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청보리' 여행이야기

코로나19, 안전하게 여행하기

마산 청보리 2020. 3. 3. 07:00

저희 가족은 매년 봄이 되면 전남 구례에 산수유를 보러 갑니다. 돈과 시간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계절이 바뀌고 한해가 시작됨을 느끼려는 나름의 노력입니다. 올해도 봄이 왔습니다. 출발 전 코로나 19 때문에 약간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여보, 집에만 있으니 아이들도 힘겨워하고 하니, 우리 꽃 보러 갈까?"
"응, 그래. 좋은 생각이야. 아마 사람도 많이 없을 것 같고, 가보자."

다행히 저희가 원하는 숙소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후다닥 짐을 챙겨 토요일 오전, 지리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와! 아빠 우리 여행 가는 거야? 너무 좋아!"
"아빠, 나 장난감 다 챙겼어."

2시간 여행길이 지겹지 않았습니다. 봄 노래를 틀고 기쁜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열체크를 하더군요. 당연히 응했고 마스크 착용도 잘 했습니다. 

투숙 전 발열체크 모습

"네 고객님, 키 여기 있습니다."

가족 인증샷을 찍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와! 신난다. 아빠, 우리 방이야?"

신나하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흐뭇했습니다. 매년 봤던 풍경과는 달랐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들이 많이 없고 문 닫은 가게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몇몇 식당은 문을 열었고 저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 날 짐을 싸고 아이들과 산수유 구경을 갔습니다

이 와중에 만개한 산수유

"우와, 너무 이쁘다."

가족들과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여행에 대해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집에 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있는데..."

저희도 당연히 집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허나 코로나 19에 대한 공포보다는 개인 위생과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가족여행 중인 지인분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현 목수님, 아이들 데리고 그 먼 충청도까지 여행을 가셨네요? 코로나 19가 걱정되진 않으세요?"
"언제 또 애들과 이리 놀겠어요. 막상 나와보니 평소 북적이는 관광지에 사람이 없어 더 안전한 것 같아요. 집에만 있는 게 더 건강에 안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데이터가 충분하고 확진자가 많은 지역은 안 가죠.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서로 조심하기 때문이에요. 정부나 지자체가 확진자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주니 그걸 보고 움직입니다. 투명한 공개도 안심이 되요. 다른 나라처럼 검사를 안 해서 확진자 수는 얼마 안 되지만 누가 확진자인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가족 여행 중인 현목수님댁

말씀을 나누다 보니 저희 생각과 비슷해 한참 웃었습니다. 저희도 이번 가족여행을 하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우선 방문한 모든 곳에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 가도 따뜻한 물을 준비해 주시고 반겨 주셨습니다. 사회 전체가 불신이 아니라 건강함을 찾아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간만에 외식은 특별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사실 미세먼지, 콜레라, 간염, 결핵, 수족구, 독감, 장염 등 전염병이나 질병의 위험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모든 전염병이 치사율이 0%인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전염병이 생길 때마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웠던 것은 또 아니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 19 검사 시스템과 대응방법이 가장 투명하고 잘 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혹시나 외국에서 코로나 19에 전염되었을 상황을 상상하면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나 전염되더라도 이곳이 한국이기에, 사회적으로 함께 극복하자는 분위기가 있기에 더 안심이 됩니다.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부터 IMF '금모으기 운동', 태안 기름유출 때 국민들의 기름제거 작업 참여, 강원도 산불 때 전국민의 도움, 그리고 현재 대구, 경북 시민, 코로나19 관련 도움주시는 관계자분들에 대한 응원과 격려까지. 우리들은 시련이 닥칠 때마다 함께 였고 잘 견뎌왔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현 시국에 필요한 것은 비난과 혐오가 아닙니다. 불안과 공포 조성이 아닙니다. 빛을 나눌 때입니다. 빛은 허구가 아닙니다. 빛은 우리의 실천으로 더 밝아집니다. 현장에서 수고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말씀, 전합니다. 함께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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