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진보의 시작은 학교 민주화에서 부터!

마산 청보리 2014. 2. 5. 12:10

경남에선 이번 6·4 교육감 선거에서 경남 최초의 진보 교육감 선출에 대해 관심도가 높다.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좋은교육감만들기희망경남네트워크(아래 희망경남넷)'에 선거인단이 3만여 명이 신청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애초에 진보교육감 후보가 3명이었다. 그 중 진선식, 박종훈 후보는 경선에 참여하여 절차를 밟고 있고 조형래 의원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에 준비 중이다. 경남의 진보 교육감 후보 조형래 교육의원을 24일에 만났다.

 경남 진보 교육감 후보인 조형래 교육의원
ⓒ 김용만

- 희망경남넷이 출범할 당시 진보 교육감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셨다가 후에 동참을 거부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아시는 바와 같이 처음에 희망경남넷에 후보 등록을 하였습니다. 희망경남넷에서는 후보 단일화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 후보자간 협의 후 정하라고 하였습니다. 이때가 2013년 12월쯤 됩니다. 그런데 진선식 후보와 박종훈 후보, 희망경남넷에서는 2014년 1월 20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희 쪽에서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사실 그 기간은 선거운동기간도 아닐뿐더러 정책을 알려내는 데에도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진보적 성향의 후보가 3명이나 나온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도민들은 진보라는 틀만 같지 그 내용은 차이가 있는 세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뻔한 일입니다. 저희의 정책과 생각을 충분히 알려 낸 후에 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2월 4일이 되어야 교육감 후보로서의 지위를 가집니다. 즉 어깨에 이름을 새긴 띠를 멜 수 있고 명함을 찍어 나눠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둘러 후보를 선정해야 하는 이유를 저희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희망경남넷에 이 사안을 정중히 전달하고 재고를 부탁했지만 경선 시기가 애초의 1월 20일에서 일주일 늦춰진 1월 27일로 날짜가 1주일 변경된 것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경선 동참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 결국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이 시기로는 그 어떤 선거 관련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토론회도 할 수 없고 강연회도 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공개 토론회 시점은 4월 4일 이후가 되어야 합니다. 후보를 단일화 한다고 해도 진보진영의 후보 세 분이 함께 나와 유권자 여러분들 앞에서 정책 토론도 하고 공개 석상에서 검증받는 과정을 가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 아닙니까? 저희는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한 후 여론조사를 거쳐 옥석을 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거가 6월 4일인데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것이죠."

- 그랬군요. 조형래 교육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진보란 무엇입니까?
"진보란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무작정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 도구가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사회가 나아지는 것, 나아진다는 말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어감을 뜻합니다. 저의 교육철학은 학교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나 학교의 정신은 이 땅에 처음으로 근대식 학교의 형태가 도입되었던 일제 군국주의 시절의 정신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관료주의적 체제로는 자유와 평등, 평화를 추구할 수 없습니다. 수직적 관료주의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어찌 그 어떤 내용이 바뀔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셨는지요?
"학부모 참여 공간을 제도적으로 확고히 해야 합니다. 교장선생님의 권위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학교 분위기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평화롭지 못합니다. 빈부 격차를 포함한 모든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자본주의가 먼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는 빈부격차가 물론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의 마인드가 다릅니다. 즉 많이 버는 사람이 사회를 위해 세금을 많이 내고, 기부를 많이 하며 사회의 형평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부분이 부족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마저 평등하지 않게 자란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동아리활동을 제대로 하게 해주세요. 학교체육대회를 저희가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해도 일선 학교에선 이런 것 마저 민주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아이들의 의견을 묵살합니다.

이런 학교가 행복한 학교입니까? 이런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사회를 볼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적어도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 들어보고 존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학부모님들 말씀, 선생님들의 말씀이 서로 진지하게 소통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전 학교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도의회 앞에 보니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후보님의 아이디어라던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작년 말에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해서 저도 도의회와 일반 시민들 간의 소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아고라 게시판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호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형태라도 소통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보기에 부실하죠? 사실 며칠 전 바람이 불 때 넘어져서 후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고정시켜 두었습니다. 도의회에서 이런 게시판을 공식적으로 만들어 설치해 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경남도의회 앞에 비치되어 있는 아고라 게시판
ⓒ 김용만

- 혁신학교 등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적 학교가 혁신학교 아닙니까? 교장의 권위가 아니라 교사의 자율성, 학부모의 참여가 자유로이 보장되는 학교가 혁신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경남에도 이미 태봉고등학교 등 그런 학교가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입니다. 태봉고를 봐도 알 수 있지만 학교의 교육과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현재 대다수 학교의 교육과정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교무부장선생님의 지시 하에 선생님 몇 분들이 작년 것을 그대로 보시고 답습하듯이 짜십니다.

이것부터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학부모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참여가 아니라 자율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올해는 가을 소풍 가지 말고 체육대회를 이틀간 하자, 수학여행 날짜를 이때쯤으로 하고 반별·가족별 여행을 가보자, 졸업식을 12월 달에 하자' 등 교육 과정만 잘 바꿔도 학교는 훨씬 즐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 재미있는 생각이십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큰 학교들이 대부분입니다. 작은 학교에선 교육 과정의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큰 학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네, 맞습니다. 작은 학교는 이런 부분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해서 전 학교 통폐합을 반대합니다. 작은 학교가 공동체적 마인드로는 바른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큰 학교도 시도할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부분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신데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변화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선전하며 '이렇게 할 수 있다'를 알려내다 보면 어느 새 현실화 되게 됩니다. 제가 교육감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입니다. 교육감은 홍보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안돼'가 아니라 시도를 해 보지 않아서 안 되는 것입니다. 부럽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 현재의 스쿨존은 안전하다고 보시는지요?
"아이들에게만 주의하라고 교육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고요? 의지가 중요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저희 동네에도 스쿨존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보면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단속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시야가 낮고 좁습니다. 불법 주차한 차량들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그 후 주차 단속을 실시하겠지요. 이런 마인드가 잘못된 것입니다.

즉, 사전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스쿨존이라고 지정만 해두고 바닥에 선만 지그재그로 그어둔다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합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상황이 달라졌는지 실제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상황이 어떤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답이 아닙니다. 관심을 가지고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누구든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 저는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고 3학생들과 만나 학교생활을 직접 들으려고 했던 활동을 경남도 교육청이 방해하여 학생들을 만나지 못한 사건에 대해 안녕치 못하다고 의원이 직접 쓴 글
ⓒ 김용만

- 교육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진 않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면 학교 문화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어야 합니다. 솔직히 지금부터 바꾼다해도 늦다고 생각합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평화로운 미래는 미루어질 것입니다. 학교의 자율화가 꼭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민주화를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면 그만큼 사회의 민주화도 늦어집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교칙을 만들어보고 책임 있게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낼 때 책임 있는 민주시민이 육성될 수 있습니다.

학생인권, 당연히 존중해야 합니다. 제가 교육감이 된다면 학교문화를 바꾸는데 교육주체들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할 것입니다. 누구나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모두가 주체가 되어 주인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이것을 바꾸어 나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알려내며 함께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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