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지역주민이 교장을 직접 선택. 이게 풀뿌리 민주주의.

마산 청보리 2014. 2. 5. 12:09

경남 지역에서 '민주진보 교육감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좋은교육감만들기 희망경남네트워크'에서 경남진보교육감 단일화를 위한 선거인단을 모았는데 3만88명이 모였다. 서울에서 곽노현 전 교육감 사퇴 후 보궐선거 때 민주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한 투표 선거인단을 모았을 당시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무척 뜨거운 반응이다.

'좋은교육감만들기 희망경남네트워크'는 오는 26일 후보 단일화 투표를 치르는데, 진선식 후보와 박종훈(경남교육포럼 대표) 후보가 경합하게 됐다. 이중 진선식(경남진보교육네트워크 대표) 후보를 지난 23일 만나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혁신학교 지정이 능사는 아냐... 학교 운영자의 철학 중요"

 경남에선 좋은 교육감 만들기 운동이 진행 중이다. 진보 후보 단일화에 동참한 진선식 후보.
ⓒ 김용만

- 경남진보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이신데, 단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존에 경남에 '경남교육연대'라고 하는 교육운동을 하는 단체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 단체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었지요. 하지만 이 단체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주로 간부 중심으로, 사안 중심의 활동을 전개해 온 것입니다.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는 지역주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상시적으로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적 의제를 찾아내며 교육의 진정한 지역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염원하는 교육활동은 풀뿌리 교육공동체입니다. 경남이라는 울타리는 같지만 지역마다 교육적 의제는 다릅니다. 예를 들면 거제시 같은 경우 평준화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렇다면 거제시 지역에서는 평준화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지역이 공통된 의제로 접근하는 것이 옳은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지역의 교육 의제는 그 지역에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죠. 제가 지금까지 교육운동을 해오며 교사만 바뀌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교육은 교사만 바뀌어선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함께 변해야 합니다. 학교에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님들께서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지역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교사도,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모두 목소리를 내어 그속에서 대화와 고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될 때 교육과 사회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 특별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아이들에게 학습시간의 부담감만 주어서는 교육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학습시간이 많다고 해서 성적이 오른다는 원칙은 옳지 않습니다. 집중도가 중요합니다. 친구와 경쟁하는 교육이 아닌 함께 배우는 것이 집중도가 더 좋아집니다. 수월성 교육이 아닌 함께하는 교육이 더 좋습니다.

아이들은 협력이라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게 될 때, 그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진출하게 될 때, 그 사회는 보다 더 인간적으로 될 것입니다.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나누고 따로 가르치는 것은 독약과도 같습니다. 우월반을 나누고, 고교 진학때부터 학교를 서열화하여 진학하는 방법은 학생을 통제하고 가르치는 데에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아이들은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아이들은 섞여야 합니다.

나와 여러 가지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친구들을 이해하고 도우며 사람사는 세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학교는 성적이 최고라는 마인드를 더 이상 심어줘서는 안 됩니다. 서열화는 경쟁심화일 뿐 답이 아닙니다. 배움의 공동체, 협동학습, 협력학습 등이 병행돼야 합니다. 더 이상 주입식 교육과 경쟁식 교육을 계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행해지고 있는 혁신학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남에서도 이와 같은 교육적 시도가 가능할까요?
"경남에 알맞은 형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시범학교의 형태로 시작해야 합니다. 타 지역의 혁신학교들을 벤처마킹하여 경남형 혁신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경남은 늦게 시작하지만 그래서 더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전국의 많은 혁신학교가 좋은 사례가 되니까요.

물론 혁신학교 지정이 도깨비 방망이는 아닙니다. 교사, 교장의 철학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남지역에는 '새학교넷'이라고 하는 교사 모임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모여 다양한 형태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배움의 공동체' 연구 모임도 지역별로 여럿 있습니다.

