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오전, 마산 YMCA 회의실에서 2014 안전하고 행복한 통학로 만들기 운동으로 스쿨존 조사를 위한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마산 YMCA 등대모임의 어머님들이 주축이 되었는데 등대모임이란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마산 지역의 어머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모임이다.
마산지역에만 누리봄, 울타리, 동그라미, 메아리, 줄기, 우듬지, 무지개 총 7개의 등대가 있고 매주 1회 모여 시사, 영상, 독서, 자유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임이다. 회원 개개인을 촛불님이라 칭하는데 그 뜻은 촛불들이 모여 지역 사회를 밝히는 등대역할을 하자는 취지이다.
이번에 이 분들이 마산 지역의 41개 초등학교의 스쿨존 실태를 조사하자고 모인 것이다. 필자는 '우리 지역 스쿨 존 현황'에 대해 소개차 강사로 참여하였다.
▲ 사진1 마산 지역 스쿨존 현황을 설명하는 필자 현재 마산지역의 스쿨존의 안전성은 위험한 상태이다.
ⓒ 김용만
어머니들은 적극적으로 경청하시며 스쿨존 안전의 필요성에 공감하셨다. 사실 창원시에는 수준 높은 스쿨존 관련 조례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년간 보행권 운동을 하고 계시는 '걷는 사람들'의 박영주님도 오셔서 보행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보행권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 사진2 보행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시는 '걷는 사람들'의 박영주님
ⓒ 김용만
강의가 끝나고 마산지역에 있는 총 41개교의 초등학교를 7개의 등대 어머니들께서 조를 짜서 조사지역을 정하였다.
조사 시작
월요일(3월 17일), 필자는 오전 10시, 등대 어머니들을 만나 인근의 초등학교에 스쿨존을 조사하러 함께 갔다. 우선 뒷길이다. 보다시피 인도가 없다. 차라리 일방통행이면 더 안전할 것이다. 등 하교 시 키가 작은 아이들이은 차들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 채로 다닐 것이다. 안타깝게도 CCTV도 보이지 않는다.
▲ 사진3 학교 후문, 보다시피 인도가 없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도 보이지 않는다.
ⓒ 김용만
정문으로 나와 봤다. 정문은 한마디로 휘황찬란했다. 미끄럼 방지시설에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판도 3개나 연속으로 설치되어 있다. 가드레일도 튼튼히 설치되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곳도 꼼꼼히 보니 우선 이 길에 횡단보도가 3개가 있는데 신호등이 하나도 없다. 개인적으로 학교 앞 신호등은 점멸 기능만 있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초록불이 깜빡여도 달려 갈 수 있다. 최소한 초록불이 바뀌는 시간을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는 신호등이 있어야 한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신호등은 주황색만 점멸하는 경고등이다. 등하굣길에 교통지도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하나 그 분들이 마지막 한 아이까지 봐 주실시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왼쪽 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드레일이 중간 중간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 곳으로 아이들은 얼마든지 달려 나올 수 있다.
▲ 사진4 학교 정문에서 조사 중인 등대 어머님들,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은 많으나 아이들이 건너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 김용만
학교 측면이다. 뒷문과 마찬가지이다. 인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벽쪽 안전한 곳은 이미 주차장으로 활용 중이다. 아이들은 주정차 되어 있는 차와 달리는 차 사이를 비켜가며 등하교를 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유일하다.
▲ 사진 5 학교 측면, 안전한 쪽은 이미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고 인도가 없다. 이곳으로 초등학생들이 등, 하교를 한다.
ⓒ 김용만
함께하신 등대 어머니 중 현재 자녀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부모님도 계셨다. 조사 후 '우리 학교는 안전한지 알았는데 새삼 사각지대가 많다'며 아쉬워 하셨다.
아이들은 한명, 한명이 빨간 신호등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앞을 보며 보행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수다 떨며, 과자 먹으며, 앞을 보지 않고 달릴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사고가 난다면 전적으로 아이들 잘못인가?
지켜지지 않는 약속
대부분 학교들이 눈에 보이는 정문 쪽에 스쿨존 관련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학교 측면과 후문 쪽은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스쿨존의 법적 범위는 2012년 기준으로 '어린이와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보호구역 지정대상 시설의 주 출입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단! 2011년부터 필요한 경우 500m 이내까지 지정 가능하도록 함)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모든 보호구역 내에서는 차량이 30Km 이내로 서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사실 차들이 저속만 해도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 조사한 한 학교의 경우 학교 바로 앞에 큰 대로가 있었다. 이곳은 학교에서 10m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속도방지턱 하나 없고 제한 속도 70km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 사진6 같은 곳이다. 제일 윗 사진을 보면 차도쪽으로는 속도 제한 표시가 없고 왼쪽 아래 사진에 보면 인도쪽으로 30km속도 제한 표시가 있다. 사람이 30km로 가란 말인가? 달리는 차도에 아이가 서 있다.
ⓒ 김용만
대로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미끄럼 방지패드만 표시되어 있다. 제한 속도 30km라는 표시는 사진에서와 같이 인도쪽으로 표시되어 있다. 무엇이 우선인가? 차의 이동이 우선인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인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로 스쿨존이라는 구색은 맞추고 있느나 자세히 보면 전시행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보이는 곳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사진 7 왼편에 학교가 있다. 가운데 쪽에 인도가 있다가 길이 끊긴다. 차들이 주차하고 있다. 인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 김용만
아이들의 실질적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이번 마산 YMCA 등대 모임의 스쿨존 조사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일주일간 마산 전 지역의 초등학교 스쿨존을 조사하여 그 보고서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보고서를 토대로 스쿨존의 안전성 개선을 위해 행정당국과 만나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쿨존이 설치되어 있으나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이 없다'고 시민들에게 말할 것이 아니다. 시민들 귀에는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다고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고 후 조치를 취하는 것은 노력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방에 최선을 하지 않고 뒷북을 치는 행정은 분노만을 살 뿐이다.
이 문제는 비단 마산 지역 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전국의 모든 스쿨존이 조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왜 이런 것까지 부모들이, 국민들이 나서야 하는가? 국가에서 의무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라고 해서 보내는데 그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어찌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은 세상에서 더 중요한 가치를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관심과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한 일이다. 더 이상 아이들의 피해가 있기 전에 개선해 나가야 한다. 스쿨존을 설치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다. 말만 하지 말고 희망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위험한 등하교를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마산 YMCA 등대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께선 055-251-4837로 문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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