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허수아비춤, 정글만리...대한민국 현대사를 소설을 통해 관통하고, 글을 통해 친일을 청산하려고 노력한 작가, 그가 이번에는 역사, 경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현 교육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이게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제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 현실이 어찌 정상인가? 어른들은 왜 이 문제에 무심한가? 도저히 사교육은 없앨 수 없는 것인가? 조정래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현 시대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제 사교육은 '졸업장은 학교에서, 공부는 학원에서'할 정도로 그 위세가 난공불락이 되었다. 그 폐해의 심각성은 너무 심해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극한에까지 와 있다.
연간 40조를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누구의 책임일까.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정부의 책임이고, 교육계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이고, 학부모의 책임이다.
이제 이들 모두가 똑같이 공동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점점 나락의 길로 치달아갈 수 밖에 없다.(머리말 중)
이 책의 형식적 주인공은 '강교민'선생님입니다. 작가는 '강교민'이 무슨 뜻의 줄임말인지 독자들에게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전 책을 2번 읽었지만 아직도 '강교민'이라는 뜻이 명쾌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강교민'선생님은 특별한 교사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고, 올바르며, 정의로운 교사입니다. 학생 학생편에 서며 아이들이 대학이 아닌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를 원하는 교사입니다.
처음에는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인지 알았습니다. 읽다 보니 그가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적어도 저는 강교민 교사가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읽혔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상황의 아이들이 나옵니다. 소위 부자 부모를 둔 공부를 엄청 잘하는 아이, 부자 부모를 두었지만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아이, 가난한 아이, 학교에서 문제아라고 칭하는 아이,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
강교민 선생님은 아이들편에 서며 대한민국 교육의 자화상을 들춥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이 지향해야할 바에 대해 한마디씩 던집니다.
- 인간의 가장 큰 어리석음 중에 하나는 나와 남을 비교해 가며 불행을 키우는 것이다.
- 그 어떤 경우에도 교육은 처벌이 아니라 용서고 보살핌이고 사랑입니다. 교육자는 제 2의 성직자여야 한다는 패스탈로치 선생의 말씀은 역시 불변의 진리입니다.
- 공부라는 것, 그건 각자가 선택한 직업에 알맞게만 적당히 하면 되는 것이고, 돈이라는 것도 하루 세끼 먹으면서 누추하지 않게 사람 품격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지면 되는 것 아닐까?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두 권이라는 것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1권을 펼쳐 읽는 순간, 순식간에 2권까지 다 읽은 저를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역시 조정래작가님이시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입니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읽으며 작가의 역사적 안목과 자료수집에 대해 놀랬던 것이 새삼 기억 났습니다.
'풀꽃도 꽃이다.'도 그냥 쉽게 쓴 책이 아닙니다.
한국교육의 현실은?
조정래 작가님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한국교육,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는 한국교육,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덮고 있는 아이들의 괴로움, 입시라는 그림자로 사회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한국 교육에 대해 여러가지 자료들을 내보이며 경고합니다.
- 놀라지 마십시오. 공부 때문에,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애들이 1년에 얼만지 아십니까? 연간 500명을 넘어 하루 평균 1.5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애들을 죽게 한 게 누굽니까?...지난 15년 동안 성적 비관으로 자살한 학생이 8천여 명이었습니다. 연평균 533명인데, 지난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우리 군인들이 5,099명으로 추산된다고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다름 아닌 교육부였다. 교육부에서는 연간 5,500건에 달하는 공문 폭탄을 투하했다. 선생들은 해당 부서에 따라 그 부서를 그 보고서를 작성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탕진하며 골이 빠졌다.
