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잊지못할 2학년 2반 종업식을 마치며...

마산 청보리 2014. 2. 16. 21:45

"선생님~~~~"


12월 중순 이후로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 사실 학교에 가기 싫었다. 아이들을 다시 만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를 기다려 주었다.


오늘은 졸업식 및 종업식이 있는 날. 용기를 내어 학교를 찾았다. 마지막 종례를 하러 교실에 올라갔다. 중간 중간에 만나는 아이들이 흠칫 놀라며 반갑게 인사한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꺼."

"그래 잘 지냈냐?"

"네 선생님. 보고싶었습니더."


달려와 한아름에 안기는 아이들. 아들을 떠나보내고 나의 학교생활은 멈추었다. 아니 나의 모든 생활은 멈추었다. 학교의 학생들로부터 꾸준히 연락이 왔다. 


'선생님. 보고싶습니더. 잘 지내시지예?', '선생님 저희 반 이번 축제에서 2등 했습니더. 선생님 덕분입니더.' '선생님 언제오십니꺼. 저희 기다리고 있습니더.'


일일이 답장을 해주지 못했다. 사실 답장을 할 적당한 내용도, 의지도 떠오르질 않았다. 


근 두 달 만에 아이들 앞에 서려니 내심 긴장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장을 차려 입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졸업식 하느라 많은 학부모님들과 함께 유쾌한 분위기 였다. 


'그래, 바로 여기에서 6년을 보냈지.'


새삼 이 학교도 올해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교실로 향했고 교실로 들어갔다. 다른 반 아이들은 복도에서 장난치고 교실에서도 장난치며 시끄러웠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들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조용했다.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놈들아, 어울리지 않게 왜 이리 무게를 잡고 있노."


나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놀라며 반가워하는 분위기였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교탁에 서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마지막 종례를 시작하였다.


"선생님은 지난 2달간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특히 학교를 생각하면 여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선생님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끝까지 신경써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아이들 앞에서 절대로 울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왔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시우를 떠나보내고 마음이 상당히 아팠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생각하며 힘을 내곤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3학년이 됩니다. 고3이라는 원치 않는 족쇄에 묶이게 됩니다. 너무 힘들게 생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신없이 달려가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힘들 땐 쉬어가며 하세요. 내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가 훨씬 중요합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많은 돈만 버는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나만 아는 사람이 아닌 모두를 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종례는 끝이 났고 반장이 나에게 작은 선물과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함께 적은 돌림편지를 주었다.




▲ 1년이라는 시간은 참 빠르다. 첫 남녀 합반의 해로 걱정이 앞섰으나 추억이 더 많았다.

ⓒ 김용만


'선생님, 선생님과 1년을 함께 하면서 교과 과목보다 더 중요한 걸 배운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확실히 다른 선생님들과는 다른 특별한 선생님이십니다. 그만큼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생님이십니다. 가족들과도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선생님 덕분에 친구들과 가볼 수 있었던 것도 감사드립니다. 2-2반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오랜만에 글로 찾아뵙습니다. 항상 밝으신 모습과 파이팅 넘치시는 모습이 저희 반 학생과 다른 학생들의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사람으로서,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저의 롤모델이자 이상형이었습니다. 


작년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가기 전에 잘해서 웃으며 헤어지자는 말씀, 못 지킨 것 같습니다.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 한 번도 못 드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립니다.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훗날에 보다 멋진 제자가 되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못난 인간,  조금이나마 희망을 새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일 년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항상 믿어주셔서 잔치부장이랑 월드비전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일 하면서 추억 많이 생긴 거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일 년 동안 알차게 보내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밑에서 일 년 동안 배운 게 많은 데 그런 거 모두 잊지 않고 고3생활도 열심히 하고 사회 나가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안한 거 죄송하고 항상 건강하시고 쌤, 너무 보고 싶을 거 같아요. 여자애들끼리 꼭 한 번 찾아갈게요. 돼지 국밥 먹으러 가용.ㅋㅋ. 말로다 못할 만큼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2학년 2반 잊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벌써 저희는 고3이고 헤어질 때가 되었네요.ㅠㅠ. 항상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선생님이랑 선지국밥 먹었던 것도 생각나고 내장탕도 같이 먹었던 것도 생각나요. 우리 반끼리 놀러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초기에는 다들 어색했는데 우리 반만 진해 벚꽃놀이 다녀오고 더 편해져서 또 좋았었어요. 반장 일 하면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똑바로 한 건지 의문도 들고 이제 헤어지려니까 마음도 조금 뒤숭숭하네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진심으로 저희 위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감사할 거구요. 요즘 답답하고 자신감도 많이 사라져서 좀 힘들었는데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 열고 계속 나가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계속 아픔이나 슬픔에 머물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 항상 나아가는 사람 되어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반 애들 같지 않았다. 어찌나 글들이 이쁘고 감동스러운지. 종례를 마치고 나갈 때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꼬옥, 꼭 안아 주었다. 한 명 한 명 듬뿍 안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아이들도 나를 꼬옥, 꼭 안아 주었다.


교직은 힘들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는 말도 들린다. 공교육이 붕괴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누구의 책임인가? 아이들의 책임인가? 교사들의 책임인가? 교육에 관여된 모든 이들의 책임인가?


사랑이다. 결국 사랑이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 진심으로 함께 하고픈 마음이 충만해질 때 이러한 문제는 모두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나의 미흡한 사랑으로 우리 반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이 아이들은 또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위로를 받아 본 자만이 남을 위로할 수 있다고 했다. 가르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감동을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다. 감동을 주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운동장에 나가보니 2년 전 담임을 했던 아이들이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놈들은 오늘 졸업을 한다.


"선생님! 이제 우리도 성인입니더. 사진 한 판 찍고 술 한 잔 사주이소~"


이놈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이런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 사회의 밝은 앞날을 그려본다.




▲ 2년전 1학년 때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이놈들이 벌써 졸업한다. 아이들의 졸업을 보며 시간이 흐름을 느낀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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