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태봉고 축제, 딴학교와 달라도 너무 다르네.

"We are the ONE."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마산 태봉고등학교가 연 제 8회 태봉고등학교 공동체의 날 주제이다. 말 그대로 우리는 하나. "우리? 학생들 선 후배를 말하나?" 처음에 이 문구를 보고 확실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공동체의 날을 함께 하면서 그 답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15일(금) 오후 2시부터 11월 16일(토) 오후 5시 30분까지 태봉고등학교에서는 축제를 했다. 일반 학교의 축제와 뭐가, 어떻게 다를까를 기대하며 축제에 참여했다. 15일 저녁에는 전야제가 진행됐는데, '야식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미스 태봉 뽑기, 만보기를 높여라, 도전 99초, 좀비 게임을 했다. 순전히 태봉고 학생들이 준비하고 진행한 게임이었다. 재미있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 전야제는 저녁 늦게까지 진행되었는데 기숙사형 학교라서 가능한 듯했다.

다음 날 오전부터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시 문화 축제'가 열렸다. 강명주, 김가인 학생이 부르는 여는 노래, '사랑 Two'를 시작으로 마산 지역 출신의 이영자 시인과의 만남의 시간이 마련돼 있었다. '땅심'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이영자 시인은 마산 부림 시장 지하 식당가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차림표 옆에 칠판을 걸어 두고 틈틈이 삶을 시로 써내려간 민중의 시인이시다.

이영자 시인의 강연은 아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다음으로 1학년 학생들이 음악시간에 프로젝트로 진행한 시극이 이어졌고, 백명기 선생님의 기타반주에 맞춰 이인진 선생님이 노래를 부른 '공부를 하다가(이 오덕 시/ 벽창우 곡)'라는 시가 배움의 공동체를 보여주는 교실영상에 맞춰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2학년 음악 선택반 학생들이 보여준 시극 '태봉 살이'는 대안고등학교 학생으로서 가지는 비애, 즉 다양한 학교 활동들을 하고 친구들은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은데 자신만 잘 못하는 것 같은 갑갑함과 무능력함, 학생들은 이것을 '태봉앓이'라고 하는데 이 '태봉앓이'를 솔직하게 표현해 주어,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식사 후 방랑자 체험과 공연이 진행되었다. 방랑자 체험이라 함은 올해 처음 실시된 것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부스를 설치하여 장사(?)를 하는 것이다. '손바느질 DIY물품 전시 및 판매, 애완동물전시, 야구게임, 즉석 노래방, 간도와 독도, 칵테일 판매, 먹거리 장터, 커피체험, 쿠키와 손글씨 엽서 부스'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 부스들은 단순히 설치된 것이 아니라 태봉고의 교육과정인 LTI 활동을 통한 결과물이었다. 즉 홈패션을 LTI로 한 학생의 경우 헌옷으로 인형만들기 프로젝트 부스, 동물테마카페에서 LTI를 한 학생은 파충류를 위한 사육장 만들기 기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부스를 하였다. 소물리에 바텐더 공부를 했던 학생은 칵테일 부스,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를 하는 카페부에서는 커피체험 부스, 글쓰기를 LTI로하는 다우는 쿠키와 손글씨 엽서 부스, 네팔에 학교짓기 기금을 마련하는 동아리 NCF에서는 아나바다 장터 부스를 하였다. 즉 부스 역시 학교 활동의 연장선이었다.

태봉고 축제의 특이점은 학생들과 교사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님들과 태봉 마을 어르신들도 함께한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운동장부터 학교 안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이를 바탕으로 수완이 좋아 장사에 성공하는 부스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씁쓸해 하는 부스도 있었다. 3시부터 공연이 있었는데 사물놀이부터 마술, 춤, 랩 베틀, 콩트, 밴드 공연까지 다양한 공연들을 볼 수 있었다. 다채로운 공연은 구경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참여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축제를 구경하며, 태봉고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 태봉고 축제의 특징이 무엇인가요?
"중학교 축제는 공연 위주였고 선생님께서 많은 지도를 해주신데 비해 태봉고는 모든 준비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해서 좋았어요. 학생회에서 전체적인 틀을 제시해주면 부원들이 모두 함께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선생님들이나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할 땐 도움을 청했구요. 모두들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축제는 아주 만족해요. 스케일 자체가 아주 크잖아요." - 1-3반 김기민 학생

- 이 부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핸드메이드예요. 저랑 후배가 함께 준비했어요. 미리 입지 못하는 옷들을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기증을 받았죠. 그 것들을 리폼해서 판매하는 거예요. 작년에는 리본을 팔았는데 꽤 잘 팔렸어요. 올해엔 사업(?)을 키웠죠. 부모님께서 직접 오셔서 격려도 해주시고 물건도 팔아주시니 너무 좋아요." -  2-2반 김예지 학생

 야구게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정재명학생
ⓒ 김용만

- 이 시설은 뭐죠?
"야구게임입니다. 공 3개를 던지시면 되요. 합이 18점을 넘으면 저쪽에 있는 분식집에 가셔서 한 가지 음식을 무료로 드실 수가 있습니다."

-이거 야바위 아닌가요? 그리고 손님은 많았나요?
"야바위라기보다 음, 스포츠라고 정의하죠. 네 이미 세분이 다녀가셨어요. 안타깝게도 점수를 넘기진 못했어요. 우리학교 축제는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이 삼위일체가 되어 함께하는 게 너무 좋아요. 모든 준비를 우리들이 직접 하니 참 뿌듯합니다."

