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난 교사여서 참 행복합니다.

마산 청보리 2014. 1. 25. 13:16

2013.6.14 

올해로 교직 생활 10여 년을 맞고 있다. 참 많은 학생들을 만났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첫 발령은 남중이었고 두번째 학교는 인문계 남녀 공학이다.

평범한 인문계 학교로써 대부분의 인문계 학교처럼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조하며 인성교육도 병행하는 학교이다. 난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숫자로 판단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있다. 학교 성적으로, 모의고사 점수로, 내신 등급 등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고, 성적만으로 아이의 미래 행복을 결정짓는 교육을 지양하고 있다.

내가 더 많이 가짐으로써의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칠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참다운 것을 조언만 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학교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적어보려 한다. 물론 모든 인문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교육활동임을 미리 밝혀둔다.

우리 학교는 매주 금요일 8교시는 담임시간이다. 이 시간은 주로 자습이나 독서를 한다. 오늘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1학기 2차고사(옛날의 기말고사)도 얼마 남지 않아 자습이 더욱 필요한 사항. 아이들에겐 자습시간을 주고 난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10여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힘겨워 하는게 느껴졌다.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오늘같이 날도 우중충하고 집중도 잘 안되는데 우리 좀 놀까?"
"네?"

아이들은 의아해 했다.

"자 책상을 다 밀어보자. 그리고 우리 수학여행때 해서 히트쳤었던 마피아 게임하자!"
"네?"

아직도 의아해 하는 아이들. 잠시후 마피아 게임이 시작되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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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자의 역할을 하며 마피아를 미리 지목하고 아이들은 서로 대화를 하며 마피아를 잡아내는 게임이다. 단순하지만 나름의 논리와 관찰력이 있어야 하며 은근히 중독성 있는 게임이다.

"니가 마피아잖아!! 몸에서 냄새나!!"
"그런게 어딘노? 땀냄새 나면 마피아가?"
"보통때 니가 마음에 안들었어! 임마 이거 마피아 맞다. 죽이자!!"

와~~하고 웃는아이들^-^. 숨가쁘게 게임은 진행되었고 첫째판은 마피아의 승리로 끝났다.

마피아 게임이 끝날때 쯤 반장의 또다른 제안.

"선생님. 이 게임도 재미있지만 윙크하는 마피아 게임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래? 방법이 어떻게 되는데?"
" 네 마피아를 정하시면 마피아가 몰래 윙크를 하는 거지요. 윙크를 받은 아이들은 다리를 꼬고 않고요. 최종적으로 다리를 꼬지 못한 4명이 마피아가 누군지 맞추는 게임입니다."

예상외로 단순했고 그리 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도 말하고 윙크 마피아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킬킬대며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마지막쯤에 다리를 꼬지 못한 아이들은 너무나도 간절하게 " 윙크좀 날리도.." 라며 애원했다.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 보기 좋았다. 올해 처음 실시한 남녀합반이라 어색해 하여 게임이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아이들은 친해져 있었다. 즐겁게 30여 분을 놀았다.

저녁을 먹고 야자시간. 오늘 감독이어서 아이들 자습감독을 하고 있는데 2011년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 휴가 나왔습니다. 학교에 가서 찾아뵙겠습니다."
"오야. 오늘 선생님 야자감독이니깐 7시 이후 아무때나 와라^-^"
"네 선생님"

제자는 내가 고3담임할 때 제자였다. 참 성실했고 미소가 이쁜 아이였다. 남학생이었지만 자신의 소신대로 간호학과로 진학한 친구였다.

오후 7시 30분쯤 학교에 왔다. 계단에서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큰 포옹을 하고 우리반 교실로 데리고 올라갔다. 아이들을 모아두고 말했다.

"여러분 이 학생은 여러분의 선배입니다. 선생님이 가르쳤던 제자이기도 하지요. 꾸준히 선생님과 연락이 되는 친구인데 오늘 이렇게 선생님을 보러 왔습니다. 온 김에 간호학과에 관심이 있거나 대학생활 등 여러분들의 인생 상담을 하고자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선생님은 자리를 비켜줄테니 즐겁게 대화를 해보기 바랍니다."
"네!!!"

아이들은 신나했다. 40여 분의 시간이 흐르고 제자와 단둘이 시간을 가졌다. 올 9월에 제대하고 선생님의 노고를 이제서야 알겠다고 제법 의젓한 말들을 한다.

"임마, 그땐 몰랐나?"
"네 선생님 사실 그땐 잘 몰랐습니다."
"그래도 일찍 군대 갔구나. 9월 제대면 왕고겠는데?"
"아직 제 위에 일주일 고참이 있습니다. 환장하겠습니다."

크게 웃었다.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제자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차안에서도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졸업한 제자와 이렇게 단 둘이 옛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제대하면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지금 이순간의 아이들은 물론 난하다. 요즘 아이들이 철이 없고 이기적이라고들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설사 아이들이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은 교사들에게도 덤벼든다.

이런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고 벌을 주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이런 협박과 벌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반에도 참으로 대하기 힘든 아이가 있다. 가정방문을 갔었고 이놈의 집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몇가지 약속도 했었다. 나의 일방적인 통고식의 약속이 아닌 서로의 합의를 통한 약속을 했었다. 사람이 바로 바뀔수는 없겠지만, 서서히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 이 놈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욕해도 좋다.
단 한가지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것을 그래도 자신을 봐 주었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무생각이 없지 않다. 단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상대를 못만났을 뿐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다. 하루하루 힘든일도 물론 많지만 아이들의 웃음을 매일 지켜볼 수 있는 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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