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9일 창원자유학교가 개학을 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꿈틀리인생학교와 비슷한 학교입니다. 중학교 졸업한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1년간 위탁을 하는 형태입니다. 내용은 입시경쟁과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1년 동안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성찰하며 배움과 삶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위탁교육기관입니다.
지난 3월 26일, 직접 창원 자유학교를 찾아가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본인 소개해 주시죠.
-자유학교 교사 모모, 예아트라고 합니다.(사진의 왼쪽이 모모샘, 오른쪽이 예아트샘)
창원자유학교에는 현재 4분의 샘들과 16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설립취지가 무엇일까요?
-일반 학교의 고1과정은 야자를 하는 등 힘듭니다. 그리고 성적만 가지고 서열을 매깁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원치 않는 좌절,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힘듭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정에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강요당합니다. 이것도 폭력일 수 있습니다. 창원자유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것이 뭔지, 무엇을 하고 싶지, 나는 누구인지를 찾는 시간을 가지는 공간입니다.
30명 모집에 16명명이 모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올해 정원이 미달된 이유는 우선 첫해이기에 알려진 내용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문의 온 내용 중에는 성적을 어찌 내는 지 궁금해 하는 학부모님들도 계셨습니다. 혹시라도 이 학교의 특별한 과정이 대학 갈때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중3졸업 후 고1 시기에 일반 교과 공부가 아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과정은 이미 성공사례가 많습니다.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 학교에 오면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자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적응학생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에 관심이 더 많은 학생들입니다. 학교를 다니기 싫어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오롯이 바라보기 위해 온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들과 생활을 같이 하고 계신 데 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마산, 창원, 진주에서 아이들이 옵니다. 진주에서 오는 아이는 아침에 버스타고 옵니다. 그 아이말로는 학교 오는 길이 여행오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저희 학교는 9시 30분에 수업이 시작되는 데 이 친구는 8시 40분쯤 학교에 도착합니다. 학교 오는 길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3월달에 눈이 많이 왔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진해에 사는 한 아이는 눈이 와서 학교 못 올까봐 걱정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 문자로 아이가 10여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학교 가고싶다고 말한 것이 처음이었다며 감동해 하셨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저희도 물론 놀랬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해 주는 것, 참 고마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교사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빨리 마음을 열고, 친구들에게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변화에 샘들도 감동하고 있지요. 같이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이 왜일까요? 애들이 특별해서 그럴까요?
-아이들은 편안해 하면 누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이곳은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끼면 어떤 아이들도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이 학교는 현재 교칙이 없습니다. 대신 공공의 약속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했다고 합니다. 몇 가지 들어보니
-지각할 때에는 미리 연락하고 학교에 와서 친구들에게 이유 설명하기
-청소는 조를 나눠서 주별로 돌아가며 하기
-학교 생활 시 휴대폰은 무음으로 설정하고 수업시간에는 사용하지 않기 등이 있었습니다.
창원자유학교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학생과 샘들이 모두 별명으로 서로 부릅니다. 그리고 서로 경어를 쓰며 존대하고 존중합니다. 아이들끼리는 반말하기도 하지만 이름은 안 부르고 닉네임으로 부릅니다. 샘들도 아이들에게 존대를 합니다. 닉네임을 부르는 이유는 모두 동등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린 선생, 너희를 가르친다. 샘말을 따라'가 아니라 같은 눈높이를 가지기 위해서 입니다. 닉네임으로 부르자는 것은 샘들이 제안했습니다.서울에 있는 오디세이학교에 갔을 때 샘들이 하루종일 닉네임을 부르며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존중받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했습니다. 해서 우리도 제안했습니다. 닉네임 만들어오기, 창원 자유학교의 첫 숙제였습니다.
현재 샘들의 별명은, 예아트, 우자, 모모, 마나 였습니다. 그 내용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예아트는 샘의 성이 '예'씨고 예술을 잘하게 보여서 '아트'라고 한답니다. 전공은 역사샘이십니다. 우자는 울자, 웃자, 배우자에서 '배'자를 뺀 것, 어리석은 자 라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국어샘이십니다. 모모는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랍니다. 마나는 '마 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샘들의 별명이 재미있었습니다.
샘들과의 대화 후 아이들의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자유학교에 다니고 있는 하이 입니다. 창원자유학교 챠오 입니다. 글샘입니다.
이 학교 올해 개교했습니다. 첫 해인데 이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일반고등학교도 처음 가는 학교입니다. 처음 접한다는 것은 똑같았습니다. 보통학교도 일반고도 처음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들어보면 저희가 아직 꿈이 없는 데 창원자유학교를 다니는 것이 제 꿈을 찾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추천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안 가겠다 했지만 설명회 듣고 위탁오기로 결정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 학교와서 좋은 점이 있다면?
-원적교는 교칙에 따라야 하는데 이곳은 우리가 다 정하니 좋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습니다. 샘들이 뭐라하지 않고 자유로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자체도 너무 좋습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원적교로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학교에 다닐 1년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1년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솔직히 이 학교를 3년 다니고 싶습니다. 생각같아선 교육청에 3년제로 해 달라고 시위하러 가고 싶습니다.(웃음)
이 학교에 대해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00세 인생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100년 중 1년이면 투자할 만 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지금 저의 적성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게 많거나 모르겠을 때, 자기를 아는 시간 1년을 보내는 것은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1년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들어오니 별 것 아닙니다. 좋습니다.
한 시간 정도 샘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 하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샘들도 좋아보였고 아이들도 편안해보였습니다. 누가 누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서로서로 돕고 의지하고 같이 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강화도에 있는 꿈틀리 인생학교 같은 학교가 경남에도 생겼습니다. 제 바램으로는 이런 학교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학교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오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 창원자유학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도 참석했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대안으로 자유학년제 개념의 자유학교를 마련했는데, 아이들의 미소와 열정을 보니 고민하고 노력했던 모든 것이 의미있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 개발과 지원에 힘쓰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창원자유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학교를 연속해서 12년을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학교 다니는 목적이 졸업장 자체가 되어선 안됩니다.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아이가 성장하는 중요한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위해, 학생생활 12년 중 1년을 안식년의 형태로 보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창원자유학교는 이제 시작하지만 이미 다양한 인생학교들이 있습니다. 그 학교의 아이들도 충분히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에 보면 꿈틀리 인생학교 입학식에서 한 학생의 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학교에 들어와서 1년간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말에 입학식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웃었었지만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다음 말에 모두 경건해 졌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어른들이 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창원자유학교, 오디세이학교, 꿈틀리 인생학교 등 아이들에게 숨 쉴수 있는 기간과 기회를 주는 학교들을 응원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아이들에게 모두 똑같은 것들을 주입하는 것, 이 자체가 폭력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많아질 때, 사회는 더 건강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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