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에는 토끼장이 있습니다. 올해 아이들과 함께 더 넓고 쾌적한 곳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이사하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새끼토끼가 태어나지 않아 나름 걱정했습니다.
'뭔가 불편한 것이 아닌가...'
어느 날, 동물농장(토끼를 키우는 자율 동아리)의 한 아이가 와서 말했습니다.
"선생님! 새끼 토끼가 있어요!!!"
"정말???? 몇 마리야?"
"전 3마리 봤어요."
"그래? 그럼 새끼 토끼 있을 땐 토끼들이 예민하니까 당분간 토끼장 출입은 자제하자."
그리고 그 주 전교생이 다 모인 주열기 시간에 안내했습니다.
"여러분, 토끼 가족이 새로 생겼습니다. 토끼들이 예민할 수 있으니 토끼 우리에는 동물농장에서 밥주는 몇몇 아이들 말고는 출입을 자제합시다."
그 후 저도 새끼 토끼 3마리를 봤으나 나중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걱정이 되더군요. 어른토끼가 새끼토끼를 잡아 먹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매일 토끼장을 봤습니다. 표나게 보면 안되기에 멀찍이서 힐끗힐끗 쳐다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12월 4일, 새끼토끼들이 깡총깡총 뛰어 나온 것을 봤습니다. 조용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와 많이 자랐네."
마침, 동물농장 아이가 왔습니다.
"XX아 봤어? 새끼토끼들이 있어."
"샘 새끼토끼가 9마리 있어요. 제가 봤어요."
"헉! 그래? 9마리나 있어? 대단하다. 니가 잘 키웠네. 고맙다. 고마워. 새끼토끼들이 너무 귀엽다."
새끼토끼들이 제법 자라 배추도 뜯어 먹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쳐다봤는데 보기만 해도 흐뭇했습니다. 마침 교장샘께서 지나가시다가 저를 보신 모양입니다. 교무실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용샘. 토끼장을 흐뭇하게 쳐다보던데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네! 새끼토끼들이 태어났어요!!!"
"허허허, 좋은 일이군요. 축하해요."
교장샘께서도 관심가져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새끼토끼들이 태어나니 학교 자체도 축제 분위기입니다. 새끼토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동물농장 아이들과 잘 돌 볼 예정입니다. 학교에 동물을 키우는 것,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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