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 :: 나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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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28 

 

학교 생활한지 벌써 4년이 되었다.

 

난 학교에서의 작은 행복을 주기 위해 매년 아이들의

 

생일을 챙겨왔다.

 

하지만 정작 나의 생일을 아이들에게 챙겨먹은 적은 없다.

 

사실 생일이 3월달이라 바빠 내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주 월요일이 나의 생일이었다.

 

하필이면 이날 몸이 안 좋아 학교에 좀 늦게 나왔다.

 

점심때 학교에 출근하여 우리반 아이 2명이 조퇴를 했다기에

 

걱정이 되어서 교실로 올라갔다.

 

곤이가 나를 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앗! 선생님 오셨네요.'

 

'응 그래. 교실에 애들 있나?'

 

'네 . 그런데 앗! 지금 가시면 안되는데요.'

 

'왜'

 

'아무튼 지금 가시면 안되는데요.'

 

'뭐라케샀노.'

 

난 장난으로 받아치며 교실로 향했다.

 

곤이가 말했다.

 

'야! 샘 들어가신다!!!'

 

우르르 뛰쳐 나오는 아이들.

 

'앗! 안되요!!'

 

'와이래쌌노! 무슨일 있나!'

 

내심 생일 파티를 꾸미고 있나...라고 생각했다.

 

---

 

학교에 도착하자 국어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오늘 1교시가 우리반이었는데 내가 못 나와 대강을

 

들어가신 것이었다.

 

그러면서 말씀하셨다.

 

'김용만선생님. 흐뭇하시겠어요.'

 

'네?'

 

내가 1교시에 들어갔더니 애들이 교탁위에 케잌에

 

초를 켜서 샘생일을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던데요.

 

내가 들어갔더니 실망하면서 우리샘 어디갔나고 하길래

 

출장갔다고 했죠.'

 

'아 네. 말씀만 들어도 흐뭇하네요.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실 올라오기전의 교무실 상황이었다.

 

아무튼 계속 몸으로 막는 놈들과 들어갈려는 나는 몸싸움을

 

좀했다.

 

시간이 지났고..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해서 난 들어갔는데..

 

앗!! 이럴수가!!!

 

아무런 일도 없는 것이다. 난 애써 태연한척 오늘 조퇴한 친구들에

 

대해 물었고 교무실로 내려왔다

 

6교시가 지났고

 

종례를 하러 교실로 올라갔다.

 

또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엔 덩치가 좋은 놈들이 미리 나와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와 또!!!'

 

'아직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씩씩! 너거 또 장난치제!! 들어갈란다!' 힘껏 밀었다.

 

'아직 안된다니께예!!' 힘껏 막더라.

 

시간이 흘렀고 교실에서 신호가 왔고

 

'샘이제 들어가시지예' 라고 하는 것이다.

 

헉헉 거리며 교실에 들어갔더니..

 

앗!!

 

교실불을 다 껴두고 케익과 초코파이 성을 쌓아 초에 불을

 

켜둔것이다.

 

어두운 교실속의 초는 정말 밝아 보였다.

 

순간 코가 찡했다.

 

'오~~~이녀석들이.'

 

난 웃었다.

 

순간 터져나오는 소리!

 

시작!!!!

 

'생일 축하 합니다.~~사랑하는 우리담임선생님..생일축하합니다.'

 

너무나도  밝은 34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우렁차게 교실을

 

울렸다.

 

노래는 끝이 났고 난 초를 불었다.

 

초의 수는 9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 의미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무튼 초를 껏고 난 감격의 종례를 할려는 찰나!!!

 

몇놈들이 우르르 뛰쳐나오는 것이다.

 

'딸기는 내꺼다!  초코파이는 내꺼!!! 난 생크림!!!'

 

순간 교실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난 우리반 석이가 준비했다는

 

선물을 들고 멀찌감찌 떨어져 이 상황을 보고 있었다.

 

... 그럼 그렇지.. 이 꼬마 악당들이...^---^

 

상황은 곧 정리되었고 그 컸던 케익과 많던 초코파이는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아이들은 나에게 두손을 활짝 펼친 상태로 왔다.

 

'선생님 손에 묻어서 그런데요. 화장실 가서 좀 씻고 오면

 

안됩니까?' ' 가서 씻고 오세요.'

 

우당탕탕..

 

----

 

정신은 없었지만 난 오늘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

 

내가 내 생일을 말한 적도 없었고..만난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 깜찍한 14살의 놈들은 나를 감동시킨 것이다.

 

더군다나 고추를 단 34명의 꼬마남자라는 놈들이 말이다.

 

종례는 무사히 마쳤고 교실 바닥바닥에는 생크림의 흔적만이

 

남아 그 치열했던 생존경쟁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

 

이 날 드디어 마지막 가정방문을 갔다. 가면서 우리반 게시판을

 

꾸밀 재료도 아이들과 함께 사러갔다. 즐거워 하며 먼저

 

뛰어가는 놈들을 보며..

 

난 생일 축하보다 생일 케익을 더 좋아하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놈들에게...대체 내가 어떻게 해줘야 이런 이쁜 마음을 꼬 옥

 

간직하며 이쁘게 자라게 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난 참으로 행복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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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산 청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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