- 태봉고 축제에 한 말씀 하신다면?
"지금처럼만 하면 좋겠어요. 지금이 완벽하진 않지만 더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 1-1반 정재명 학생

- 여긴 좀 특별해 보이는 데 이 부스는 뭐죠?
"제가요. 책을 보다가 스페인의 산티아고라는 곳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 곳을 순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랑 함께요. 근데 돈이 없잖아요. 해서 제가 그림을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낙서를 해주고 기부금을 받는 부스예요. LTI하고는 상관없구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액수는 없어요. 주고 싶은 만큼 주는 거죠." - 2-2반 김광철 학생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였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고 만원을 쾌척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연과 목적을 가진 부스들이 많았다. 모든 것이 태봉고라서 그런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광철이의 부스 앞에 걸렸던 글
ⓒ 김용만

태봉고 학생회장인 정다훈 학생을 만났다.

- 축제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축제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네 사실 100% 학생들이 준비했어요. 스트레스도 엄청났죠. 두 달 전부터 준비를 했으니까요. 추억에 남는, 특별한 축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어요. 해서 부스를 설치했구요. 반응도 좋았습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즐기는 축제를 지향했습니다. 어제부터 진행 중인데 아주 만족합니다. 이 모든 것이 태봉고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삼주체(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즐기는 축제. 이것이 저희가 원했던 축제예요."

 2013년 태봉고 학생회장 정다훈 학생
ⓒ 김용만

인터뷰 후 정다훈 학생이 마이크를 가지고 장사가 안 되는 부스를 직접 돌아다니며 손님들을 끄는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운동장 한 켠에 학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많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자녀를 태봉고를 보내니 어떠냐고 물었다.

"200% 좋아요. 태봉고에 안 보낸 분은 몰라요. 애들 말로 안 다녀본 사람은 몰라요. 우린 느낌 아니까.(웃음) 얼마나 좋으면 여기 이분은 졸업생 부모님인데요. 이렇게 참석하셨잖아요."

평소에 부모님끼리 자주 모이는지도 물었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연스레 모이죠. 사이는 별로 안 좋아요.(크게 웃음), 태봉고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예요. 우리들의 학교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다.
 포즈를 취해주신 학부모님들의 표정이 해맑으시다.
ⓒ 김용만

아이들과 선생님이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방법이 궁금했다. 김미영 교감선생님을 만나봤다.

- 태봉고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전 교감으로써의 받은 첫 발령이 태봉고였어요. 사실 원해서 왔던 곳이 아니었죠. 초기엔 애들 말마따나 멘붕이었어요. 처음 온날 한 선생님께서 태봉고에선 교감선생님이라고 호칭을 안 부른다는 거예요. 그냥 미영샘이래요. 많이 놀랐죠. 지금은 적응했지만요.(웃음) 교장선생님께서도 절 보고 다 내려놔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머슴이라면서요. 그럼 전 두 번째 머슴이 되는 거였어요. 교장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저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였죠.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머슴이라 생각하고 생활하니 즐거웠습니다. 마인드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교에서 별 생각 없이 태봉고에 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웃긴 말씀 드려볼까요? 태봉고 교사들 또한 학생들만큼 태봉스러워요.(웃음). 아이들을 이해하고 선생님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녹아드니 보이더라구요. 같이 즐겁게 지내야죠. 담임선생님이 웃으면 아이들도 웃잖아요. 제가 웃어야 선생님들도 웃으시더라구요. 웃으며 지내고 싶습니다."

유쾌하게 답하시는 교감선생님을 뵈며 태봉고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김미영 교감선생님. 처음에는 학교환경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 김용만

실제로 태봉고에는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이 없었다. 직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사이엔 오직 미영샘, 태전샘(교장선생님)만 계실 뿐이었다. 아이들이 교감샘, 교장샘이 아니라 미영샘, 태전샘 이라고 부르며 자유롭게 다가와 대화를 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모습이 사제지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명기 선생님께 물었다.

- 태봉고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태봉고란 놀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애들도 자유롭게 놀고 어른들도 자유롭게 놀며 스스로 성장하는 곳이니까요.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억지로 배우지 않으며 각자 하고 싶은 놀이기구를 찾아서 타고 노는 곳. 태봉고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 같은 요."

인터뷰 하는 내내 만난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의 표정이 밝았다. 늦가을의 청아한 햇살처럼 이 학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훈련하고 노력하여 가질 수 있는 표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태봉고 축제는 참 특별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년 축제는 더 특별할 것이라는 것이다. 태봉고는 이미 모두 다 함께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하게 진화중이었다.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태전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인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태봉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행복한 학교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함께 한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태봉고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다양하다.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범 사례이다. 귀족형 대안학교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곳이 아니다. 실패한 학교이다. 아이들이 너무 난하다.'

그 어떤 평가도 상관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태봉고의 가족들은 만족해하고 행복해 하고 있었다. 가족이 행복하다는데 옆집에서 뭐라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확실한 것은 태봉고가 이만큼 성장한 것에는 그 만큼 구성원들 사이의 눈물과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올해 개교 4년차인 태봉고는 완벽한 학교는 아니다. 허나 최소한 학생들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임은 분명하다. 새로운 학교? 명문학교? 이제 우리들의 학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학교는 바로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행복한 학교이다. 태봉고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태봉고의 가족들 사진. 이들의 함성 속에서 태봉고의 미래를 보았다.
ⓒ 김용만

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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