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없인 못 사는 아이들, 축구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어른들, 모두에게 감동적인 영화가 개봉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제목부터 남달랐습니다.
▲ '누구에게나 찬란한' 포스터
경남대 앞 메가 박스에 서 봤습니다. 하루에 오전 10시 20분, 단 한차례 상영하더군요. 더 많이 상영하면 좋을 텐데. 안타까웠습니다.
극장에 들어서니 헉! 저...뿐이었습니다. '뭐지? 이 시간에 영화보는 게 이상한건가?' 이런 생각도 잠시, 오랜만에 널찍하게 영화에 몰입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가벼운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우리 아이들의 사연이..우리 아이들의 눈물이..우리 아이들의 현실에.. 눈물이 났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박철우 감독님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함께 재미있게 축구를 했습니다. 너무나 즐거운 나날이었고 이들은 이런 날이 지속되기를 바랐습니다. 축구팀을 유지하기 위해 경상남도에도 찾아가 지원도 부탁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공부다.', 더 이상의 지원은 없었습니다. 결국 감독님은 떠나고 팀은 해체되고 맙니다.
▲ '누구에게나 찬란한' 스틸컷,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외치는 아이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재기를 바라는 전국의 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모금이 시작되었고 기적처럼 다시 팀을 꾸리게 됩니다. "축구가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아요.". 영화속의 이 대사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박철우 감독님은 마음이 급했습니다. 예전처럼 웃으면서 하는 놀이문화의 축구로는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아이들이 진짜 축구선수가 되어야만 합니다. 감독님의 지도 스타일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즐겁던 축구가 엄격하고 무서운 축구가 되어 갔습니다. 아이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갑니다. 감독님이 무섭다고 합니다. 혼나는게 두렵다고 합니다. 결국 박철우 감독님은 자신의 생각과 이 축구팀의 색깔이 맞지 않다고 사의를 표합니다.
새로 부임한 김태근 감독은 스타일이 달랐습니다. 재미있게 축구를 시작합니다. 새로운 아이들을 발굴하고 열심히 연습합니다. 떠났던 아이들도 돌아옵니다. '희망FC'팀의 아이들에게 정말 희망이 자랍니다.
▲ '누구에게나 찬란한' 스틸컷, 화이팅을 외치는 '희망FC'의 아이들, 이들의 희망은 계속 자랄 수 있을까요?
모두의 희망이 된 '희망FC'
'희망 FC'는 평범한 팀이 아닙니다. 축구를 계속 하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던 이들을 위해 2010년 다음 '희망해' 에서 모금을 시작하여 총 1,636명이 참여, 6백여만원을 후원받게 됩니다. 이 후원금을 바탕으로 2011년 국내 최초 지역 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부가 설립됩니다. 2012년 1월 '희망FC'가 창단되었고 10월 경남지역 초등부 주말리그에 결선에 진출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아이들이 마지막 경기 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찌나 같이 눈물이 나던지..눈물은 노력한 자만의 특권입니다. 아이들은 충분히 노력했고,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었습니다.
힘든상황이지만 공을 찰 때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해 함께 애쓰시는 많은 어른들, 하지만 녹녹치 않은 세상,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위해 공을 찹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과, 목이 쉬어 가면서도 이 놈들과 함께 하고픈 감독, 단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구단주와, 지역 아동센터 선생님들, 모두가 현실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실제 영화에도 출연한 사랑샘지역아동센터 이은경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영화 말미 자막에 보면 2013년 자금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되었다고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이 아픈데요. 사실인가요?
운영이 중단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희망FC'라는 이름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김태근 감독님과 함께 계속 훈련과 경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팀은 해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축구를 했던 아이들은 이름만 바꿨을 뿐, 여전히 감독님과 즐겁게 공을 차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 사생활 관련, 상당히 민감한 부분들이 다뤄지고 있는데요. 영화촬영에 협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의 꿈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가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 영화를 많이 봐 달라고 적극 홍보하고 계신데요. 상영한 이유가 돈을 모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굳이 이 영화를 많이 봐달라고 홍보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축구단을 운영해보니 정말 돈이 많이 듭니다. 유니폼이나 용품을 교체해야 할때는 정말 애가 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그러나 축구를 단지 돈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더 하고 싶어요. 돈 때문에 애타고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주변의 도움과 격려가 있어 가능했던 이유가 더 큽니다. 개인 후원자, 단체 그리고 간간히 기업체에서 연락을 주었고 고비를 넘길 수 있었지요. 물론 김태근 감독님과 제 사비가 들어간 부분도 있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줘야한다는 생각만 있다면 분명 가능하다고 봐요. '어린이는 어른의 책임'이라는 저의 신념처럼 이 영화로 어른들 그리고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기대하기 때문이예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화를 아직 안본 분들에겐 다시 한번 꼭 봐주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네요. 내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들 그리고 사회가 건강하게, 유기적으로 움직여야한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하며 이 영화가 그런 메시지를 줄꺼라 생각하기에 꼭 추천드립니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포스터
'누구에게나 찬란한' 첫 개봉은 지난 6일이었습니다. 개봉한지 4일 동안 누적 관객 수 5854명(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흥행성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이 적은 것도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속에서 많은 아이들의 눈물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미소가 나옵니다. 교육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 영화속의 아이들은 '누구에게나 찬란한'이 아닌 '누구보다더 찬란한' 삶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잊어버렸던 동심과, 세상의 희망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 '누구보다도 찬란한' 을 추천합니다.
덧붙여>11월 12일 상영관이 53관에서 32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관객이 없으니 내린다는 것이지요. 관객이 올 수 없는 시간에 상영을 하면서...너무 안타깝습니다. 수능 후 고 3들, 영화를 보러 가는 학교가 있을 것입니다. 함안에 위치한 '사랑샘지역아동센터' 이은경 선생님께 연락 주시면 단체 관람이 가능할 것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이 시대의 어른들은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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