? 이런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지가 않아." 라는 대사에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저 자신을 보며 흠칫 놀랐습니다.


전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모두의 대한민국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고 흔히들 쉽게 이야기합니다.


 자유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국민주권주의와 입헌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이다."라고 정의됩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


제가 봐 온 대한민국은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 보장하는 것 같습니다.


저만 잘 못 보고, 잘못 판단한 것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사회는 똘레랑스가 왜 이리도 힘든 것일까요. 


노블리스 오블리쥬는 정녕,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까?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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