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날입니다.
사회인이 된 후 저는 시위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날 만큼은 꼭!! 가야 한다는 왠지 모를 의무감이 있었습니다.
새벽 6시 3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7시에 마산에서 출발한 차는 서울을 향해, 달렸습니다.
달리다 보니 정말 관광버스가 많았습니다.
뉴스에서 소개하던 '지방의 전세버스가 동이났다.'는 소식이 거짓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휴게소에 쉴 때도 관광버스가 정말 많았습니다.
앗!!! 저 차는!!
한참을 가는 데 '박근혜 하야'라는 글을 붙힌 버스가 지나갔습니다.
때마침 속도가 맞아 지나가는 것을 찍었습니다.
후에 알게된 사실인데 경남 마산에서 출발한 차량이었습니다.
이 차량에 직접 탑승하셨던 송순호 창원시 의회 의원님께 자세한 내용을 물었습니다.
"이 차는 '겨레하나, 교육희망, 녹색당, 푸른내서주민회, 창원대민주동문회(창우회) 등
다양한 단체의 회원들과 단체 소속이 아닌 뿔난 주민들이 탄 버스입니다.
썬팅은 버스에 같이 탄 창우회 회원인 김X곤 형님이 직접 이른 아침에 작업을 한 것입니다.
여기도 하야, 저기도 하야, 전국 방방곡곡이 하야의 깃발이 펄럭이면 박근혜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까요?"
저 버스에 지역분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뿌듯하더군요.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지하철을 정말 오랜만에 타봤습니다. 어찌나 두렵던지요.
박근혜 대통령에 불통이라고 소개한 포스터를 보며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것만 해도 세상이 변했음을 느낀다.'
불통이 아니라 소통의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우와, 지하철 만원. 정말 사람에 밀려 올라갔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사람 많다고 짜증났을 텐데,
이 분들이 모두 민중총궐기에 가시는 분들이라 생각하니 짜증이 아닌 힘이 났습니다.
드디오 도착! 후아....이게 말로만 듣던 100만 인파!!!
같이 올라간 분들 빼곤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한마음이었습니다.
모두 한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분들로부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픔 이야기에 모두들 눈물을 떨궜습니다.
11월 12일이 백남기농민 49제라는 백도라지씨의 말씀에 모두들 숙연해졌습니다.
이 땅의 노동현실에 대한 비정규직 대표님의 말씀에 모두들 분개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드배치에 대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 투쟁위원회' 분의 말씀에 모두들 분노했습니다.
이 모든 말씀에,
대한민국 국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현실에 모두들 외쳤습니다.
'최순실을 구속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어느 새 밤이 되었습니다.
촛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촛불을 켜신 분들도 계셨지만 저희들은 LED 촛불을 켰습니다. 바람에 꺼지지도 않고 좋았습니다.
저희들은 저녁도 먹지 못하고 8시까지 외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서도 민중총궐기 소식에 귀를 기울렸습니다.
'경찰추산 22만명, 주최측 추산 100만명'
의아했습니다. 22만명? 그보다는 훨씬 많았습니다.
그 후 서울시가 제공한 지하철 이용객수 자료를 통해 최소 100만명이 넘었다는 것이 사실화 되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19일)에는 지역별 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26일 다시 서울 집중 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26일도 참여하려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일이 이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폭력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진 않습니다.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
민주주의.
교과서 속의 민주주의가 아닌
헌법에서만의 민주주의가 아닌
현실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치인들이 안한다면 국민들이 만들어 가야 합니다.
26일 200만명이 모인다면 세상이 진짜 변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고 말합니다.
직책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법이 아닌
만민에게 공평한 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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