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일상의 특별함을 선물하다.

특별한 책입니다. 재미있는 책이었으며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평면의 책을 3D로 확장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자가 카피라이터여서 그런지 짧은 글귀가 주는 울림은 대단했습니다. 많은 글이 있는 책은 아닙니다. 김재연씨의 그림은 또 다른 이 책의 볼꺼리입니다. 


▲ 1cm 책표지


책은 크게 여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O THINK – 고정관념을 1cm 바꾸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TO LOVE  - 얼굴이 1cm 가까워지면 그 다음 오는 것은 키스

TO OPEN – 사람을 1cm 더 깊이 들여다 보기

TO KNOW HER – 여자는 1cm 더 높은 하이힐을 꿈꾼다.

TO RELAX – 당신의 일상에 숨 쉴 틈 1cm

TO GROW – 당신은 매일 1cm 씩 자라고 있다.


각 챕터마다 메시지가 다릅니다. 긴 장문의 글이 아니라 그림과 미션이 가미된 책이라 읽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글자만 읽으면 쉽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나 글과 그림의 의미를 곱씹으며 읽으면 흥미로운 책입니다.


“100퍼센트 준비되기를 기다리겠다.”는 말은 “영원히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저자는 운동을 준비하는 여성을 그리며 위와 같은 글을 남깁니다. 


“땀 흘려도 보송보송한 고어텍스 운동복, 수영선수가 쓴다는 타올, 땀 흡수도 잘 되고 잘 마른단다. 미네랄 워터, 혹시 모르니까 요가매트, 내일부터 슬슬 운동해볼까? 아참참!!! 무릎 보호대! 보호대 사고 운동 시작해야 겠다.ㅋㅋ”(본문중)


이 말이 그림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 “완벽한 준비는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찔리는 말이었습니다. 뭐든 시작하려 하면 준비물부터 쇼핑을 하고 모든 준비 후에 막상 시작하지만 오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삶의 형태, 비단 운동만을 뜻하지는 않겠죠. 말로만 50년, 준비만 100년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말과 준비에 앞서 행동이 수반되어야 함을 재치있게 표현한 글입니다.


“진동 칫솔이 나와도 칫솔은 버려지지 않았다. 자동 우산이 나와도 우산은 버려지지 않았다. TV가 나와도 라디오와 영화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노래가 나와도 옛 노래는 끊임없이 연주되고 있다.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본문중)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구입하기를, 익히기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이 글은 한 줄기 빛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사고 익히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뒤처지는 것 같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이 짧은 문장은 저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피아노와 멜로디언을 비교하면 멜로디언이 슬퍼진다. 궁전과 오두막을 비교하면 오두막이 슬퍼진다. 코스 요리와 떡볶이를, 드레스와 티셔츠를 비교하는 순간 한쪽은 의미를 잃게 된다. 멜로디언에는 멜로디언만의 음색이, 오두막에는 오두막만이 줄 수 있는 추억이, 떡볶이에는 떡볶이만의 맛이 있다. 비교하는 순간 세상은 슬퍼지고 그것만큼 바보 같은 슬픔은 없다.”(본문중)


아이들을 가르치고 조언을 할 때 너만의 장점이 있고 너만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적당한 예가 없어서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단번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 모든 물건에는, 사람은, 각자의 존재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단지 더 나은 것과 비교하는 순간 세상은 슬퍼지고 그것만큼 바보 같은 슬픔은 없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울림이 큰 글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버릇, 어떤 취향, 어떤 성격은 그의, 그녀의 스토리를 듣는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놀부 이야기에 그가 놀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스토리가 덧불여졌다면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았을지 모른다. 이해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본문중)


부끄럽게도 전 이 글을 읽으며 제가 미워했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왔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나.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들을 준비를 했었나.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되겠구나.’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부도 알고 보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흥부로부터 상처를 받고 스스로 자신의 것을 챙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자랐는지도 모른다.’는 요상한 상상까지 떠올랐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을 잘 모르는 것이구나는 말과 상통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훌륭한 스승은 제자에게 가야 하는 길을 보여주고, 훌륭한 제자는 스승에게 가지 못한 길을 보여준다.”(본문중)


당황스러운 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보며, 가르치며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훌륭한 제자는 스승에게 가지 못한 길을 보여준다.” 계속 되뇌게 됩니다. ‘나만큼, 나처럼, 내가 가르치는 대로 살아라.’가 아닌 ‘너의 삶을, 내가 보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이 스승에게는 더 큰 희망일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아이보다 세상에 대하여, 의사가 환자보다 상처에 대하여, 선배가 후배보다 책임에 대하여, 학자가 학생보다 학문에 대하여, 목자가 신도보다 믿음에 대하여, 더 잘 알고 있다 단정하지 말라. 내가 모르는 한 가지를 그가 알고 있고, 그 한 가지가 다른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일지 모른다.”(본문중)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큰 깨우침을 느낀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저절로 ‘아하’라는 탄성이 났습니다. 그랬습니다. 저는 최소한 나이로, 아이들을 무시했던 것 같습니다. ‘크면 알게 돼, 선생님 말을, 부모님 말씀을 들어, 너도 사회 나가보면 알게 될거야.’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내가 경험한 것 뿐입니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내가 들었던 것 뿐입니다.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경험을 하며 누구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나의 생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길만을 보여주며 그 길이 아니면 모두 낭떠러지인 것처럼 이야기해 왔습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얼마나 아이들을 무시한 발언이었는지 반성이 되었습니다. 진리에는 나이고하가 없습니다.


참 특별한 책입니다. 짧은 글귀와 다양한 그림, 다양한 시도로 읽는 내내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한 책입니다. 사실 처음엔 2시간 만에 다 읽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을 땐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상대에 대한,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합니다.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담담히 풀어냅니다. 


담담한 글을 읽다 보면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매력적인 책입니다. 두꺼운 책을 두려워하시는 분, 나의 삶이 너무 퍽퍽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타인들을 이해하기 힘드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에 있는 ‘세상이 공평한 이유’를 소개합니다.


“돈이 없는 당신에게는 젊음이 있다. 젊음이 없는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없는 당신에게는 절친한 친구가 있다. 절친한 친구가 없는 당신에게는 뛰어난 가창력이 있다. 뛰어난 가창력이 없는 당신에게는 재치 있는 입담이 있다. 재치 있는 입담이 없는 당신에게는 덩달아 웃게 되는 미소가 있다.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본문중)


1cm 첫 번째 이야기 - 10점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허밍버드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포스팅이 공감이 되시면 아래의 '공감하트'와 페이스 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산 청보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