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등 하교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마산 청보리 2014. 2. 5. 12:10

경남 '좋은교육감만들기희망경남네트워크(아래 희망경남넷)'의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준비가 한창이다. 오는 25일부터 양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6일에는 지역 18개 시·군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선거인단 참여 투표를 실시한다. 이어 27일에 단일 후보를 발표한다.

후보 단일화 선거에 출마한 진선식 후보(인터뷰 기사 보기)에 이어 24일 박종훈 후보를 만나봤다. 박종훈 후보는 교직생활과 교육위원을 지냈고, 현재 경남교육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하였으나 당선자와 2% 표 차이로 낙선했다. 그가 또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교수-학습 시스템 변화부터 도모해야"

 경남에선 좋은 교육감 만들기 운동이 진행 중이다.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에 동참한 박종훈 후보.
ⓒ 김용만

- 저번 선거에도 출마하셨고 이번에 다시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솔직한 심정은 어떠십니까?
"지난번에는 경남교육의 변화를 위해 무턱대고 도전했습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도민여러분들이 많이 성원해줘서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이겨야 합니다. 제가 23%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그 만큼의 결정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승자독식의 형태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프로답게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더 이상 아쉬운 패배는 없을 것입니다."

- 교육감이 돼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리사욕 때문이 아닙니다. 자리가 탐나서도 아닙니다. 그 자리에 가야만 해낼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18년간 교직생활을 하고 8년간 교육위원활동을 하며 나름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해왔습니다. 교육위원으로 견제와 비판의 의정활동을 통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위원을 하면서 경남지역의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던 것도 그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꿈꾸는 경남 교육의 바른 변화는 교육감이 돼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교육감이 되신다면 꼭 하시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우선 교실에서의 교수-학습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변해가고 사회도 변하고 있는데 학교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더군다나 주입식·강의식의 교수-학습 시스템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의 방법이 과제해결 중심,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의 형태였다면 그 한계가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더 이상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교사들까지도 이 방식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대는 숙제 해결 중심의 형태가 아니라 소풍가서 보물찾기 하는 형태의 교수-학습 방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 가서 스스로 찾는, 놀다보면 학습이 되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께 '당신이 바꿔라, 교사가 바꿔야 된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됩니다. 이미 현장의 선생님들은 충분히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교육청에서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교육감이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학습활동에 참여하면 성적향상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며, 학교생활도 행복해질 것입니다.

저는 학력신장 자체가 교육적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학력신장 만을 위하여 교육활동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 콘텐츠의 개발과 도입과 실행으로 학생·학부모·교사, 교육 3주체가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 방금 전 말씀은 교실 안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경남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학교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학생·학부모·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편안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 되살리기 운동을 추진할 것입니다.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문화 공동체·휴식공간·도서관 등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학교의 권위를 살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기존의 관료 조직의 하부조직으로써의 학교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녁시간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 학교 도서관에 와서 같이 책을 보고 같이 즐길 수 있는 학교, 제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 중 하나입니다."

-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은 미래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아이들의 미래를 어른들이 결정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사고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선택해준다면, 그만큼 책무성이 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들의 미래에 관련된 일을 몇몇 사람의 머리에서 몇몇 사람들의 선택으로 결정된다면 얼마나 모순적인 행태입니까?

자라는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보다 큰 책무성을 느껴야 합니다. 학생의 인권문제도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학교들이 두발을 단속합니다. 아침부터 교문에서 두발단속으로 인해 교사와 학생이 신경전을 벌입니다. 상쾌하게 시작할 아침부터 학생은 걸렸다고 짜증내고 교사는 머리카락이 규정에 맞지 않다고 짜증냅니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교육활동입니까?

선생님들은 이미 하시는 일이 많습니다. 학생들도 보다 더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저는 강제 두발 규정과 강제 야간자율학습, 강제 보충수업 실시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교에서는 학습을 원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에 그 학생들을 위해 학습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자는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경남에선 좋은 교육감 만들기 운동이 진행 중이다.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에 동참한 박종훈 후보.
ⓒ 김용만

- 사실 학생인권이나 강제적인 조항 폐지에 관해서는 이전에도 공문이 몇 번 내려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변하지 않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을 갖고 계신지요?
"네, 사실 한번에 변하기는 어렵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교육 3주체(학생·학부모·교사)의 합의를 통해 강제적인 내용의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교육자치는 결국 학교 자치여야 합니다. 교육청이 교육부의 하부 조직으로써 교육부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학교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학교 자치가 아닙니다. 학교에서 교육청의 눈치를 본다면 어찌 자유로운 학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교육청은 학교의 자치권을 확실히 존중해주고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교육청에서 학교에 간섭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이미 스스로의 정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제화 돼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본 취지를 잘 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교육주체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발언하며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는 학교,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학교 자치이며 이것을 위해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 다양한 형태의 학교에 대해 학부모님들과 사회의 요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남에서도 이러한 다양한 학교 형태의 도입에 대해 생각해 보셨는지요.
"네. 이미 전국적으로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남에서도 진해·거제 등 선생님들께서 자발적으로 모이셔서 연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양적인 팽창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껍데기만 혁신학교이고 내용은 부실한 학교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수적인 콘셉트를 잡아야 합니다. 저 지역에선 성공한 학교 모델이라고 해서 우리 지역으로 똑같이 들고 오면 무조건 성공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 그 학교의 특성에 맡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 바람직한 형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학교도 변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 학생들의 안전권 확보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교육위원으로 재직당시 핀란드에서 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11명의 어린 학생들이 급식소로 이동하는 데 담임선생님께서 제일 앞, 부담임 선생님께선 제일 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시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만약 이 모습을 학부모님께서 보신다면 학교를 신뢰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는 예산의 문제가 아닙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의 선진화가 필요합니다. 하나의 업무로써 안전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접해봐야 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직접 등·하교를 하며, 급식소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실제로 체크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감, 학교가 가장 안전한 경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선거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선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저의 이 생각, 경남 교육의 변화를 위해 꼭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봤습니다. 이번 선거에선 꽃을 피울 차례입니다. 교육을 생각하는 자는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해야 하기에 교육자는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자에게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근본이념이 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교육적인가, 누가 더 교육의 변화에 적합한 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저 박종훈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4년 전의 패배를 단지 패배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알고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꾸준히 경남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날개를 펴야 할 때입니다. 경남 도민여러분, 선거는 현실입니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셨던 교육의 변화를 저 박종훈과 함께 현실화 하셨으면 합니다. 끝까지 응원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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