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9월 15일.

마산 청보리 2014. 1. 25. 14:20

2004.9.15 

 

2학기가 되고 우리반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적어도 영이문제는

해결 된 듯 하다. 이 녀석이 이제 매일 나오니깐..^-^

우선 자리를 자유배치제로 했고 청소도 반 전체가 남아서

할 필요가 없어서 반씩 나누어서 한주씩 돌아가면서 한다.

아이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자유에 처음에는 얼떨떨해하다가

지금은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당연히

나타나고 있다. 즉 수업시간의 산만함이다. 청소의 불완전함이다.

어떤 아이들은 얘기한다. '선생님 누구누구 수업시간에 너무

시끄럽습니다. 원래대로 고정좌석제로 하죠.' '선생님 누구누구

청소 잘 안합니다. 혼내주세요.' 등..

잘 듣는다. 아이들이 얘기하는 것을 잘 듣는다.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보자'

종례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얘기했다. '여러분, 여러 친구들로부터

원래대로 하자는 의견이 계속 들립니다. 어떻습니까? 선생님은

사실 약간 슬픕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에게 무수한 폭력과

억압으로 다루기를 원치 않습니다. 여러분들 스스로의 깨달음과

노력으로 책임을 알아가길 원합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교육철학입니다. 최근들어 선생님의 이런 교육철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확신합니다. 지금의 일은 잠시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러분의 생활은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야

하고 여러분들은 잘해낼것이라고..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이상!!!'

아이들을 보냈다. 아이들이 갔다.

.....

아이들은 쉽게 변치 않는다고 말한다.

안되는 아이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변하긴 변한다고..

선생님이 주가 될수는 없어도 변하는데 도움을 줄순 있다고..

도움을 주고 싶다. 도움은 안 되더라도 해가 되고 싶진 않다.

이 놈들의 인생에 해가 되는 교사가 되고 싶진 않다.

내일도 이 놈들과 싸울 생각을 하니 싱긋히 미소가 띄워진다.

'내일은 또 어떻게 져주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했던가?

요즘은 현명하게 지는 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늘따라 아령이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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