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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대한민국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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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없는 사회'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책 표지에 딱! 지금의 제게 필요한 답이 제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수선론자가 말하는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이라는 문구가 눈을 끌었습니다. 한 장씩 넘겼습니다. 머리말에 뒤통수를 때리는 글이 있었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지금 이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런저런 '개혁'은 앞으로 몇십 년만 지나도(되도록 몇 년 뒤에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하며, 다들 입술을 깨물며 반성할 일들 뿐입니다. '하지 않으면 좋을 짓'만 골라서 관과 민이 합심해 수행하고 있는 겁니다.(머리말 중)


'이게 무슨 말이지? 하지 않을 짓만 관과 민이 하고 있다고?'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다시 책 다음 장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우치다 타츠루'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가 쓴 책이었습니다. '일본사상가?'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모든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일본 정치권과 일부 극우들의 역사관이 불편할 뿐이지 일본의 상식적인 지식인의 말은 귀담아듣습니다. 일본의 모습이 조만간 닥칠 한국의 미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한 때 세계를 주름잡던 아시아의 대표국이었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산업화를 추종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고민이라면 우리나라와도 관련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 없는 사회'는 저자 '우치다 타츠루'씨가 일본 '우시오' 잡지에 몇 년 동안 기고한 에세이나 인터뷰를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우치다'씨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저 자신에 대해 굳이 어느 쪽인지 밝힌다면 '소수파'에 관해 쓰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자본주의 반대, 교육이나 의료의 시장화 반대, 아베 정권의 안보법제 반대,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TPP반대, 도덕교육이나 애국심 교육 반대, 한국과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 반대...이처럼 일본의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하고 싶은 일들은 대부분 반대하고 있습니다...일본의 언론 상황에서 제 위치를 정치적으로 구분하자면 '리버럴한 보수'정도가 되리라 여겨집니다.'(서문 중)


'리버럴한 보수',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리버럴(Libearl)의 한국식 의미는 '자유주의자, 자유주의를 따른다.' 정도의 뜻입니다. 즉 '자유주의를 따르는 보수'로 해석 가능합니다. '보수가 자유라고?'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뜻이 대충 이해됩니다. '우치다'씨는 혁신이나 개혁론자는 아닙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잘못된 사회를 통째로, 단박에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체제는 두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수선하자는 수선론자였습니다. 사회수선론자가 쓴 책, 이것만 해도 이 책은 읽은 가치가 충분합니다.

 어른 없는 사회 책표지 우치다 타츠루 지음/김경옥 옮김/민들레/13,000원 ⓒ 김용만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살펴보면 1장 소비사회와 가족의 해체, 2장 아버지의 몰락과 압도하는 어머니의 등장, 3장 확대가족론, 4장 격차사회의 실상, 5장 학교교육의 한계, 6장 불통을 넘어서는 소통 능력, 7장 다음 세대와 연결하기, 8장 안테나 감도를 높이기, 9장 자아 찾기의 함정, 10장 제자라는 삶의 방식입니다. 현대사회의 특징과 변화된 과정, 현재 일본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파헤쳐 서술합니다. 글은 쉽게 읽힙니다. 읽기 쉽게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1장을 읽을 때부터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족의 해체가 산업화로 인해 나타난,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한 현상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강요된 형태라는 주장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2장을 읽으며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반대로 압도하는 어머니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가족에서 가장의 위치와 역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4장을 읽으며 격차사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흔히들 말하는 계급사회라는 용어가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5장을 읽으며 학교교육, 공교육이 어떻게 몰락하고 있으며, 이미 공적이지 않고 사적 이익을 가르치는 학교현장의 모습에 대해, 너무나 적나라하게 파헤친 글에 교사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6장을 읽으며 누구나 흔히 말하는 의사소통의 실체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소통은 경청이나 공감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이 부분은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7장을 읽으며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의 허울을 알 수 있었고 9장을 읽으며 '자신을 찾아라. 자신의 강점을 찾아라.'고 요구하는 세상의 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2022년에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22년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고 내용이었습니다.

책 내용 중 일부를 소개드립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당신이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소비자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정체성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진정으로 가족에 대해 염려한다면, 부자 관계보다 부부 관계를 문제로 다뤄야만 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 소통의 부재를 걱정할 여유가 있다면 말입니다.'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분명한 두 요소가 있습니다...따라서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출산율 회복을 원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하지만 정부는 교육비에 세금을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않는 가정은 대체로 닫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가난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예전에는 가난한 이들끼리 서로 돕는 삶의 지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지혜가 사라졌습니다.'
'연수입은 인간성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일 년에 얼마나 버는지보다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지, 어떤 표정으로 웃는지 그런 쪽이 그 사람의 인물됨을 판단하는 데 훨씬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이란, 의사소통을 원만하게 진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불화와 맞닥뜨렸을 때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


저는 책을 읽을 때 주요 부분은 밑줄을 긋고 해당 페이지는 접으며 읽습니다. 이 책은 밑줄과 페이지를 너무 많이 접었습니다.

저자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해도 전혀 의심 들지 않는 책입니다. 놀랄 정도로 일본이 겪어온 길과 한국이 걷고 있는 길이 닮아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우리 사회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방법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세상만이 옳고,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면 분노가 일고,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에게는 냉정함을 줄 수 있는 책임은 분명합니다. 훌륭한 리더만 있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분들께도 권해드립니다. 이 책은, 세상의 변화는 위대한 리더의 등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나 주위에 떨어진 깨진 유리가 있으면 그것을 줍는 개인들이 많아질 때 가능하며, 남 탓, 세상 탓을 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미성숙한 젊은이가 결국 미성숙한 노인이 되며, 사회 연장자에게는 젊은이들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단지 선언만 하는 책이 아닙니다. 저자는 오랜 시간, 많은 공부를 하며 현실적인 안목으로 조용히 말합니다.

'어른 없는 사회'를 다 읽은 후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난 어른인가?'

우리 사회에 성숙한 젊은이가 많아지면 좋겠고 그러려면 성숙한 연장자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성숙한 연장자들이 건강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본인은 성숙하다고 믿는(?)분들께 감히 이 책을 권합니다.

'당신은 어른다운 어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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