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읽은 책

방콕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권합니다. '아무튼, 방콕'을 읽었습니다.

마산 청보리 2018. 12. 3. 07:00

저는 별 일이 없으면 매주 주말 아이들과 마을 도서관에 갑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보고 저는 제가 읽을 책을 고릅니다. 욕심이 많아 일주일에 5권 정도를 빌립니다. 다 읽지는 못합니다. 해서 재대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빌리는 책을 보면 제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를 나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제가 빌리는 책 종류는 주로 에세이나 감정관련 책들입니다. 생활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가보니 한 켠에 <아무튼>으로 시작하는 작은 책들이 주루룩 꽂혀 있더군요. 대충 봤었지만 빌렸습니다. 우선 이 책은 얇습니다.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140페이지 정도 되는 책들입니다. <아무튼, 방콕> <아무튼, 쇼핑> <아무튼, 서재>를 빌렸습니다. 우선 폈던 책은 <아무튼, 방콕>입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펴게 된 이유는 좀 웃깁니다.


제목만 보고 '방콕이라, 방에서 콕있는 생활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궁금한데 저자는 방에서 뭘하고 지낼까?'라는 생각으로 펼쳤지요.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진짜 방콕에 여행간 이야기를 쓴 책이었습니다. 잠시 멘붕이었지만 책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재미있었거든요.^^


책 제일 앞장에 아래와 같은 소개글이 있었습니다.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냅니다.


아하, '아무튼'은 세 출판사가 펴내는 에세이 시리즈구나. 책의 속내를 알고 나니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아무튼, 방콕'은 '김병운' 작가님이 쓰신 책입니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책의 첫 부분에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반년 전 어느 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미국행 항공권을 발권했다. 시애틀과 포틀랜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약 20일간 걸쳐 둘러보는 야심 찬 여정이었다....하지만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나는 좀 갑갑해졌다. 열두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도, 도시 간 이동을 비행기로 해야 하는 동선도, 짧다고 생각하면 짧지만 길다고 생각하면 길 수 있는 일정도 전부 다 부담스러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본문 중)

결국 저자는 150불이라는 거금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미국행 여행을 취소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 상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방콕을 여행지로 결정합니다.

방콕행 항공권을 새로이 검색하고 예약하고 발권하는 데까지는 채 하루도 필요치 않았고, 방콕에 대한 애정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애인이 단지 방콕이라는 이유로 동행을 결정했다. 방콕은 늘 우리가 함께였떤 도시이고, 늘 우리가 함께여야 하는 도시이므로,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본문 중)

저자와 애인분은 방콕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방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충분히 익숙합니다. 그리고 방콕을 아주 좋아합니다. 방콕의 특정길에는 그들의 추억이 있고 재미가 있으며 희망도 있습니다. 그들을 결국 방콕에 가게 됩니다.


이 책은 여행지로서 방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명 여행 블로거는 아니더라도 이 책에 소개된 숙소와 식당, 골목만 가도 충분히 훌륭한 일정이 나올 듯 싶습니다.


'아무튼, 방콕'은 단지 방콕에 대한 소개책이 아닙니다. 방콕을 소재로 자신을 돌아보고, 애인과의 애뜻한 감정도 확인하는, 편안하게 잘 읽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이 책을 펴서 읽고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와 함께 방콕 여행을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저희 가족들은 아이들도 어리다는 이유 등으로 해외여행은 단 한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후에 아이들이 자라면 해외로 가족여행을 한번 가보자는 막연한 계획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어디가 좋을까? 여긴 어때? 겨울방학을 이용하려면 여기가 좋지 않을까? 아이가 물을 좋아하니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라며 아내님과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결정난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여행 계획을 같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이 납니다.


일로 가는 출장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여행은 훌륭한 활력소입니다. '아무튼, 방콕'을 읽으며 가족여행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기한 곳, 유명한 곳을 가고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의 주목적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은 여행을 힘들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숙소가 가장 중요하며, 숙소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좋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 여행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 가성비 좋은 여행을 추구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얇은 책이지만 여운은 긴 책입니다. 매주 '아무튼'시리즈를 계속 읽어야 겠습니다. 타인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책을 읽을 이유가 됩니다. 재미있는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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