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 사는 이야기

아무래도 난 여자인가봐!(아빠의 육아휴직이야기)

마산 청보리 2014. 3. 5. 16:05

2014년 3월 4일 


와이프는 출근했고 딸아이와 둘이서 놀았다. 말그대로 와이프는 가족을 위해(?) 돈벌러가고 난 집에서 아이를 보며 집안일을 했다. 오전에는 딩가딩가 놀았다. 아이 목마태워주고 잡기놀이하고 술래잡기 하며 놀았다. 오후가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일하고 온 사람이 집청소에 저녁밥까지 차리는 건 너무 힘들꺼야. 그래 우리가 하자!!'


이때부터 우리 부녀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딸아이는 밀대를 밀고 난 방과 거실 바닥 청소와 빨래 하고 널고 개고, 설겆이와 부엌, 식탁 정리,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끝냈다. 끝내니 5시, 딸아이와 난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제 엄마 오면 좋아할꺼야." "네 아빠! 오늘 엄마 신나겠다. 야호~"


뿌듯했다. 내친김에 저녁요리까지 하기로 했다. 진지한 요리는 처음해보는 지라 도움이 필요했고 딸아이가 좋아하는 계란찜은 필수고 입맛을 돋구기 위한 달짝지근한 두루치기를 주메뉴로 선정했다. 레시피가 필요했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 해서 장모님께 전화드렸더니 하필 안받으시고.ㅠㅠ..큰 처형과 통화를 했다. 큰 처형은 크게 웃으시고 기특해 하시는 것 같았다. 자세히 말씀하셨고 받아적었다. 이제 요리 시작!!


"시연아 아빠 요리할 동안 심심하지? 자! 앵그리 버드 한판해" "이야호! 아빠 최고!!" 딸아이는 아빠보다 스마트폰을 더 좋아한다.ㅠㅠ..왠지 슬픔이..


처형의 가르침대로 냉장고를 뒤져 관련 재료들을 모두 꺼냈다. 고추장, 고추가루, 멸치, 파, 삼겹살, 계란3개, 버섯, 소금, 설탕, 신김치, 맛술이 없어서 와인, 마늘다진 것 등등. 어마어마했다. 


우선 투명한 비닐 손장갑을 끼고 삼겹살과 고추장, 고추가루, 와인을 붓고 막 무쳤다. 삼겹살도 냉동으로 굳은 상태었고 마늘다진것도 냉동상태여서 손가락이 너무 시렸다. '으 .. 그래도 참자,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하고 오는 와이프를 위해!'


삼겹살 팍팍! 무쳤고, 뚝배기엔 물을 붓고 멸치 몇마리와 버섯을 넣고 끓였다. 육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곧 팔팔 끓었고 건데기들을 건져냈다. 계란 3개를 깨고 숟가락으로 팍팍팍!! 섞고 소금을 넣었다. 뚝배기에 계란 풀은 것을 원의 형태로 조심스레 부어가며 옆에 후라이팬에 불을 붙혔다.


후라이팬에 양념장한 고기를 붓고 볶기 시작했다. 정말 일이 많았다. 단 두가지의 요리일 뿐인데 재료의 종류하며 양념, 타이밍, 순서 등 실로 요리의 위대함을 느꼈다.


참 요리를 하기 전에 쌀을 씻고 밥을 먼저 안쳤음을 고한다. 왠지 밥대는 시간이 가장 오래걸린 것 같아서였다.


딩동딩동!! "헉!!" 예상한 것보다 30분이나 일찍 벨이 울렸고 와이프가 왔다. 

"어머! 여보 뭐하는 거야? 밥한 거야?" 와이프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웃으면서도 싫지 만은 않은 표정.

부끄럽기도 했지만 .. "쪼금만 기다리라. 곧 다 된다.!"

이러한 고생 끝 요리가 완성되었다.


저녁을 차렸고 온가족이 둘러 앉았다.


"시연아 맛있지?" "아니 엄마께 더 맛있어." 윽..

"우리 여보 너무 고맙네. 맛도 너무 좋아. 고마워 여보^^"


그래도 힘나는 건 와이프의 격려뿐이다.


오늘 새삼 깨달았다. 요리는 참 힘들구나.. 하지만 요리는 참 재미있구나.

내일부턴 또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려 한다. 육아휴직이지만 와이프에게도 가사일의 해방을 주고 싶다. 내가 좀 힘드니 온 가족이 행복하다. 아무래도 난 여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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