그러니까 선생은 현장 교육자가 아니라 행정관료로 전락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교육자 역할은 그만큼 소흘해져 선생들은 어쩔 수 없이 수업 준비가 부실해졌고, 학생에 대한 관심도 등한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마치 교육부는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교육을 망치려고 있는 이상한 조직 같았다. 교육부는 왜 그 많은 공문을 남발해 대며 교육을 망치는 행태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중앙의 통제와 지배를 강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안정을 꾀하고자 했던 군부독재의 욕구였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생긴 것은 2004년 9월이었다. 그것이 2011년에 발생한 충격적인 자살 사건을 계기로 대폭 보완, 강화되어 2012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그 종합 대책의 핵심은 경찰력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폭력을 더욱 강한 폭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이었다...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그 뿌리를 캐내려는 근본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그 강력한 제도가 생기고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학교 폭력은 통계상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폭력의 형태가 교묘해지고 은밀하게 바뀐 것 뿐이었다. 그 교묘함과 은밀성 때문에 선생들은 그것을 발견해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초, 종, 고생의 48%가 학교 폭력을 당했고, 그들의 42%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통계를 강교민은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그 집 아이는 말 잘들어요?"
어른들이 쉽게 하는 인사말입니다. '말 잘듣는 아이?' 어느 새 우리는 아이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 말을 안 들으면 문제 아이가 됩니다.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도 언제부턴가 말 잘 듣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즉 시키는 대로 하고 어른말에 순종하는 아이, 세상이 어찌 되던 공부만 하는 아이, 친구야 어찌되던 자신의 내신만 관리하는 아이, 친구야 어찌 되던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부모...
한국 교육은 이미 수능, 내신, 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합리화 하며 학원, 대학, 학교의 비교육적 행태에 명분을 주며 아이들을 내몰고 있습니다.
이 트라이앵글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필수인 사회, 이 사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학원, 과외 현장으로 내모는 엄마들, 아이들은 어느 새 무기력감을 넘어 부모에 대한 증오의 씨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업이 꿈이 된 아이들
- 학생들에게 엄마에 대해 물은 여론조사가 있었다. 그 응답 결과는 끔찍하고도 참담했다. 최악이라는 게 96퍼센트였고, 그저 그렇다는 게 3퍼센트였고, 좋은 엄마라는 게 1퍼센트였다.
- 고민이 생겼을 때 누구와 상담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 40.2%는 '친구'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0.9%였다. 그런데 60%의 아버지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대화 상대나 상담 상대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 엄마는 얼마였을까? 엄마는 아예 없었다.
최근에 제가 느끼게 된 일이 있습니다. 어느 새 초등학생들까지 꿈에 대한, 정확히 말하면 미래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꿈이 뭐야?'
이 질문 자체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시절에 미래 직업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지금의 어른 세대들은 자신이 초등학생 시절에 가졌던 꿈이 지금 종사하시는 직업인가요?
아이들에게는 꿈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꿈을 가지고 있는가요?
언젠가부터 꿈은 곧 직업이 되었습니다.
꿈이 없는 아이는 직업이 없는 아이 마냥 취급되어 그 아이 뿐 아니라 아이의 부모까지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걱정이예요. 아직도 꿈이 없어요. 꿈이.'
꿈은 직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직업은 재능을 있어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계의 유능한 학자들조차 재능이 아닌 노력의 중요성을 지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 100인에도 선정되었던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했던, 하루에 3시간 이상 10년을 하면 누구나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된다는 만시간의 법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자가 말했던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보다 못하다.' 즐기는 것은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재능이 있어 하는 것만큼 하다보니 즐거운 일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어른들이 많이 읽어야 할 소설
'풀꽃도 꽃이다.'는 많은 점을 고민하게 합니다.
독자들에게 '한국교육 문제다.'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질문합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을 경험하며 아이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에도 어른들의 삶은 변함없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을 더 나은 고등학교, 더 나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동분서주 바쁜 어른들이 많음이 이 사실을 증명합니다.
세상에서 정성을 다하면 굶는 직업은 없다고 했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성찰하시기를 원합니다.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하며 서평을 정리합니다.
- 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에크하르트 톨레)
가장 귀한 것은 아이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착한 광고>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 2017학년도 신입생을 추가 모집합니다.
모집기간은 2016년 10월 31일(월) 부터 11월 4일(금)까지이며
원서는 11월 4일 오후 4시 30분 도착분에 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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