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교육이야기

학교축제

마산 청보리 2014. 1. 25. 17:25

2008.11.25 

 

저번주에 학교에서 축제를 했다.  처음으로 맞이한

 

고등학교에서의 축제...개인적으로 참 궁금했다.

 

어떻게 진행하고 어떤 내용으로 꾸며지는지..난 중학교에서만

 

 축제를 경험했기에 이번 고등학교에서의 축제는 더욱

 

궁금했다. 반별 공연에 걸려있는 상품들 그리고 질서상과 야자

 

 시간의 연습 등 아이들은 참으로 잘 해내었다.

 

우리반은 내가 직접 아이들과 연습하고 콘티를 짜고 대사를

 

만들어내며 ‘우리반이 당연히 1등이다.’ 라는 세뇌(?)를 시키며

 

 열심히 연습했다. 그리고 21일 드디어 축제가 시작되었고

 

안타깝게도 우리반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난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했고 축제가 끝난뒤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1학년 7반 미안하다. 선생님의 잘못이다. 하지만 좋은 추억을

 

 가졌다고 생각하자. 내년엔 더욱 파이팅이다. 7반 사랑한다.’

 

 곧이어 수두룩 답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래도 우리

 

반이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수고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역시 7반 최강입니다.’ ‘선생님 주말 잘 보내십시오.’

 

‘이번 공연이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겠습니까?’ 등등 이 놈들은

 

 되레 나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_^

 

  다른 학년 다른 반의 공연을 쭈~욱 보며 느낀게 많다.

 

사실 우리학교는 성적이 그리 높은 학교는 아니다. 해서 아이

 

들이나 선생님들도 학교에 대한 열정보다는 약간 덜한 열정을

 

 가지고 생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적어도 축제 날 만큼

 

은 달랐다. 그 열정과 재미, 감동은 요즘 잘나가는 TV 프로인

 

 ‘패밀리가 떴다.’를 능가했다. 진행은 학생회 아이들이 걸출

 

나게 잘 했고 반별 연습도 언제 저리도 연습했는지

 

재미있었다. 다른 반, 다른 친구가 공연할 때 보내는 그 성원

 

들...그리고 10여분의 선생님들의 카메오 출연과 코믹 댄스,

 

손담비의 ‘미쳤어’ 공연 등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하나가

 

 되었고 선생님들도 하나가 되었다.


  우리학교의 축제를 평가한다면 감히 1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성적만 평가한다면 1등은 할 수가

 

 없었다. 결국 1등만을 요구하고 성적만이 최고다는 생각으로

 

 학교 생활을 한다면 참으로 많은 부분을 못보고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상처를 받았다면 아이들이 어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지 어른이 아이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더 깊진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곧게 자라는 것도 어른들의 책임

 

이고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것도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그리 보면 참으로 즐거운 직업이며

 

 참으로 가슴 아픈 직업이기도 하다. 아이들로부터 기쁨과

 

보람도 느끼며 동시에 아이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내가 열개를 주면 나도 아이들로부터

 

 열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열개가 아니라 5개만 돌아

 

오면 상처받고 아이들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그랬다. 지금 생각

 

하면 참으로 이기적인 교사였지 싶다. 아이들은 열개를 달라

 

 한 적도 없고 아이들이 원했던 것은 열개가 아니였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함께 해주는 선생님을 원한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왜 그랬냐고 이유만을 캐묻는 선생님이 아니라 가만히 위로해

 

주는 선생님을 원하고 자신이 외로울 때 몰라 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조용히 손을 잡을 잡아주는 선생님을 원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교사의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

 

한다. 아이들은 어리지 않다. 아이들은 미숙하지 않다.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고 선생님의 기분을 맞춰줄려고 한다.

 

 단지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반항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할 뿐이다. 이러한 아이들이 마음을 풀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학교였으면 한다. 바로 우리반이었으면 한다.

 

이러한 열정이 학교에서 꽃피울 때 학교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화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하루 화원을 돌보고 감상하는 난...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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