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의 새로운 시도. 500인 도민 대토론회
지난 19일 오후 7시, 창원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좋은교육감만들기희망경남네크워크에서 주최한 '경남교육을 살리는 500인 도민 대토론회'가 바로 그것. 나는 오후 7시에 시간 맞춰 간신히 도착했다. '도민들이 많이 참석했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들어서자 이미 모든 자리에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의 3주체인 도민들이 가득히 와서 앉아있었다.
▲ 자리를 빼곡히 메운 참가자들 경남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아주 많았다.
ⓒ 김용만
이 행사는 코리아스픽스에서 개발한 대규모 원탁토론기법으로 진행됐다. 나는 이 토론 방식에 많은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있었다. 코리아스픽스는 이미 2012년 6월 서울시 교육청 500인 토론, 2012년 7월 대구시 교육청 600인 토론, 2013년 6월 광주시교육청 500인 토론, 2013년 7월 수원시 500인 원탁토론, 같은 해 11월 경기도 교육청 300인, 350인 공감토론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행사는 크게 제1토론에서 제3토론으로 이어졌다. 제1토론은 '경남교육 현재 진단'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각 원탁에서 모둠별로 토론을 하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무대의 대형화면에 띄우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형태였다.
경남교육의 현재 진단에서는 ▲ 청렴도 바닥인 경남교육청 ▲ 전국 최하위 수준의 학력 ▲ 아직도 안전하지 못한 학교 ▲ 가르치는 보람을 잃어가는 교사 ▲ 철학의 빈곤과 소통 리더십 부재 등에 대해 모둠별 토론이 이뤄졌다.
▲ 모둠별로 토론을 진행중인 참가자들 유쾌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 김용만
이어 '경남교육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2토론이 이어졌다. '무의미한 경쟁주의(개인진로 꿈의 뒷전, 교사의 시간부족)'가 참가자의 44%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 외 '권위주의·행정편의주의·변화둔감'이 13%로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경남교육을 살리는 방안'에 대한 제3토론이 이어졌다. 가장 많은 53%의 지지를 받은 방안은 '학생중심, 경쟁지양 협력수업'이었다. '참여학교(학부모 의사결정 참여)'가 22%로 그 뒤를 이었다. 학생중심의 살아있는, 학부모도 즐거이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학교를 모두가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경남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차윤재씨는 "현재 학교 교육에서 인성교육의 부재가 가장 아쉽다"면서 "성적 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을 황폐화한다, 교육은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교육감만들기희망경남네트워크의 단일 후보로 선출된 박종훈씨는 "학부모의 참여 풍토가 미흡한 것이 가장 아쉽다"면서 "학부모의 자유로운 학교 참여가 보장되면 경남교육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된 '500인 도민 대토론회'는 모든 참가자들이 다 같이 "살리자! 경남교육!"을 외치며 오후 9시 50분에 끝났다.
▲ 손을 흔들며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참가자들 모두의 밝은 표정에서 경남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 김용만
다양한 연령대(10대에서 70대까지)의, 교육에 관심이 있는 경남도민이면 누구나 참여한 행사였다는 점이 새로웠다. 학생·학부모·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교육의 현안에 대해 생각을 공유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깊이 있는 토론이 불가능했다. 개인 발언 시간은 1분 정도로 제한됐고, 개인 토론 후 상호토론을 거쳤지만 그 시간조차 5분에서 10분 정도로 국한돼 사고가 다양하게 표현되지 못했다.
토론의 주제였던 경남교육의 현재 진단과 경남교육 문제의 원인, 경남교육 발전방안도 주최 측에서 제시한 내용 중에서 고르는 형태여서 생각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타 지역에서는 교육청에서 주관했으나 경남에서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육의 주최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 일 아닐까? 경남 교육청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허나 중요한 것은 이번 '경남교육을 살리는 500인 도민 대토론회'가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다. 시간이 아쉬웠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했다는 뜻이다. 주최 측에서 문제를 제시한 것은 그만큼 내용이 뻔했다는 것이다.
다들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모두의 바람이 이뤄지진 않더라도 '나와 대화했고, 나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뒀다'는 게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러한 행사가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돼 진심으로 교육 3주체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경남 교육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더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교에서 교사들이 좌절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부모들이 학교를 불신하면 안 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 그 시작이 학교의 변화라면 그 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즐거운 학교, 경남의 학교가 즐거운 학교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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