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깨끗하게 맞이한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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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10
오늘은 우리학교 체험활동이 있는날..

난 국악활동을 맡고 있기에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쳤다.

우리반 놈들의 오늘 활동은 요리활동.

영이가 왔는지 반장을 통해서 확인했다. 그때의 기분이란..^-^

오늘 영이랑 목욕탕 가기로 했다.

12시쯤에 전화하기로 했는데 이놈이 전화가 없는 것이다.

아침에는 전화를 해서 어제 집에 들어간뒤 전화를 안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던 놈이..정작 목욕탕 가기로 한 약속은 잊은듯

했다.

'그래 그럴수도 있지.' 난 수행평가를 채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3시쯤되어 이놈한테 전화가 왔다. '샘! 목욕하로가야지요'

'이놈아 시간이 몇시냐! 샘 지금 일한다!' '그래도 목욕가야지예!'

으...사실 화가 났다. 이 놈은 지 놀거 다 놀고 이제서야 전화하면서,

난 월요일 까지 수행채점을 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

'알았다. 4시까지 가마. 기다려라.' '옙!!!' 웃으면서 끊더라. 못된놈..

사실 저녁 6시에 연수동기선생님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동기선생님들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었다.

3시 50분쯤에 집을 나섰다. 갑자기 비가 오는 것이다.

'악!' 큰 우산을 들고 택시를 탔다. 왠걸..택시에서 내리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그리고 걸어오고 있는 영이를 만났다.

우린 조금씩 내리는 비를 피해 영이의 우산을 같이 쓰고 걸었다.

역시나 이놈이 목욕비를 할머니한테 받지 않은 상태였다.

'앗! 선생님 할머니한테 가서 목욕비 받아 와야 합니다.'

'점심 먹었냐?' '안 먹었습니다. 괜찮습니다.' ' 선생님은 배고파

죽겠다. 영이가 선생님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면 샘이 목욕비를

대주지.' '넵! 알겠습니다.' 영이 집으로 갔다. 사실 목욕탕도

영이집 근처로 오기로 약속해둔 상태였다. 왜냐하면 우리집 근처엔

학생들이 많아서 영이랑 같이 오기엔 부담이 조금 되었다.

영이 집에 갔다. '선생님 신라면 있습니다.!' '그래 끓여라.'

'두개면 되죠?' ' 세개 끓여라.'

난 놀았다. 인터넷도 하고 TV 도 보며 놀았다.

영이는 요란하게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계란을 푸는 소리가 들렀다. 달그락 달그락..그리고 맛을 보는

소리가 들렸다. 후루루룩~~. 꼴깍..침이 넘어갔다.

도저히 이놈은 상을 차려 오지 않는 것이다.

그후 또 시간이 조금 지났다. 냉장고 열고 닫는소리가 몇번 들렸다.

그리곤 '선생님 다됐습니다.' 체면상 학교에서처럼 후다닥 달려가진

않았다. 역시나..

정말 오랜만에 보는 국물없는 신라면 이었다. 그것도 양도 5개 정도

되어 보이는..'이야..영이 라면 끓이는 솜씨가 장난이 아닌데. 잘무께'

막 퍼먹었다. 너무 짜워 혀가 얼얼 했지만 이놈은 물도 마셔가며

먹었지만 난 물을 한번 마시면 도저히 라면을 다 못먹을 것 같아

참아가며 라면을 다 먹었다. 한참 먹는데 이놈이 이런말을 한다.

'샘 사실 저 라면 반개 밖에 못먹습니다.' '쿵!!!' ...힘들었다.

두개반을 내가 다 먹었다. 사실 4개 반이었다.

다 먹은후 이놈이 식혜를 가져다 준다. '선생님 드십시오.'

나의 화는 목을 타고 들어가는 시원한 식혜속에 묻혀 함께 넘어갔다.

목욕탕을 갔다. 우린 신나게 목욕했다. 서로의 은밀한 부분을 봤고

서로의 등도 밀어줬으며 찬물에 가서 물장구도 치고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가 너무 뜨거워 놀라기도 하고...

요쿠르트는 영이가 챙겨줘서 두개나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곤 헤어졌다.

나는 오늘 봤다.

영이의 허벅지에 묻어있는 시퍼런 멍자욱을..

그 자욱을 만든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도 알수 있었다..

영이의 살은 정말 뽀얗었다.

하지만 그 뽀얀 살에 있는 퍼런 멍자욱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가슴 아팠다. 생각만으로 가슴이 아팠던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가슴이 아픔을 느꼈다...

'영아. 너에게 필요한 것은 매가 아니라 사랑이구나...사랑이구나..

내가 너에게 사랑을 많이 주지 않았구나..이놈..이놈아..앞으론

사랑을 주마. 너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벅찰 만큼의 사랑을 주마..'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교학상장..

우리 아이들을 보며..참 많은 것을 배운다. 참 많은 것을 느낀다.

참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놈들을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이유다.

내일은 오전에 인라인 타러 가자고 다른 놈들이 극성이다.

수행평가 채점은 언제 다할지...걱정이다.

밤 하늘이 유난히 고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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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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