또한 교장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학교의 색깔이 바뀝니다. 저는 '주민 추천 교장, 교육장 공모제'를 제안합니다. 지역의 학부모들이 절차를 통해 적임자를 추천하시면 제가 그대로 임명하겠습니다. 간접적인 학교자치활동이지요. 지역주민들께선 자녀의 학교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어떤 교장선생님이 적임자이신지 공부도 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떤 교육장이 우리 지역에 와야 우리의 교육활동이 더욱 풍요로워질지 고민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지역주민이 교장을 직접 선택... 이게 풀뿌리 민주주의"

 경남에선 좋은 교육감 만들기 운동이 진행 중이다. 진보 후보 단일화에 동참한 진선식 후보.
ⓒ 김용만

- 교장과 교육장 임명권은 교육감의 주요한 권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교육감이 이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포기라는 말보다 나눠드린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임명은 교육감이 해야겠지요. 단지 이전에는 선택까지 교육감이 했다면 이젠 적임자를 지역주민들께서 직접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말입니다. 각 지역마다, 학교마다 이런 실천들이 이뤄진다면 이것이 바로 상향식 민주주의, 즉 풀뿌리 민주주의가 될 것입니다. 교육도 그 지역에 맞는 맞춤형 형태로 가야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자치라고 생각합니다."

- 전교조 경남지부 지부장을 두 번 역임하셨습니다. 정부에서 그렇게 싫어하는 전교조 출신 교사이신데 부담은 없으신지요?
"언론과 정부에선 이야기 합니다. 전교조는 이념교육을 하는 빨갱이 집단이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전교조에선 참교육을 이야기합니다. 전교조에서 촌지 거부 운동을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촌지를 거부하는 것이 이념교육입니까? 빨갱이 집단입니까?

교육을 산업으로 보는 정권의 행동도 안타깝습니다. 전자 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정부에선 선생님들께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공유한 적 있습니까?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선 전자교과서 도입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셨다가 TV의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찌 교과서를 가르치는 분들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합니까? 이미 학교에 OHP, 실물화상기, 전자칠판 등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실 사용률은 극히 낮은 편입니다. 선생님들이 이것들이 필요하다고 요구를 해서 들어온 것일까요? 아닙니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교실기기 현실화방안으로 막무가내로 설치한 것입니다.

전자교과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들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하여 지급할 것입니다. 결국 누가 좋은 것입니까? 교육은 산업이 아닙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전교조에선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공청회를 하자, 이것은 옳지 않다, 더 옳은 것을 고민해보자.' 이것이 이념교육입니까? 빨갱이 인가요? 정부가 올바른 교육정책을 발표하고 실시하면 저희도 당연히 환영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이 일방적이고 경쟁위주로, 교사들까지 성과급을 통해 서열화를 하려는 것 등 대화와 소통이 안되고 귀를 막은 상태에서 빨갱이라고 공격만 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는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싸움만 해서는 모두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저는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옳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한말씀 부탁합니다.
"제가 경선에 참여한 것이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를 했다면 더 많은 분들께 저의 생각을 알려내고 더 좋은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당선이 유일한 목적이 아닙니다. 저의 최우선 과제는 경남지역에서도 진보교육감이 당선돼 보다 인간적인 교육, 보다 민주적인 교육이 이뤄지게 하는 것입니다.

우선 학급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변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에 어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합니다. 교육의 핵심은 협력·배려·소통입니다. 물론 교사들의 노력은 필수입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할 때 변화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제가 당선된다면 교육의 많은 권한과 역할을 지역민들께 돌려드릴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실 일정부분 무시됐던 학생들의 인권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돌려드릴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 대해 걱정이 있었으나 말씀 못하셨던 부모님들의 말씀을 끝까지 경청하고 시정할 것입니다. 스쿨존도 대폭 손질해 학생들이 안전한 등하굣길이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끝까지 경남지역 진보 교육감 당선을 위해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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